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6 00:30
간만에 극장 영화 보는 기분으로 몰입해서 각잡고 봤네요.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보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돈 많이 들인 액션영화가 몰입을 위해 갖춰야 할 게 다 갖춰져 있었어요.
저는 돈 많이 들인 한국 영화가 그동안 왠지 볼품없었던 게 만드는 사람들부터 자신들이 그런 걸 만든다는 감상에서 못빠져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승리호는 그런 게 없어요. 이 기획이 이야기를 먼저 만들고 어쩌다보니 돈을 많이 쓸 수 있게 된 건지 아니면 본격 SF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나름 괜찮은 얘기를 짜고 거기에 맞게 영상적 디테일을 넣고 그걸 잘 살리는 연출이 더해진 영화에요. 특수효과를 아무리 멋드러지게 넣는다고 한들 좋은 연출과 이야기에 얹혀진 게 아니면 정말 별볼일 없잖아요. 이 영화는 때때로 나타나는 특수효과의 아쉬움이 연출덕에 가려지는 수준이에요. 연구를 한 티가 이곳저곳에서 나더라구요. 장르영화에 늘 강했던 감독답게 헐리우드식 SF 활극을 잘 이해하면서도 공식들을 살짝씩 빗겨나가게 잘만들었네요.
특히 음향이 좋았어요. 영상이야 그렇다치지만 음향에서 정말이지 잘만든 헐리웃 영화같은 질감이 나더라구요. 음향, 음악, 대사가 골고루 또렷하게 들리면서도 입체감도 살아있어서 몰입감이 좋았습니다.
의외로 젠더 균형이 굉장히 좋아요. 젠더 균형을 일부러 맞추는 건 그 자체로 정치적인 메시지잖아요. 하지만 이 대격돌의 시대에도 그렇게까지 부담이 생기진 않을 거 같아요. 솔직히 서구에서 만든 왠만한 영화보다도 젠더에 대한 균형감이 훨씬 세련되게 입혀져 있어서 그게 균형을 맞춘건지 알아채지 못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젠더 균형을 맞추려는 영화들이 딱 이 정도 느낌을 가져줬으면 좋겠네요. 영화적인 완성도와 관계 없이 요즘 영화들은 이런 부분에서 너무 서투르기도 하고 너무 어조가 강하기도 해서 좀 피곤하더라고요.
이게 극장에서 개봉했으면 인기가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넷플릭스에는 딱 맞는 컨텐츠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영화도 뭔가 고유의 경향이 있는데 이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면서도 그 감성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네요. 마침 한국발 컨텐츠가 고평가를 받는 시절이니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해 봅니다.
2021.02.06 01:03
2021.02.06 01:15
저보다 영화를 훨씬 꼼꼼하게 보셨군요. 저는 모처럼 보는 극장형 영화라 더 재미났던 거 같기도 합니다. 대체로 음향 만족스러운 와중에 저도 업동이 음성만 좀 아쉽긴 했어요. 저는 되려 한국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봤는데 제가 너무 한국사람이라 그런지도요. ㅎ
2021.02.06 01:20
그냥 제 편견일지도 몰라요. 뭔가 다른 조연들과 한국인 배우들의 연기가 잘 안붙는 느낌도 강했어요. 설국열차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조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인 연기자들과 몇몇 외국인 연기자들의 레벨이 좀 많이 차이나서 그런거 아닌가 싶기도하고요 ㅋ 외국인 연기자들끼리의 장면에서는 간혹 서프라이즈st 순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ㅋ
2021.02.06 01:32
저는 번역기 설정이 언어의 어색함을 빗겨갈 뿐 아니라 다언어적인 균형도 살리는 좋은 방법으로 보이더군요. 콩깍지인지 저는 ‘한국에서 나온 이런 영화’ 범주는 지났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작품성으로 밀도가 높은 영화들하고 지향점이 다르긴 하죠. 그점에서 쾌적하게 잘 만들었더라구요. 하지만 이 영화가 잘된다고 한국에서 SF가 더 만들어지지는 않을 거 같아요. ㅎ
2021.02.06 02:02
cg비용도 급속도로 싸지고 있어서 전 그래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 우리가 그래도 일절이절로 안끝내고 기어코 뇌절까지 가는 민족 아니겠습니까. SF붐은 옵니다!!!!!
2021.02.06 01:45
재생해놓고 습관적으로 영상 정보를 확인하는데 사운드 채널도, 해상도 정보도 안 보이길래 아 뭐야 또 구리게 올려놨네... 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확인해보니 돌비 비전이더라구요. ㄷㄷㄷ 화면빨도 좋고 사운드도 아주 좋았습니다. 한국 영화가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극장 개봉을 못한 한을 이렇게 풀었나 싶더라구요. ㅋㅋㅋ
저도 루나게이저님과 비슷한 부분들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좋게 봤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할만 했어요. 만드는 사람들이 '한국에서도 이런 거 만든다!!!'는 마음을 티내면서 만들면 영 별로지만 그게 아니라 보는 사람들이 '한국에서도 이런 걸 (잘) 만들었네?' 라고 생각하면서 보는 건 나쁜 일이 아니지 않나 싶구요. ㅋㅋ
2021.02.06 01:50
저는 이 영화에서 제일 놀라운 게 음향이었습니다. 업동이 목소리가 잘 안들리긴 했지만 서도 ㅎ
좋은면에서도 나쁜면에서도 한국영화였던것 같아요. 뭔가 짠내나는 한국식 캐릭터들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유해진님하고 송중기님은 좀 겉도는 느낌이었습니다. 송배우는 많이 아쉽더라고요. 좀 미스캐스팅아닌가 싶기도하고요 유해진님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더빙이 잘 안붙더라고요.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서 부르주아 돼지를 죽창으로 찌르는 내용은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그 미래에도 너무 국가정체성이 강하게 남아있는거 아닌가 싶어서 좀 의아하기도하고 메카들역시 좀 디자인의 일관성이 없지 않나 싶었어요. 김태리 배우의 설득력으로 무장한 딕션이 많이 영화를 살렸고요. 청소년물 정도의 수위에서 장르물의 특징을 잘 잡는 감독님의 연출도 괜찮았습니다. 플롯의 구멍이나 우당탕하다가 한방에 만사해결식의 결말이야 뭐 이런 영화들에게는 흔한거니까 큰 흠은 아니겠습니다만 극의 템포는 좀 너무 왔다갔다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거창한 지구구원이야기보다는 소소한 이야기에서 확장해나가는 미니시리즈가 좀 더 어울렸을 것 같기도하고요. 아역 연기지도는 홍길동 때도 느꼈지만 감독님이 참 잘하시는것 같아요. ㅎ
암튼 전체적으로는 조금 아쉬운면이 더 많았어요. '우리도이제이런영화를' 가산점이 들어간다면 모를까. 당장 비슷한 구성의 카우보이 비밥이나 파이어플라이 익스팬스 등의 TV sf와 비교해봐도 그렇게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것 같아요. 쓸만한 초석을 놓은 것에 만족해야겠지요. 그래도 승리호가 성공해서 앞으로 비슷한 영화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