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잘 하시나요? 전 잘하고 싶지만 늘 못해서 속상합니다. 절친한 이들 모임만 가면 가장 하드코어한 농담을 해서 좌중을 뒤흔드는 케릭터임에도, 조금만 낯선이를 만나면 어느새 과묵한 케릭터가 되버려요.

이 말 저 말이 입안에서 맴돌지만, '벌써 이런 농담을 해도 되는건가?' 하고 갈등하는 사이 이미 그 말은 들어설 타이밍을 놓쳐버리더군요. 갑자기 대화가 끊기고, 분위기가 무섭게 굳어져가는 순간이면, 같이 웃을 수 있게 농하나 제대로 못치는 제가 한없이 원망스러워집니다. 

누굴 만나도 금새 남을 웃겨서 곧 친구가 되곤 하는 친구가 하나 있어요. 특히 처음 만난 여자 앞에 서면, 일단 자신의 토실한 외모를 소재로 상대의 횡경막을 흔들어 놓은 다음, 여자분이 딱히 기분나뻐하지 않을 놀림거리를 찾아서 끊임없이 놀려가며 긴장을 풀어가는 데, 이건 흡사 장인의 경지라 해도 모자람이 없는 수준;;; 늘 재밌는 친구라 어느 자리나 환영받는 건 물론이구요. 그런 그가 늘 부럽네요. 잘생긴 사람, 똑똑한 사람, 잘나가는 사람 보다도 같이 있을 때 재밌는 사람이 제일 먼저 보고싶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누구나 똑같이 웃기는 케릭터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어떤 자리에 가도 재밌는 이야기 한두개 정도는 거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농담의 기본은 나 스스로를 농담거리로 삼는 데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남에게 얕잡혀보여도 상관없다는 대범함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나, 남의 평가에 민감한 사람은 농담에 능하기 힘든게 당연하지 싶어요. 조금 덜 긴장하고, 조금 덜 무게잡고, 조금 더 가벼워질 순 없는 건지. 자꾸 자신을 감추고, 꾸미려 드는 저를 홀가분하게 놓아버렸으면 싶을 때가 많네요. 낯선이들과 편하게 농담 꺼내기까지의 시간이 더 짧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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