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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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입니다!)



 - 배경은 홍콩이 아닌 마카오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주 낡아 보이는 문짝을 두드리는 두 남자가 보여요. 한참 뒤에 겁에 질린 표정의 여자가 문을 열고, '우 집에 있나요?'라는 질문에 온 표정으로 '우쒸 망했다'는 티를 내며 '그런 사람 없어요'라고 답하는 여자. 두 남자는 '집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뜨죠. 근데 바로 또 다른 두 남자가 문을 두드리고... 같은 패턴의 반복. 두 남자 2인조는 집앞 공터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보아하니 먼저 온 둘은 그 '우'라는 놈을 죽이러 온 것이고, 나머지 둘은 그를 지켜주기 위해 온 것 같아요. 그러고 그들은 그냥 그 공터에서 밤을 지내죠.

 다음 날 아침, 잠시 후 그 '우'가 도착하고. 죽이러 온 두 남자가 그 뒤를 따라 집에 들어가는데...



 - 일단 제목에서 패기 넘치게 '보세요 여러분!!' 이라고 적어 놓긴 했는데. 사실 어그로입니다? ㅋㅋㅋ

 ...는 농담이고. 격하게 호불호가 갈릴 영화에요. 좋아할 사람은 찬양하고 싫어할 사람은 격하게 싫어할 류의 그런 영화죠. 그저 제 취향에 맞았을 뿐.


 그러니까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현실성 같은 건 고이 접어 날려 버리고 그냥 시종일관 감독 맘대로 하고 싶은 거 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감독이 하고 싶었던 것은 1. 서부극 2. 화려한 액션을 동반한 80~90년대 홍콩 느와르 정서 재현...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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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차림새와 들고 있는 총, 그리고 슬쩍 보이는 배경을 보시죠. 딱 봐도 서부극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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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사나이들의 뜨거운 의리!!! 가 느껴지는(?) 사진 한 장. ㅋㅋ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정서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짤이기도 하구요.



 - 근데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가 큰 부분은 바로... 스토리가 도통 말이 안 된다는 겁니다. ㅋㅋㅋ

 현대 마카오를 배경으로 어떻게 해야 서부극 같은 내용을 만들 수 있을까... 를 생각해보면. 뭐 열심히 머리 굴려서 이것저것 짜맞추면 얼추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런 거다!!!' 로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해요. 이게 이 영화에 대한 평을 가장 크게 갈리게 만든 요소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 영화 속엔 '엑스트라'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마카오 도심에서 총격전이 몇 번을 벌어져도 화면에 담기는 건 총격전의 당사자들 뿐, 시민들이나 경찰의 모습은 얼씬도 하지 않죠. 도심에 위치한 몇 층짜리 호텔이 배경으로 나와도 그 호텔 안에 존재하는 건 딱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인원 뿐, 그 외엔 스쳐가는 사람 조차 없습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고급 식당 역시 일반 손님은 제로. 모두 이쪽 편 아니면 저쪽 편이구요. 엑스트라가 있긴 한데 그게 모두 다 '총잡이 1~20' 과 같은 역할이에요. 일반 시민 제로.


 왜 이런지는 분명합니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주인공의 행동들은 모두 현실 세계에선 벌어질 수가 없고 벌어져도 영화 속과 같은 식으로 전개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그냥 '현실'을 제거해 버린 거죠.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만들어서 배치해 놓고 나머진 모두 다 제거해버리는 뻔뻔스러움. 이게 맘에 들거나 납득 가능한 사람들만 좋게 볼 수 있는 영화...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과감한(?) 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주인공 패거리의 뜨거운! 쏴나이의!! 우정!!! 을 표현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에요. 설명이 없습니다. ㅋㅋㅋ

 이들이 '우'에게 왜 그리 집착하는지는 시작 부분에서 정말 짧게, 한 문장씩만 던져질 뿐 디테일이 없어요. 죽이겠다고 찾아온 녀석들도 도와주겠다고 찾아온 녀석들도 어느 순간 진짜 맥락 없이 갑자기 다 뜨겁게 뭉쳐서 하나가 되고, 그게 그냥 끝까지 갑니다. '그냥 그런 거니까 따지지 말고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정서만 즐겨라' 라는 식인데, 역시 이게 납득 불가능한 분들에겐 느끼하게 똥폼 잡는 개연성 개판인 영화가 될 수밖에요. 진짜 시작부터 끝까지 징~ 하게 폼을 잡거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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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가 이 장면까지 도달하면 진심으로 잠시 어이가 없어집니다. 레알 찐 서부극! ㅋㅋㅋㅋ)



 - 이 와중에 제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이유는 그래서 뭐냐면요.


 개연성을 다 내던지고 포기해가면서 감독이 선택한 것들. 그러니까 서부극 분위기, 90년대 홍콩 느와르식의 낭만과 똥폼, 그리고 화려한 액션들. 이것들이 모두 최상급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부분들을 과감하게 포기한 대신 자기가 진짜 하고 싶었던 부분들은 정말 제대로 해 낸 거죠.

 말도 안 되고 황당하지만 영화 속 서부극 분위기는 시종일관 정말 낭낭하게 흘러 넘치구요. 쏴나이들의 똥폼들은 충분히 간지가 나고. 대여섯번 정도 펼쳐지는 총격전 장면들은 다들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들을 한 두 가지씩 품고서 멋진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심지어 몇몇 장면들은 아름답다는 느낌마저 들어요. 리즈 시절 오우삼이 와도 울고 갈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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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보면 상당히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참 멋집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전체적으로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와는 아주 거리가 먼. 엄청나게 잘 만든 괴작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위에서 얘기했던 영화의 주력 포인트들이 본인이 취향에 맞으신다면 필견. 그게 아니라면 걍 멀리하시는 게 좋아요.

 물론 전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ㅋㅋㅋ 이런 훌륭하신 양반을 몰라보고 살아온 지난 세월이 살짝 후회될 정도네요.




 + 두기봉 영화들을 한 달 동안 이것저것 막 몰아서 보다 보니 어느 순간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보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듭니다. 매 영화마다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다 단골 출연들이라. ㅋㅋㅋㅋ 이 영화에서 그나마 신선했던 캐스팅은 황추생이었네요. 황추생이 두기봉 영화에 안 나왔다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본 영화들 중에 처음이었다는 얘깁니다. 아직 몇 개 안 봐서요.



 ++ 그냥 사나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지만 굳이 주인공을 하나 꼽는다면 황추생이 맡은 캐릭터인데요. 혼자서 압도적으로 나이가 많은(...) 가운데 멋진 모습 보여주시구요. 중간에 배우의 혈통과 외모를 이용한 드립이 한 번 나옵니다. 워낙 인상이 강하시긴 하죠. ㅋㅋ



 +++ 근데 어쩌다 넷플릭스에 몇 편 있어서 몰아 보고 있긴 합니다만, 두기봉 영화들이 vod 서비스에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전에 듀게에서 추천받았던 이 분 대표작들 중 절반 이상은 iptv에도 없고 유료 다운로드 서비스에서도 찾기 힘들더군요. 어쩌다 홍콩 영화가 이렇게 비인기 아이템이 되었는지.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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