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HPV, 페미니즘

2018.06.25 14:19

겨자 조회 수:4161

트위터에서 [메인트RT 하트] 린들님이 올린 HPV 백신과 자궁경부암 관련 내용이 틀립니다. 여기에 대해  '월급도둑고양이 엑스아미냥, M.D.' 님이 차분하게 트윗을 하고 계시네요.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답답해서 씁니다. 왜냐하면 페미니스트인 것 같이 보이는 트위터리안들이, HPV 백신을 남자가 맞아야지 왜 여자가 맞아야 하느냐면서 화를 내는 걸 한 두 번 본 게 아니기 때문이예요.


예를 들어서 이런 트윗을 봤어요. 


자궁경부암 내가 왜 맞아 냄져새끼들이 맞아야지


마자 자궁경부암 주사 진짜 시발 같은게 왜 여자보고 맞으라고 함? 주사 총 세 번 맞아야하는데 한 번에 20만원 정도 하지??? 다른 암처럼 발생하는게 아니라 시발 뭣같은 "성관계"로만 성립하는 암이면 보균자가 맞아야지 왜???? 왜 책임 소재를 여자한테 돌리는건지 쌍욕나옴


한남들이 **만 안굴리면 여자들 99퍼 자궁경부암 안걸리는거 다 아는데 왜 비싼돈들여서 부작용 위험 감수하면서 주사를 맞아야되냐는 논지이지 웬안아키 안아키급이면 나라에서 애들 맞을만할때 학교에서 다 맞췄겠지


여자들이 HPV 백신을 맞아야하는 이유는, HPV백신을 안맞으면 여자가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그 바이러스로 인해서 잘 죽는 쪽을 먼저 보호해야할 것 아닙니까. 


일단 자궁경부암은 병 이름이고, HPV는 바이러스 이름이예요. 그리고 HPV에 감염되면 여자 자궁경부암 확률이 올라가고, 남자의 경우 목구멍, 입, 항문암, 음경암 확률이 올라갑니다. 한국에서는 12세 여아에 대해 HPV백신을 무료접종해줍니다. 무료란 말이예요. 자기 돈을 내면 싸지는 않은 백신 (한국 15-18만원, 미국 350달러)이예요. 하지만 목숨값 보단 훨씬 싸죠. 


20년 전까지만 해도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발생률 1위였어요. 바로 전전 세대 (60년전)에는 여자들이 자궁경부암으로 죽는 게 흔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윗세대에는 펩 스미어 (암 세포진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초기 단계에서 자궁을 떼어내는 걸로 막아내서 사망률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아예 자궁경부암 확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거예요. 바로 제 전 세대만 해도 자궁경부암을 늦게 발견해서 졸지에 엄마 잃은 가정들이 꽤 있어요. 이렇게 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가 됩니다. 게다가 자궁 적출로만 그치지 않고 난소를 잘라내게 되면 호르몬제를 복용해야해요. 돈도 돈이지만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이걸 국가에서 돈을 써가면서 여아들에게 무료로 놔주는데, '아무리 확률이 낮다고 해도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백신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맞으라고 하는 걸 보니 답답해서 적어봅니다'라고 린들님이 쓰셨더군요. 답답한 게 정말 어느 쪽인지 모르겠네요. HPV 백신의 부작용 문제에 대해선 엑스아미닥님이 써주셨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백신은 부작용이 주는 피해보다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맞는 것이다'라는 엑스아미닥 님의 말이 정론이예요. 


만일 이런 잘못된 정보를 읽고서 혹시라도 12세 여성 무료 접종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여성들이 HPV 백신을 덜 맞게 된다면, 여성 보건에 저해가 됩니다. HPV 백신 여아 무료접종은 여성을 위한 올바른 정책이예요. 과학하고 싸우려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죠. 여성들을 생각한다면 이 백신을 강하게 권장해야해요. 왜냐하면 HPV 바이러스로 인해서 이제까지 목숨을 잃었던 건 여성쪽이 더 컸기 때문이예요. 나는 내 딸 백신 안맞히고 펩 스미어로 버티게 하다가 나중에 자궁 자르면 되지, 이런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는 중국에 돈 있는 엄마들 중에서 홍콩까지 딸을 데리고 가서 이 백신을 맞히는 것도 보았습니다. 공중 보건이 좋은 대한민국에서 백신을 무료로 혹은 싸게 맞혀 준다는데 왜 바보같이들 굴죠. 목숨이 두 개씩들 있나요. 조선일보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는 2005년 1월 1일에서 2006년 12월 31일 사이 출생한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총 2회의 무료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이 지원된다"고 합니다. 사람 수도 적은 나라에서 목숨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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