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어, 누나 이번 주초부터 체홉을 정독하고 있는 중이거든.
머저리누나>그래서?
머저리> 그는 이념형 작가가 아니었네. 해학 유머리스트로 만족한 것 같지도 않고 리얼리티를 무시하지도 않았네.
머저리누나> 음.  그의 세계관엔 상충하는 두 가지가 있다고 봐. 생존과 불행이라는 개념.
머저리> (경청)
머저리누나> 인간은 행복하게 설계된 존재가 아니므로 불행은 공기와도 같다는 것. (그의 시대는 더 그랬겠지.)
머저리누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기어이 살아남는다는 것. 그는 그  경이로움에 대해 썼다고 봐.

머저리> 흠. 불행한 사람들은 연대하지 않잖아? 그런데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연대의 방법을 아는 것 같던데?
머저리누나> 그렇다고 그 연대가 변혁을 가져오진 않았지. 연대의 노선이 혁명의 노선을 대체한 것은 아니란 걸 보여줬어.
머저리누나> 여론이 사라진 시대엔 혁명의 노선도 들어설 수 없다는 것.
머저리> 아이고 어렵다.

머저리누나> 하지만 그는 약자 생존의 법칙을 잘 그려냈다고 봐. 자연의 법칙 중 가장 훌륭한 건 약자 생존의 법칙인 거고.
머저리> 2021년의 우리도 아직 그 지점 어딘가에 있는걸까?
머저리누나> 아마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런저런  삶의 바깥으로 걸어나가 조명해보는 게 문학/예술의 사회적 역할인데 그걸 잘한 작가인거고.
머저리> 자기에게 주어진 판을  최선을 다해 살폈다는 느낌은 강해.
머저리누나> ㅎㅎ 등장인물들이 그 판을 깨는 아주 조용하고도 래디컬한 행위들을 보여주기도 했어. 더 읽어봐.
머저리> 쳇! 

머저리> 누나랑 까똑할 때면 육지 응석받이가 먼 바다에 나가 냉정한 어머니와 만나는 기분을 느끼는 거 알아?
머저리누나> 뭐 대양의 리듬을 느낀다는 고백으로 알아 들을게.
머저리> 어리광이 통하지 않는 냉정한 자연은 멀미를 유발하기 마련이야. 흥~

덧: 우리의 삶은 육지라는 확고한 바닥을 딛고 있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배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존재... 라는 말을 덧붙이려는 찰나 메롱~ 하고 사라져버렸.... 
누나란 존재는 동생에게 대체 무엇일까요.  -_-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61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67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923
114551 민주당의 삽질이 영.. [7] 고요 2021.01.17 1054
114550 [EBS1 영화] 오페라의 유령 [5] underground 2021.01.17 394
114549 동시성에 관하여 [7] 어디로갈까 2021.01.17 788
114548 [영화바낭] 전설의 액션 영화 '레이드: 첫 번째 습격'을 이제야 봤네요 [15] 로이배티 2021.01.17 650
114547 혼자를 기르는 법 [4] 가끔영화 2021.01.16 658
114546 변호인(2013) catgotmy 2021.01.16 371
114545 [뒷북] 오나귀, 에밀리 파리에 가다 - 게운함의 차이 [4] ssoboo 2021.01.16 615
114544 어둠의 표적 [2] daviddain 2021.01.16 486
114543 뤼팽 붐은 올까...에 대한 단상들 [3] 여은성 2021.01.16 756
114542 벌거벗은 세계사 - 설민석 없이 간다 [10] Bigcat 2021.01.16 1393
114541 다비드 [2] Bigcat 2021.01.16 661
114540 딥페이크 기술의 위용 사팍 2021.01.15 574
114539 캐스트 어웨이를 다시 보면서(여성의 존댓말) [1] 예상수 2021.01.15 514
114538 최근 플레이한 게임들 단평 [12] Lunagazer 2021.01.15 678
114537 듀나 게시판에 오랜만에 듀나님 글 (클리셰 사전 소식) [3] 토이™ 2021.01.15 1154
114536 그 와중에 박원순 전화는 유족에게 반환 [20] 먼산 2021.01.15 1201
114535 [영화바낭] 캐스팅 화려한 일본 호러 '온다'를 봤습니다 [7] 로이배티 2021.01.15 532
114534 박원순의 당시 정신상태 [19] 토이™ 2021.01.15 1660
114533 오늘 비소식이 있던데 .. [1] 미미마우스 2021.01.15 285
114532 감염병 전문가 김우주,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임상보고서 공개 그리고 [19] ssoboo 2021.01.15 14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