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친구

2021.02.01 19:29

은밀한 생 조회 수:497

신나는 펜팔 친구 같은 사람이 한 명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 이해관계 없이 순수하게 오직 정신적 믿음으로만 지속되는. 서로 털어놓는 눈물과 미소가 매우 균형적인. 여기서 이 ‘매우 균형적인’ 이거 너무 어렵죠.
게다가 세상이 어둡고 잔인하니까 내가 털어놓은 이야기가 나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지 모르는 거고. 정작 펜팔을 해본 적은 없어요. 이것도 일종의 로망이겠죠?

어제부터 코가 너무 막히고 몸이 꽤 힘든데.
워어 오늘 무슨 날인가 대략 10여명의 지인+친구+가족들이...

세침검사하고 물 뺐어, 나 갑자기 식은땀, 나 돈까스 먹고 체함, 나 아무래도 정신과 가볼까봐, 나 그게 가스라이팅이란 거 이제서야 알았어, 엄마가 변변치 못해 미안하다 막내야... 나 왜 이거밖에 못 그림, 나 얼굴 좀 대칭 안 맞지 않음? 사실 나 어릴 때 죽고 싶다 늘 생각했거든. 같은 내용을 털어놓는데. 마음 아프고 또 아프고 또 아프고 그러다보니 뭔가 머릿속이 너덜너덜한 기분이에요.

“나 사실 오늘 몸이 좀 아픈데 왜 이러지.”
오늘 이 한마디 할 사람이 없단 게, 지금 이거 지금 저 좀 이거 좀 뭐 좀 성격 이상한 거죠. 그들이 내 푸념을 듣고 차갑게 굴 인물들도 아닌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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