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4 15:33
어제 술자리에서 혜민스(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일단 종교인으로서 그가 보이는 물질적 행복추구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는 견해에서 출발했지만 대중의 반응을 자본가에 대한 질투로 보는 해석도 있더군요. 저는 그 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혜민스가 얄팍한 건 사실이나, 이렇게까지 전국민적 공분을 살 일인가에 대해서는 반응이 완전히 갈렸거든요. 이 시대 참된 땡중으로 혜민스가 욕먹을만 했다 VS 많고 많은 힐링팔이 비즈니스맨 중에 혜민스를 그렇게까지 두들겨 팰 이유는 또 뭐냐 이런 양상이었는데 그 어느 쪽도 혜민과 대중 모두를 긍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전자 쪽에 속하는 저도 혜민을 놀리는 반응이었지 그렇게 분개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무래도 푸른 눈의 민머리 스님 현각 스님의 일갈이 이 이슈의 최고발화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종교인이 돈을 (많이) 벌면 안되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특정 직업군이 보여야 할 행동양식에 대한 기대치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저같은 사람들은 종교인들이 자신의 직업적 위치를 걸고 사회적 영향력을 얻을 때 직업적 윤리에 대한 기대를 분명히 인식해야 된다고 보거든요. 목사님이 벤츠 끌고 다니는 건 이제 별 거 아닌 일이 되어서 크게 욕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만, 일단 탐욕을 멀리하고 물질주의적인 자세를 버리라는 것이 거의 모든 종교의 기본적인 스탠스잖아요. 오히려 결혼도 하고 욕망의 자제에 대해 크게 교리적 제한이 없는 개신교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고기도 끊고 머리도 자르면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아예 통제하는 불교라면 세속적 모습이 조금 더 고깝게 보일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성인 수준의 종교적 결백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스스로 내세운 교리의 일관성이 얼마나 지켜지느냐, 이런 문제일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혜민스에 대한 비판은 아주 깨끗한 종교인에 대한 기대일 수는 없겠지만, 대중들의 시기와 자본주의적인 성공에 대한 혐오만은 아닐 것입니다. 스님의 세속적인 모습을 다들 비웃는 거죠.
혜민스가 남산타워뷰를 자랑하며 공수래 풀수거를 외친다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가 뜨기 전에도 어차피 내실없는 내용으로 그의 구매층은 한정되어있었고 그가 성공한 후에도 그를 소비할 사람들의 파이는 크게 늘거나 충성이 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현상을 자본주의와 도덕의 결합적 측면에서 달리 분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본주의는 생산과 소비, selling과 buying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와 그 사이의 무관심이라는 선택지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싫어하면서도 사고 누군가는 사지 않을거면서도 비판하는, 정치적 힘이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상품의 품질과 효용이라는 문제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다는 거죠. 어떤 상품이 시장에 나와있는 것 자체,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파는 자본주의적 관념이 다수로부터 정치적 허용을 받은 상태일 것입니다. 여기서 정치적 허용이란 두가지 힘으로 작용합니다. 하나는 숫자, 하나는 사회통념적인 합의입니다. 이 전까지 혜민스가 후자만을 어기면서 살았기에 판매와 유통이 가능했다면 현재는 자신의 비즈니스에 반응하는 대중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상품과 셀러에 대한 불호가 엄청나게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혜민스가 자신의 알맹이 없는 책을 팔고 타로점과 남녀 짝지어주기 프로그램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치유 어쩌구 학교에서 팔아도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혜민스의 이미지, 즉 마케팅이 자본주의의 정치적 작동에서 아주 큰 역효과를 일으켰을 뿐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면 스님의 비즈니스는 어디까지 통용될 수 있을까요. 만약 혜민스가 아이팟을 안끼고 연간 1억이 넘는 포시즌즈 호텔 헬스 회원권을 안끊었다면, 집 자랑을 안했다면, 과연 그의 마케팅은 성공적이었을 수 있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기본적으로 혜민스는 스님이고 불교의 기본 교리와 자본주의는 쉽게 충돌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것은 자본주의적으로만 따져도 브랜드 이미지의 문제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자본주의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탈자본주의를 이야기하는 불교는 자본주의 속에서 종교적 가치관을 셀링하는데 있어서 다른 종교보다 더 큰 난이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종교는 세상에 어떤 식으로 유통되어야하고 종교적 유명인은 어떻게 비즈니스와 종교적 가치관을 적절하게 혼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혜민스에 대한 업화와 같은 원성은 그래도 스님은 돈욕심 좀 안밝히고 세상 외딴 구석에는 자본주의 없이도 가능한 구원의 길이 열려있으면 좋겠다는, 속세인들의 어리석은 희망과 기대가 작동한 결과는 아닐까요.
