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9 13:18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의미없는 푸념임을 미리 밝히는 바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아이템 기획(어? 그 정도는 아닌데)
2. 생각보다 투자금액이 많이 들어감(타부서에서 상당히 짜증냄)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 승인(대표이사님 회사에 돈 없잖아요...)
4.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프로젝트 진행(음...진짜 그정도는 아닌데)
5. 억지로 오랜만에 최선을 다함 (일하기 싫은데...)
6. 투자금액의 절반이 이미 지출됨(아.. 이거 끝까지 하겠구나.. 진짜 그정도는 아닌데)
7. 10월달에 재무팀에서 나머지 절반을 홀딩시킴 (어 혹시?)
8. 대표이사 호출 (그럼 그렇지..)
예상과는 달리 투자금을 줄여서 어떻게든 원안대로 진행할 것을 명 받았습니다.
여기서 메이드 못시키면 제 커리어가 무너질것만 같고, 억지로 메이드시켜도 언젠가는 무너질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투자없이 아웃풋이 좋을리가 없으니까요.
커리어야 뭐 별거 없으니 그렇다치고 그냥 더 하고 싶지가 않네요.
제 기질상 편법으로라도 마무리할텐데 이번 건은 아무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단순히 외부적 장애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쩐지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엑셀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 늙은 차가 된 기분입니다.
함정에 빠진거 같기도 하고,
다시 마음의 고요함을 찾고 싶은데 일과 삶이 분리가 되지 않네요.
균형 감각을 잃은 것 같아요. 이러다가는 허무함이 과잉될 것 같아 글 남겨봅니다.
두서없네요. ...요즘에 사과를 너무 많이해서 두서없음에 딱히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을께요.
두서가 없어 유감입니다.
2020.11.19 14:11
2020.11.19 14:51
나는 원하지 않았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구렁텅이에 있는 기분. 사실 태어난 것도 제 의지는 아니었죠. 인생 자체가 근본적으로 함정이네요. ㅎㅎ
위로 감사드립니다.
2020.11.19 14:16
힘 내세요.... 이 말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힘낼수 밖에 없으니까요. ㅠ.ㅠ
2020.11.19 15:01
기초대사는 해야하니까 힘을 내고는 있습니다. ㅎㅎ
로빈 윌리엄스가 it's not your fault하면서 다가올때 I know ㅋㅋ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기가 힘드네요.
2020.11.19 16:58
저도 글을 읽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없지만 정말 어떤 말을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너무나 큰 고통이고 좌절인데 직장에서는 드러낼 수가 없으실거잖아요.
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손이라도 잡아드리는 마음입니다. 아래 글에서 과분할 정도로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저는 위로할 말을 찾지를 못하겠어요.
2020.11.19 14:31
양심에 따르려니 현실의먹고사니즘이 걸리고 현실의 먹고사니즘에 따르자니 양심이 걸리는 걸까요
2020.11.19 15:03
조금 결이 다르긴 해요. 그냥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
인식하지 못하는 깊은 우울이 이제 조금씩 넘쳐 흘러 보이기 시작할 때. 무시할 것인가 들여다 볼것인가...그런 문제인 것 같습니다.
2020.11.19 17:07
과도한 예산의 프로젝트를 승인한 것도 대표이사고 중간에 예산을 깎은 것도 대표이사인데, 담당자가 뭘 어쩌겠어요. 하지만 의욕이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그럴땐 에휴 니 회산데 니 마음대로 하렴 해야죠.
2020.11.20 11:29
케이스는 다르지만, 진짜 비슷한 경우를 저도 두 달 전에 겪어서 쓰신 상황이 너무 이해가 되고 모든 문장에 당시의 제 심정처럼 공감이 되네요.
'이번 건은 아무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단순히 외부적 장애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쩐지 제가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엑셀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 늙은 차가 된 기분입니다.
균형 감각을 잃은 것 같아요. 이러다가는 허무함이 과잉될 것 같아 글 남겨봅니다.'
그 일 이후로 사실 저는 마음속에서 일에 대한 의욕이 재건이 안 되고 있어요. 안타깝지만 여파가 조금 오래 가실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