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영화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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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엑스 세대!!!)



 - 멀쩡히 잘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주변 인물을 살해하고 목을 엑스자로 그어 버리는 괴상한 살인 사건이 갑자기 다발적으로 일어납니다. 범인들은 아무 계획 없이 무심한 듯 시크하게 일을 저지르고, 저지른 후에 아무 자각 없이 지내다가 금방 체포됩니다. 그리고 체포된 범인들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구요. 경찰은 이 사건들을 쭉 언론에 비밀로 했기 때문에 이게 무슨 유행을 탄 모방 범죄일 리도 없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황당한 일이죠.


 그 사건들을 쫓는 형사로 야쿠쇼 코지가 등장합니다. 나름 유능하고 똑똑한 형사에요. 집요하게 수사하고 머리를 굴려서 저 말도 안 되는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사건에 뭔가 가설을 세우고 그걸 추적하기 시작하죠. 그런데 이 양반에겐 한 가지 불길함이 드리워져 있으니... 바로 아내입니다. 아내는 정신적으로 큰 질환을 앓고 있고, 그래서 형사 일 하랴 집에 가서 아내 수습하랴 주인공은 고통의 나날이죠. 더군다나 이 고통은 끝이 없어 보인다는 거.


 그리고 동시에 '어떤 남자'가 등장합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아무 것도 몰라요... 라는 괴상한 상태로 떠돌아 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그래요. 당연히 얘는 이 괴상한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고... 근데 도대체 이 남자의 정체는 뭘까요. 저 괴상한 살인 사건은 어떻게 이 남자와 얽혔을까요. 남자가 뭔가 한 거라면 뭘 어떻게 한 것이며, 그걸 우리 야쿠쇼 코지 아재는 어떻게 증명하고 어떻게 잡아 넣나요. 사건 해결은 커녕 식구 건사는 가능할까요. 등등의 궁금증이 쏟아지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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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한국에서 유명했던 일본 영화들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이 분. 오랜만에 보니 반갑더군요.)



 - 구로사와 기요시의 데뷔작은 아니지만 마치 데뷔작 같은 취급을 받는 작품이죠. 이 영화 이전의 작품들은 이 감독의 필모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기도 하고. 이 '큐어'로 시작된 호러 3부작(+회로, 절규)이 가장 유명하면서 인기 많은 작품들이기도 하구요. 뭐 정작 감독 본인은 나중에 '이제 호러는 질렸엉!' 하고 드라마 장르로 선회해버렸고 그 쪽으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만. 


 근데 뭐 여러모로 '대표작'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감독의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자, 팬들이 꼽는 최고작으로 종종 회자되는 물건이기도 하고, 또 감독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나 감성 같은 게 알아 보기 쉽게 고루 들어가 있거든요. 



 - 원경으로 인물에게서 거리를 좀 두고 잡은 롱테이크가 많이 들어갑니다. 평범한 풍경을 황량하고 불길한 느낌이 들도록 잡아내는 센스가 괴이하구요. 느릿느릿 그렇게 별 일 없는 무언가를 보여주다가 그대로 난데 없이 과격한 장면이 뙇! 하고 터지는 순간 점프컷으로 다른 평온한 장면으로 뿅. 이 패턴이 자주 쓰이는데 이걸 몇 번 보고 나면 나중엔 롱테이크만 시작되면 조마조마해집니다. 평온하면 평온할 수록 더더욱 불안, 초조. ㅋㅋㅋ 


 당연히 잔혹한 폭력 장면들이 나옵니다. 다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패턴으로 늘 정말 짧게 치고 빠지기 때문에 감당 난이도는 높지 않구요. 하지만 늘 서프라이즈를 동반하며 등장하기 떄문에 임팩트는 3배 이상이라는 느낌. 음. 나름 시간 들여 보여지는 장면도 있긴 있네요. 딱 한 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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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만 해도 상당한 '깜짝 놀랐지?' 씬입니다. ㅋㅋㅋ 그런데... 다시 보니 저 패션, '트릭'의 나오코 시그니쳐 패션이네요. ㅋㅋ)



 - 도입부에서는 뭔가 잔혹 19금 버전 샤말란 영화를 보는 기분도 듭니다.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무심하게 툭 던져 놓고 '저걸 어떻게 해결해???'라는 생각에 확 집중하게 되는 식의 스타트가 비슷해요. 샤말란 영화들마냥 그 도입부의 미스테리가 매혹적이기도 하구요. 


 샤말란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그 미스테리가 금방 풀린다는 겁니다. 1시간 50분 분량의 영화에서 50분만에 우리의 코지 형님이 거의 확정적인 가설 하나를 제시하고 정말 그게 답이에요. 샤말란이었음 엔딩 3분쯤 남겨놓고 회심의 반전으로 제시했을 걸 그렇게 일찍 던져버린 후에 영화가 진짜로 집중하는 건 '과연 이게 해결이 가능할 것이며 주인공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라는 부분입니다. 과연 사회 정의는 실현될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과 그 아내)은 무탈히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인가!!!!?


