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제가 쓴 글을 다시 찾아봤는데..

일단, [회사바낭] 이라는 머리글로 글을 쓴게 2014년부터군요. 물론 그 전에도 회사 이야기는 썼지만요.



1.

대리 승진하고 여기저기 이력서도 올리고, 헤드헌터도 만나보고 면접도 보고 했는데 정작 이직을 못했어요.

급여는 대충 맞춰주는데 근무지가 문제였죠.

지금이야 적응해서 괜찮지만, 그때는 서울에서 더 멀어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 했거든요.

사실 지금도 부모님이나 친인척, 친구들이 다 서울/수도권 살아서 멀어지면 덜 보게 되겠지만요.


과장 승진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때 '그분'과의 갈등이 한참이었던때라 아내 말로는 '그만둘까' 라는 말을 제가 습관적으로 하고 있었대요.

그렇게 몇년 버티면서 이직할까하고 이력서 업데이트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던 와중에 회사가 망했습니다.

구조조정 및 탈출로 저희 회사 출신들이 시장에 우르르 쏟아지는 와중이라 쉽지 않더군요.

그때는 이직 보다는 생존이 우선이었으니까요.


이직을 자주 생각했지만, 실제 액션이 있었던것은 딱 2번이네요.



2.

저희 회사는 순혈주의가 알게모르게 강합니다.

회사가 망해서 구조조정할때도 결국 살아남은건 순혈들이었죠.

회사에 대리, 과장때 이직해서 십수년 근무한 부장들도 우선적으로 나가시더군요.

망한 사업부 싹 정리할때 우선적으로 복귀한것도 순혈들이었고요.


동종업계 회사가 한참 투자하면서 인원을 많이 빼갈때 윗분들이 하던 이야기가...

"거기가서 연봉 500-1000 더 받고 성과급 받고 해봐야 일찍 잘리면 무슨 소용 있냐" 였어요


아니 그런데, 싸이닝 연봉도 500-1000 더 주고, 성과급도 1000-2000씩 받으면 몇년 일찍 잘린다고 해도 총 수령 급액이 비슷하면 짧게 다니는게 더 나은거 아닌가???



3.


저희 회사 급여 수준은, 대충 인터넷에서 도는 대기업 싸이닝 연봉이랑 비교해서 많이 차이나지는 않아요.


"지난해 (2019년 1월 조사) ▲대기업 3576만원 ▲중견기업 3377만원 ▲중소기업 2747만원이었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이 올해는 ▲대기업 3,958만원 ▲중견기업 3356만원 ▲중소기업 2834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인쿠르트 조사)


라고 하던데, 저희 회사 신입 초봉이 대충 대기업-중견기업 사이 받는다고 알고 있거든요.

물론, 대기업은 성과급이나 수당이 더 붙지만 저희는 그런것 없습니다.


그리고 과장까지는 얼추 크게 차이 안나게 올라가다가 차장부터 차이가 확 벌어집니다. 이제 잡혀서 갈데 없는 물고기한테는 더 줄필요 없으니까.


제가 결국 이직을 안한것도 '어디가면 이정도 받을 수 있을까?' 라면서 스스로 제한을 걸었던 탓도 크겠죠.

저희 회사 출신들이 많이 이직하는 회사들로 못간건, 제 능력의 부족과 인맥의 부족. 그리고 노력부족일테고.



4.


이전에 있던 팀에서는 ''그분'과의 갈등 + 매너리즘' 으로 고민했다면.. 

지금 있는 팀은 '경영진의 의도 파악 + 팀장으로서 책임감'으로 고민합니다.


회사에 애정이 있는가? 아니요... 오너도 우리한테 애정이 없는데 왜 고용인은 회사에 애정을 가져야 할까요.

동료들에게 애정이 있는가? 속썩이는 팀원들이지만, 그래도 제가 때려치고 나가서 이 자리를 이 업무를 모르는 사람이 왔을때 이 친구들이 고생할거 걱정은 됩니다.

회사가 또 망할것 같나? 그런 말들 여기저기서 쉬쉬하면서 하지만, 그건 이 회사를 길게 다녀서 이 회사의 기존 환경과 분위기에 익숙한 사람들의 생각이고, 의외로 오너가 하는 일이 회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죠.  혹시 제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십수년 몸 담았던 곳이 망해서 없어지고 알던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건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37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4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740
114300 기적이네요! 제가 시나리오 윤색 작업을 하고 배우로 출연한 남승석 감독의 <감정교육>이 방콕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수상했어요! ^^ [12] crumley 2020.12.19 843
114299 경축)홍세화 조선일보 1면 등극 [8] 사팍 2020.12.19 1377
114298 한가람 미술관 근처 맛집 추천바랍니다 [3] daviddain 2020.12.19 874
114297 2020 New York Film Critics Online Award Winners 조성용 2020.12.19 356
114296 [게임바낭] 듀게 메인게시판 도배를 끝내려고 합니다 [26] 로이배티 2020.12.19 1074
114295 Life goes on [10] 어디로갈까 2020.12.19 991
114294 대륙의 새로운 괴식... [1] 예상수 2020.12.19 575
114293 [넷플릭스바낭] 데이빗 핀처의 더 옛날옛적 헐리웃 이야기, '맹크'를 봤습니다 [10] 로이배티 2020.12.19 744
114292 글 고치다 날려서ㅡ지옥의 묵시록 조금 더 [3] daviddain 2020.12.18 306
114291 이거슨 개 산책 시키는 사진인가 개장수 사진인가 [9] ssoboo 2020.12.18 1432
114290 [회사바낭] 과잉교정인간 [11] 가라 2020.12.18 834
114289 또라이 제로 조직 [3] 예상수 2020.12.18 490
114288 [영화바낭] 구로사와 기요시와 봉준호가 그렇게 좋아한다는 '보스턴 교살자'를 봤습니다 [6] 로이배티 2020.12.18 1100
114287 즐거운 성탄절과 연말 연휴를 보낼 수 있겠죠? [6] 왜냐하면 2020.12.18 534
114286 코로나가 계속 퍼질 수 밖에 없는 이유.... [9] herbart 2020.12.18 1252
114285 엄마가 대장내시경 결과 대장암 초기일 수 있다고 하네요. [22] 산호초2010 2020.12.18 1263
114284 (기사) 변창흠, '구의역 김군'에 "걔만 신경썼으면 아무일 없었다"…위험한 노동관 [5] 잠시만익명사용 2020.12.18 764
114283 거리두기 일상...(빵집) [2] 여은성 2020.12.18 525
114282 비 자발적 아침인간, 일대신 산책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13] Kaffesaurus 2020.12.18 796
114281 윤미향 의원의 자기과시욕 [4] 먼산 2020.12.18 9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