2020.11.24 15:45
2020.11.24 16:04
저도 목회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종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개인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물질적 수입이 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쪽입니다.
문제는 "탐욕"으로 가면서 그로 인해 거의 동물 이하 수준의 인격을 다 버리고 사실상 사이비가 아닌 정식 개신교 목사라도 교인들 등처먹고 빈대붙어서 온갖걸
다 누리는 그 엄청난 물질적 탐욕에 있는거죠. 유명한 TV에서 보는 사건이 아니라 저는 직접적으로 거의 10여년간 지켜보고 겪은 사람이거든요.
목사들 탐욕이라는게 교인들의 영혼을 병들게 합니다. 병고치러 갔다가 병얻어서 나오는게 교회구나 싶을 지경이죠.
그리고 멘토로 그 때 힐링받은 사람들은 배신감 더 많이 느끼겠지만 저는 원래 저런 인간이 다 그렇고 그렇지 않겠어, 더 놀라운 일도 많은데
캐고 보면 여자문제도 나올거 같긴 한대 여자 강간 사건만 없어도 어디야 싶어요. 더 캐고 들어오기 전에 털리기 싫어서 활동 종료한거겠죠.
자뻑에 빠져서 멍청한 짓거리하다가 꼴좋다, 멘토라는 것들 정말 역겹다했더니 결국은 가짜 진리와 위로라고 포장된 그 지혜의 말씀들의
실체가 드러나긴 하는구나 싶어요.
2020.11.24 16:13
전 목회자는 물질적 수입이 보장되어야한다는 의견은 반대합니다. 그분들 스스로도 직업이라고 생각안하시잖아요. 세금도 잘 안내시고. 그니까 생업들을 가지시고요. 주말에 하세요 주말에.
2020.11.24 16:16
네, 사실은 주중에도 가끔 교회일은 하겠지만 투잡이라도 해서 좀 니 벌이는 알아서 해라, 세금도 한 푼 안내는 너한테 내가 밥떠먹여주다니
미쳤니? 십일조까지 내라고 하면서 세금도 안내는 것들아, 세금도 안내면서 뻔뻔하게 남한테 수입의 십분의 일을 교회에 내라는 설교질까지 하는거
보면 아~ 진짜 용서가 안되죠. 게시판이라서 제가 많이 자제합니다.
아. 그리고 성경에 분명히 나오는데 예수님은 베드로한테 물고기 하나 잡으라고 하셔서 배갈라서 나온 돈으로 세금 내셨어요.
본인이 직접 물고기 잡으셨으면 좀더 좋았겠지만요.
그리고 바울은 천막 짓는 일로 알바(?)인가 뭔가 후원도 받았지만 나름 자기 일도 했다구요. 그런 건 설교에서 다 쏙빼고 말이죠.
별의별 소리로 돈내라고 돈내라고~~~~~ 돈타령이 대단하죠. 직간접으로,,,이 얘기 더하면 혈압올라서 안되요.
2020.11.24 16:43
2020.11.24 17:04
그런 낭만적인 컨셉으로 보기에는 현실이 너무 엽기적이고 범죄에 가까워서
힙합퍼도 지금 종교인들 중 비리가 드러난 사람들처럼 살았다가는 바로 추락할텐데요.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는데 전혀~ 힙합은 예술의 영역이고 물질주의를 추구해도 좋죠.
"도끼"처럼 돈많은 걸로 멋있게 스웩을 한들 누가 욕을 합니까. 그게 합법적인 선에서 이루어진다면요.
2020.11.24 18:04
2020.11.25 11:53
제가 혜민이 쓴 글이나 강연을 잘 안봐서 모르지만 사람들한테는 "무소유"나 마음을 비우고 살아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게 있다, 그런 식의 강연을 하면서 자기 인생은 풀소유를 해서 위선자라고 느끼는게 많은거구요.
그런 무소유의 철학으로 책많이 팔고 이런저런 강연하면서 고가의 강연비받은 상황이면 그 강연들었던 사람들은
배신감들지 않을까요?
지금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으로 의심되는 것도 있고
그러면 금전적인 손해를 직간접으로 본 사람도 있는거잖아요.
물론 사람들은 돈많은 사람에게 시기심이 있지만 연예인이나 백종원같은 사업가가 돈많이 벌었다고
기분 나빠서 욕하지는 않아요. 질투는 해도 말이에요.