 ...다만 전 좀 안 좋은 방향으로 샤말란스럽단 느낌도 살짝 받았어요. 뭐 무리수 반전 같은 건 없는데, 매혹적인 스타트에 비해 그에 대한 설명은 좀 매력이 떨어지거든요. 특히 마지막에 밝혀지는 내용 같은 건 아주 전형적인 일본 호러물스런 설명이었고,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영화도 하나 있고 그렇습니다.



 - 그래도 막판까지 특유의 불쾌함과 불길함, 서스펜스는 잘 유지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암튼 엮이면 주변 사람을 살해하게 만드는 마성의 남자. 그리고 마침 주변에 죽일만한 사람을 하나 구비하고 있는 주인공이 그 남자를 쫓는다는 구성이니 구경하는 관객 입장에선 님하 제발 그놈을 만나지 마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이야기가 능수능란하게 관객들을 약올려댑니다. 둘이 한 번에 확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그것도 관객들을 헷갈리게 만들어가며 관계를 발전시켜 가거든요. 게다가 중간에 사람들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틀어버리기도 하구요. 마지막에 설명되는 진상이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런 사람들도 결국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암튼 그래서...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만 보여주면서도 관객들을 불안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재능의 남자, 구로사와 기요시의 대표작이잖아요.

 일본 호러 팬이라면 꼭 보셔야할 작품이죠. 볼 길이 마땅치 않긴 하지만(...)

 시종일관 완벽한 걸작 같은 건 아니지만 충분히 수작에 개성 면에서나 임팩트 면에서나 상당히 강렬한 작품이구요. 

 인간성이라든가 일본 사회, 혹은 그냥 현대인들의 심리 상태 같은 데 관심 많고 분석하기 좋아하는 분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냥 호러 좋아하시면 보세요. 구하실 수 있다면... orz



 + 그래서 전 어떻게 봤냐면요. 도대체 vod를 파는 데가 한 군데도 없단 말인가!! 하고 짜증내며 유튜브까지 들어갔다가 팔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스크롤을 내리다가 영화를 통째로 그냥 올린 나쁜 분을 발견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쓰미마셍. 고멘나사이...; 

 근데 화질은 360p에 자막은 영어만 나와요. 자막 해석하며 보느라 중간중간 멈추고 사전 찾고 난리를 쳐서 온전한 감상이라고 할 순 없겠습니다. ㅠㅜ



 ++ 사실 야쿠쇼 코지의 연기도 좋지만 이 영화를 제대로 살린 건 '그 남자' 역을 맡으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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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비주얼 쪽으로 압도하는 느낌은 없는데, 자칫하면 바보 같고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비현실적 캐릭터를 되게 기분 나쁘게 잘 살려내시더군요.

 제 취향상 이런 류 스릴러의 빌런들을 수백명은 봐 온 것 같은데 이 정도면 탑클래스에 넣어줘도 무리가 아닐 정도.



 +++ animal ma... (스포일러 될까봐 ㅋㅋ) 라는 개념의 존재를 이 영화로 처음 알았습니다. 영어 자막으로 보다 보니 열심히 사전을 찾아봤는데 실제로 있는 개념이라서 더 놀라웠던. ㅋㅋ 하지만 그에 뒤따라 나오는 모 인물의 이름은 많이 들어서 알고 있었죠. 주인공이 '그게 뭐꼬!!?' 하고 물어보러 다니는 걸 보며 아 저 아저씨 게임 안 하고 사시나보다... 했죠. 21세기였음 그 자리에서 바로 핸드폰 검색이라도 했을 텐데, 역시 20세기란...



 ++++ 영화를 보다가 문득 기타노 타케시의 명언(?)이 생각났어요. 가족에 대해서 대략 이런 드립을 쳤었죠. 아무도 보는 사람 없을 때 몰래 밖에다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들이라고.



 +++++ 이 감독의 호러들 중 iptv vod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화로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감독이 막 주목 받으며 확 뜨던 시기에 내놓은 3연작에 비해 덜 주목 받는 느낌입니다만. 만듦새나 재미로 따졌을 때 이 영화에 크게 쳐지지 않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불쾌하고 기분 나쁜 류의 일본 호러/스릴러 좋아하시면 한 번 보세요. '큐어'를 보고 싶은데 볼 길이 없다... 라는 경우에 대체재로도 괜찮습니다. ㅋㅋ

 보시고 맘에 드시면 소노 시온의 '사랑 없는 숲'을 보시고 비교해 보셔도 재밌을 겁니다. 같은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건데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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