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크리스마스 기억나?

2020.12.25 18:19

Kaffesaurus 조회 수:754

"엄마, 2009년 크리스마스때 어땠어?"

"그때는 선물이 아기였지, 작은 선물 받았지"

"크리스마스 트리는?"

"그때는 없었지"

"2010년에는?"

"여전히 크리스마스 트리는 없었고, 선물은 있고"

"2011년에는?"

...

"2014년은?" 

"그떄는 정말 힘든 해였지, 트리도 여전히 없었고, 아마 선물도, 그런대 대신에 26일에 한국에 갔지? 가서 선물 많이 받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기억나?"

"응, 생선아이스크림 (붕어 싸만코) 많이 먹었어"

...


시내에서 사니까 편한게 참 많다. 한국에서는 그냥 서울 어디에서 살아도 느끼는 편함일 거 같은 데 제대로 된 빵집 (한국에서 처럼 달은 빵이 아니라 사우어도우로 만든 빵들), 치즈만 파는 집, 커피 파는 곳이 집 근처이니 말이다. 자가 근무 중 쉬는 시간을 타 빵을 사고 커피를 사러 나갔다. 전날 일하고 하루 쉬고 있는 안톤에게 나 빵사러 가는 데 같이 갈래 ? 물으니 예상했던 거 처럼 5분만요, 이라고 답이 온다. 

빵을 사면서 카린데 커피 가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Ricciarelli를 사고 가게를 향했다. 우리 앞 손님이 커피와 차를 고르는 동안 우리는 이 작은 가게의 물건들을 자세히 본다.수많은 종류의 커피와 차보다는 새로 들어온 비스켓과 초콜렛 종류, 찻잔과 차주전자에 더 관심이 간다. 보니 한 공예가의 손잡이에는 장미 모양이 있는 붉은 색 컵이 눈에 띄인다. 우리집에는 흰색이 있는 데 (내가 혼자가 된 뒤 장만한 나의 물건들 중 하나이다) 요즘 들어 정말 예쁜 색이 다양하게 나오네 하면서, 안톤에게 정말 예쁜 크리스마스 빨강 색이다 했다. 안톤도 정말 맘에 든다고, 내가 옆에서 지난 번에 본 에버그린 초록색도 맘에 들었다고 하자 그는 "난 그래도 이 빨강색이 더 맘에 들어요" 란다. 

필요한 커피를 사고 나오면서 아 선물이가 안톤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이 컵을 둘이 함께 사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선물이 잠들기 전에 오늘의 일을 이야기 해주니, 아이가 너무 좋은 생각이란다. 그 주말에 아이랑 함께 사러 갔을 때 그 색의 컵이 없어서 크게 당황하는 우리를 보고, 마침 가게에 있던 카린은 주문하겠다고 오면 하나는 챙겨둘게 라고 말했다, 다행히 23일에 와서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안톤을 즐겁게 해줄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내가 닌텐도 스위치 같이 비싼 물건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바라면 안된다고, 크리스마스는 비싼 선물 주문하라고 있는 명절이 아니라고 선물이 한테 하는 말을 듣고도, 닌텐도 스위치는 아이만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며 (미리 주문하고) 나를 설득한 사람들. 선물이는 엄마의 설명을 빠르게 재생해 들어버리고는, 안톤 이건 엄마랑 내가 산거야 라며 선물을 내민다. 안톤이 선물을 풀었을 때, 내가 기대한 기쁜 표정이 아니라 뭔가 해석하기 힘든 미소다. 아이는 아무말 없이 방에 들어가더니 나에게 이건 커피공룡거 라며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내민다. 이미 사실 토토루 처음 본 그 순간 부터 가지고 싶었지만, 가지지 못했던 토토루 도시락통을 안톤이 내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문했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던 나는 살짝 놀란다. 그리고 열어 보는 순간, 안톤의 표정을 이해하고 크게 웃는다. 내가 그에게 준 것과 똑같은 컵이있다. 

"너가 너무 예쁘다고 해서 선물이랑 정말 맘에 드는 것 산다고 생각했어"

"나도 그때 커피 공룡이 너무 좋아해서, 그날 내가 술사러 간다고 거긴 혼자 간다고 했잖아요, 그때 이거 산거에요" 

다 큰 청년인 아이를 안고 감사한다. 


....

"엄마 2015년은?"

"그때는 우리 정말 처음 크리스마스였지, 처음으로 트리도 사고 선물도 트리밑에 놓아두고, 기억나?"

"응 너무 좋았어. 2016년은?"

"2016년이랑 2017년은 오사랑 (오사 부모님) 시브랑 호깐이랑 보냈지,"

"응. 2018년은?"

"그때는 선물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아빠랑 사촌들이랑 보냈지"

"엄마 혼자였지, 2019년은?"

"그때는 우리 요테보리에 갔었지"

"응 레나네서 보냈어. 안톤 할머니도 살아계셨지 엄마"

"선물아 2020년은? 

" 수퍼 크리스마스야 엄마"

...

언젠가 우리는 서로를 보면서 그렇게 말할 것이다. 

기억나 그 크리스마스? 우리가 서로에게 같은 선물을 사주었던? 기억나? 정말 힘들었던 한해였지만 사랑은 넘처나던 그 크리스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31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589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017
114671 메리 셸리 [6] daviddain 2021.01.27 618
114670 플래티넘 카드를 받고나서 [2] 예상수 2021.01.27 474
114669 담배를 끊는 방법 [9] chu-um 2021.01.27 776
114668 [회사바낭] 근속 29년차 [9] 가라 2021.01.27 787
114667 마블과 디씨 [19] Sonny 2021.01.27 817
114666 [바낭] 그러고보니 윤여정씨 수상 돌풍(?) 얘기가 없군요 [9] 로이배티 2021.01.27 1190
114665 학교 다닐때 조별 과제로 고생하셨던 분들... [14] Bigcat 2021.01.27 731
114664 [펌] 워 워 진정해 당신 처음 죽어봐서 그래 [2] Bigcat 2021.01.27 2338
114663 어제 적금 들었어요 ! (^∀^●)ノシ [3] 미미마우스 2021.01.27 480
114662 2020 National Board of Review winners 조성용 2021.01.27 1814
114661 [넷플릭스] 사랑하는 작고 예쁜 것들. [1] S.S.S. 2021.01.27 1103
114660 오래된 차의 엔진 오일을 갈다가 [5] 칼리토 2021.01.27 487
114659 카페 창업을 하고 싶다는 청년에게 [8] Bigcat 2021.01.26 1016
114658 장차 여성여성한(?) 현모양처 캐릭터는 어찌될까요 [24] 채찬 2021.01.26 1109
114657 [바낭] 케빈은 열두살을 계속 보면서 이것저것 잉여로운 잡담 [8] 로이배티 2021.01.26 873
114656 일대종사(2013) [5] catgotmy 2021.01.26 540
114655 그렇고 그런 시간을 지나며 2 [9] 어디로갈까 2021.01.26 551
114654 왓챠에 빨간머리 앤 전편이 있었네요 [10] 노리 2021.01.26 811
114653 주토피아의 정치적 주제는 아직도 유효할까 [2] Sonny 2021.01.26 837
114652 정체성 정치 사팍 2021.01.26 34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