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냥] 시대가 선택한 사람

2012.07.29 07:39

LH 조회 수:2352


역사를 살다보면, 아니 인생을 살아봐도 금방 알 수 있는 것. 인간의 삶에서는 때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대의 격랑'에 휩쓸리는 때가 있다. 개인이 노력하곤 애를 쓰건 아무 상관- 소용없이. 마치 시냇물이 던져진 개미처럼 둥둥 떠내려가는. 이것은 때로는 사납고 때로는 거침없으며, 어떤 때는 광기와 함께 하는 법이며, 이를 통해 그저 평범했던 사람을 단숨의 구국의 영웅으로 만들어놓기도 하고, 그 반대로 세상의 역적이자 시대의 본보기로 삼아 뭇매를 내리기도 한다.

 

이처럼 역사에게 선택받은 이에게는 언제나 참을 수 없는 고통이 함께 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았건만 사태는 진행되고 여기에 휘말려 마침내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이러면 안 된다, 위험하다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인간의 힘으로는 시대를 멈출 수 없다. 망가진 기차처럼 파멸을 향해 선로를 달려가는 수 밖에 없다. 죽는 순간까지.

그들은 운명을 원망했을까? 어쩔 수 없었다, 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고 내 책임이 아니다, 라는 오리발을 내밀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그처럼 역사의 격류에 실려 떠내려가면서도, 그러면서도 불가능한 꿈에 모든 것을 걸고, 내일 당장 멸망이 찾아들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하면서도. 또 자신의 모난 결점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럼에도 그 사람은 나아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마침내 찾아온 파멸의 순간에서도, 쏟아지는 냉혹하고도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자신은 옳은 일을 했노라고 고개를 들고 말할 수 있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었을까, 하고 한탄했다.
조광조의 파멸을 지켜보면서도 애달프고 마음이 아프다.

 

p.s :  중종 개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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