1.

오너가 연초에 목표 달성하면 얼마! 얼마 초과달성하면 얼마! 이런식으로 현장을 포함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언급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도 예상못한 호재가 터지면서 목표 달성을 7월에 해버렸어요.

그래서 8, 9월에 공장장이 '여러분, 앞으로 버는거의 일부는 우리 성과급이다!  열심히 해보자!' 라고까지 했지요.

11월쯤에는 '야, 우리도 네자리수 성과급 받아보는거야?' 하면서 희망에 부풀었고..


하,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늘 그렇듯 오너가 '이게 너네가 잘 한거냐.. 시장이 좋은거지' 라고 말을 바꿉니다. 

아니 그래도 오너가 뱉은 말이니까 그 말대로는 아니어도 어느정도는 나오겠지 했는데..

100% 나왔습니다. 한달치 월급.  오너가 약속(?)한대로면 3-400% 쯤 나와야 하는데...


사무직들이야 '햐... ㅅㅂ 기대한 내가 등신이지.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지' 하고 말았는데요. 노조에서 들고 일어났죠. '야, 뭐야! 성과 내서 연말에 한방에 크게 받아보자고 해서 임단협 사인했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쳐?!' 하고요.

그러니까 '생산직은 150% 드리겠습니다' 라고 바꿉니다.  ㅋㅋㅋㅋㅋ 아오 이 ㄷㅅ 들... 첨부터 그러던지... 

사무직은 '뭐여.. 우리는 100% 주고, 생산직은 150% 준다고? 장난혀?' 하면서 실망이 가중되고, 생산직은 '지금 50% 받고 떨어지란거야 뭐야! 하고 더 분노.

(게다가 동종업계 라이벌 회사가 올해 실적 박살 났는데, 거기 400% 성과급 준다고 해서 더 분노)


그래서 노조에서 오너가 공장 오는날 도발을 했고, 오너는 '돈은 돈대로 주고 욕은 먹고 이게 뭐야! 성과급 주라고 한 놈들이 책임져!' 라고 분노. 

그래서 사장이랑 본부장이랑 인사담당 임원이랑 서로 책임 미루면서 혼돈의 카오스 상태입니다. 

아니 차라리 말을 안했으면 100%을 주건 150%를 주건 '야, 코로나 시국에 이게 어디냐...' 라는 정도로 끝났을 텐데

말은 오너가 하고 말바꾸기도 자기가 하고 책임은 아랫것들이 지고... ㅋㅋㅋㅋ



2.

저희는 복수노조입니다. 공장별로 노조가 따로 있어요. 

원래 하나였는데 공장 3개중 1개 공장 말아먹고 팔아 먹기 쉽도록 공장별로 분사를 했었죠. 그러다가 오너가 두 회사를 다 인수하면서 하나의 회사로 다시 합쳤습니다.

그럼 당연히 노조도 합쳐질줄 알았는데, 회사가 분사된 기간동안 양쪽 노조 지도부가 많이 성향이 바뀌었습니다.

(노조 있는 회사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충 제조업은 한노계, 민노계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또 나뉘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노조를 합치면 노조전임자 1명을 빼고 1명은 파트타임으로 돌려야 한대요. 이걸 서로 너네 공장에서 줄여라. 우린 못줄인다 하다가 그냥 노조를 안합치고 복수노조로 가기로 합니다. 

그럼 당연히 회사에서는 교섭을 한군데서만 하겠죠. 그런데 딱 3명 차이로 교섭권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서로 저러고 있으니 두 노조가 서로 협조가 잘 안됩니다.


지금 강경하게 나가고 있는 쪽은 교섭권이 없는 작은 노조쪽입니다.(3명 차이나는데 큰노조 작은노조 하는 것도 웃기지만)

작은노조쪽은 큰노조쪽에 파업불사하자! 라고 하는데 큰노조쪽은 '응, 우리는 5월 임단협때 승부 지을거야 너네는 알아서 해~' 라는 태도입니다. 50% 추가로 주는거 받아들이고 올해 임단협에 집중하겠다는거죠. 교섭권이 없는 작은노조쪽에서는 이러면 파업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노조 집행부끼리 또 언성이 높아졌다고....

(작은 노조가 강경하게 나갔다거 얻는거 없이 물러나고, 큰노조가 임단협때 성과를 내면 조합원들이 이동하겠죠. 그걸 노리는건가?)



3.

뭐 그래서 인사쪽은 꼴랑 요거 주는 걸로 결정한 경영지원실을 원망하고, 경영지원실은 오너의 뜻을 따랐을 뿐이라며 인력관리는 우리 일이 아니라고 하고 있고

사장, 생산부사장, 공장장, 인사담당 상무는 오너한테 욕 쳐먹고 노조 설득하러 우왕좌왕하면서 서로 책임은 안지려고 하고..

노조는 노조끼리 또 서로 싸우고


내가 과장 달았을때 이 회사 탈출했어야 했는데 왜 그때 흐지부지 눌러 앉아있다가 팀장까지 달았나.... (....)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떠오르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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