아, 물론 요즘 사람들은 뭔가 비판할거리있는 유명인 하나 발견하면 "너 잘 걸렸다,
아주 잘근잘근 씹고 물어뜯게 줄께",라고 해서 마음에 안드는 사람 철저하게 온라인에서 집단 다구리를
하는 경향이 있는건 있죠. 그건 혜민 뿐 아니라 비난거리가 있는 모든 유명인이죠.
2020.11.25 17:20
저는 혜민을 잘 몰라요.
(검색해서)...혜민을 변호하는 입장의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한귀로 듣고 그냥 잊으셔도 됩니다.
혜민은 무소유를 설파하는 스님은 아니라고 합니다.
짧게 말하자면, 감당할 만큼만 소유하자.,,이런 의미같아요.
혜민이 풀소유라고 하는 것은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니 사람에 따라 다를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현각스님의 비판으로 인해 그의 위선이 확정(?) 되어졌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그들은 서로 화해하였습니다. ^^
(서로의 방식이 다른 것이겠죠.)
2020.11.24 18:44
2020.11.24 19:41
예수는 결혼도 안했고 부자도 아니었으니 목사들에게 신부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치가 그렇다치더라도
부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봤고 부자이기도 했으니 스님들에게 다 하지말라고 하는게 좀 너무하다 싶긴 합니다.
제가 다 겪어봤더니 부처만큼은 아니더라도 허무한 마음이 들긴 하더군요.
옳고 그름을 떠나 혜민 스님이 돈을 계속 벌고 싶다면 지금처럼 하면 안되는거죠. 이제 벌만큼 벌었고 손털때가 되었다 봅니다.
2020.11.24 20:58
다른 종교도 그렇지만 불교는 그 자체의 가르침이 원래 어떻건 한국에선 대중적으로 무소유나 무욕이 강조되는 종교로 여겨집니다. 혜민뿐만 아니라 TV에 나오는 많은 승려들이 소유, 집착을 버리는 해탈에 대해 강조했기도 하고요. 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집착을 버리면 머릿속이 맑아진다라는 얘기를 다들했으니...교회에선 무소유에 대한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여러분이 부자되는건 하나님이 복을 주신 덕입니다...라고 얘기하는데 그것과 불교는 가르침의 결이 많이 다르지요. 가뜩이나 종교인들에게 세속물이 드는 모습이 부정적으로 비춰졌는데, 민간인들에게도 세속의 물질을 내려놓으라고 강조하는 이미지로 비춰지는게 불교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듯 싶습니다. 이슈 전반을 관통했던 '풀소유'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된다고 봐요.
덧붙여 전 이런 소동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동서고금, 종교를 막론하고 사제들은 늘 세속과 동떨어진 존재가 되길 원하고 그게 종교의 비지니스 포인트잖아요. 원한다면 그렇게 해줘야죠.
2020.11.25 13:31
불교가 그렇게 청빈하기만 한 종교라면 전세계적으로 불교가 주류 종교일 때 만들어진 그 거대 사찰들과 당시의 최첨단 기술을 쏟아부은 화려한 벽화 탱화와 금을 입히다 못해 전체가 금일 때도 있는 불상들은 어떻게 가능했겠어요 ㅋㅋ 한국의 경우만 해도 고려시대 불교의 부패가 극심해서 조선은 초기부터 억불정책을 시도(실제로는 잘 이루어지진 않았으므로)했다는 게 교과서 수준에서도 언급되는 주류 학설인데요.
다만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란 게 아직 있다고 믿는다면(개인적으로는 저는 이쪽 입장이긴 합니다 현대 한국에서는 다른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폐단이 많기는 하지요) 그것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만 하고 설령 종교 보수주의자들이 완강히 거부한다 하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데, 자본주의 시대에 불교가 어떻게 적응해가고 종교로서 의미 있는 형태를 만들어가느냐 하는 문제가 결부되어 있는 거겠지요.
하다 못해 한국에 와서는 헌금하고 복 받아서 잘 먹고 잘 살자로 기괴하게 변형된 미국식 개신교만 해도 그 시작은 소박하게 살고 남는 것으로 이웃을 돕자는 청교도 정신이었는 걸요. 이런 맥락에서는 막스 베버가 다시 호출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거야 기독교 이야기고 불교는 또 불교대로의 가르침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역할을 하는 지점이 있겠지요.
힐링 트렌드는 이미 지나가고 있었는데 지나간 시장에서의 성공에 도취되어 현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엇나간 마케팅을 벌인 멍청함에 대한 "카르마"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