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껏 연애를 해오면서 여자분들의 이 말이 가장 싫었습니다.

 

"나를 위해"

 

연애를 시작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또 그것이 끝날 때까지 여자분들의 말 앞에는 항상 이 말이 놓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가 나를 위해 혹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기 위해 하는 수많은 질문과 요청들 말이죠. 아래 연애상담 글을 보면서도 자연스럽게 저 문장이 생각나더군요 .

남자가 이렇게 남자라면 나를 위해 기다려주고 달려와주고 생각해주고 연락해주었으면 한다는 . 그것을 통해 꼭 확인받고 싶다는 약속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그 약속을 어기는 남자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표상적인 이야기들을 걷어내면 언제나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은 남자이지,

사랑받고 있거나 확인받은 여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서사를 쓰는 사람이 '여자'인  것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야 하고 나를 얼마만큼 생각해주는지 알고 싶어하는 그 마음은 사랑받고 싶은 사람의 본능이겠지만

사랑받는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이 더 궁금해야하는 것은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방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 다다르고자 하는 자신이기도 한 것 아닌가요.

그러면 어떻게 자신이 발견한 생각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그 사람이 그냥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행동의 선택은 왜 다시 남자에게 넘어가는 걸까요?

 

사실 관계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를 위해" 와 "나를 위해" 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에게 선물을 하고 편지를 쓰는 이유는 "나"와 "우리"를 위한 것이지

오직 그대만을 위한 송가가 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런 너를 위한 행동이 지속되면, 그 행동을 하는 이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희생"이란 말로 그 노력을 포장하더군요 .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과 대화가 통하고  그 시간이 즐거워 더 많은 시간과 약속을 하는 것이 연애이고 , 그것이 단 한사람만의 감정과 행동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닌데

왜 한쪽이 한쪽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말이, 내가 너를 이만큼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많은 지 저는 사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절하입니다. 

 

특히 많은 이들의 상담을 보면, '그가 연락을 혹은 어떤 부분을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고 나를 신경써주지 않는다 " 라는 말은 많지만

정작 "내가 어떻게하면 이 그에게 언제쯤 연락을 해야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 와 같은 액션에 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난 여자니까 , 혹은 남자는 말이야 '라는 고정적인 성역할을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더 잔인합니다.

그 논리는 결국 '감히 여자가 말이야' ' 남자라면 ! ' 라는 말에 담긴 억압적인 고정관념과 다를바가 없잖아요.  

 

이것은 단지 "수동적인 소수의 여성분들"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언제나 자신을 사랑받는 대상으로 포지셔닝하는 어떤 태도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남자는 그 요구를 위해 응하고 행하며 노력하는 주체로 놓이고 "남친이 나를 위해 이렇게 해주었다" 라고 하는 여자가 보기에는 우위에 있는 듯하지만

단지 주체가 대상으로 삼는 "작업의 대상" "게임의 법칙에 놓인 상대방"으로 자신은 그칩니다. 결국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도 관계를 만드는 것도 사실상 남자가 되는거죠.

그런 식의 관계설정에서 여자는 관계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행복한 개인이 될 수 있지만, 사랑의 승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관계에서 더 많이 상처받고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은 더 '자신'을 고민하며 액션을 취한 쪽이아닌가요.  그것이 손익이라는 말로 따질수 있을까요.

 

 남자들이 그런 것에 응해주지 못한다면 사랑이 식은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 저는 연애에 있어서의 마음이 "자신의 쪽으로 와달라는 " 요청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건 각자가 있는 곳을 떠나 서로가 합의하는 지점에 다다르는 과정일뿐이죠.  무조건 상대방이 내 쪽으로 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난 이만큼 너를 위해 갔는데를 전제하는 것 같지도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있는 쪽으로 와주었으면 한다는 (그게 마음의 장소든, 실제의 장소든) 요구만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위한 것도 사랑을 위한 것도 아니고

결국에는 자신을 위한 관계일 뿐이죠.

 

결국 이 관계 서사에서 남자들 중에는 그러한 과감한 액션과 곤경과 자신을 극복하고,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한 왕자 처럼 자신을 생각하는 이가 있다는 겁니다.

(난해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동화책과 수많은 남성 중심적인 서사에서 주인공 남자가 취하는 그런 공주를 구하는 행동 말이죠 ) 자신이 어떻게 해서

이 여자를 꼬시고 이 여자의 마음을 돌려놓고 이 여자를 위해 나는 이렇게까지 했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가 나를 위해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해서 이렇게 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은 두 사람의 공동서사가 아니라 각자의 성취에 관한 서사일뿐이죠. 난 결국 공주를 구했다. 혹은 왕자가 나를 구했다.

 

저는 남자 여자 모두 서로가 이렇게 해주었으면 한다는 한쪽의 요청보다 (나를 구해달라는 말보다 ) 서로가 합의하고 각자의 곤경을 거쳐서

중간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의 연애고민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그 사람의 고민이기 때문에 한쪽의 이야기만 적힐 수 밖에 없는것이지만

결국 문제를 만든 것도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자신이 아니라 이 글 밖에 있는 상대방이라는 것은 너무 슬픈 결론 아닌가요.

 

 

 

 

P.S 이 글은 모든 여자들은 그렇더라 혹은 일베식의 여자들이란..식의 비난이 아니라, 연애에서 '우리'가 주체인 관계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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