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밤 (2017)

2017.07.05 15:40

DJUNA 조회 수:5111


종수의 입장에서 보면 이 이야기는 로맨스입니다. 그는 어느 날 밤 한 여자를 만나 같이 밤을 보냅니다. 그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그 여자와 다시 만나 두 사람의 관계를 다지려고 합니다. 이 살벌하고 차가운 도시 속에서 자신에게 의미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요.

서연의 입장에서 보면 사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서연에게 남자와 만나 섹스를 하는 것은 직업입니다. 그리고 종수는 종종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직업상의 재해'입니다. 여기서 종수가 서연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고, 서연이 종수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종수는 귀찮을 뿐만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는 스토커이고 서연과 서연의 동료들은 어떻게든 종수를 떨어낼 필요가 있죠.

[다른, 밤]은 [충심, 소소]의 감독 김정인의 신작입니다. 러닝타임도 비슷해요. 39분. 무대는 바뀌었지만 시스템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여자의 일상에 대한 감독의 관심은 여전합니다. 두 여자들은 모두 도망자입니다. 충심은 탈북자이기 때문에 공안에 쫓기고 있고, 서연은 매매춘 업계 종사자죠. 두 영화 모두 거의 인류학적인 관심을 갖고 이 여자와 주변 세계를 관찰합니다.

대한민국 영화계는 이 업계 종사자들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을 보유하고 있죠. 좀 지칠 수도 있는 소재인데, [다른, 밤]의 접근법은 비슷한 소재 영화들과 많이 다릅니다. 당연한 듯 딸려 오는 소재의 선정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캐릭터들에 대한 입장은 객관적이죠. 심지어 영화는 서연을 관리하는 남자 동료들도 악역으로 밀어붙일 생각은 없습니다. 반대로 이들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 당황스럽고 낯선 순간들이 있어요. 저는 종수를 굉장히 갑갑하고 짜증나는 인간으로 보았지만 영화의 의도는 아니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에게 더 관대해져야 할 필요가 있느냐. 어림반푼어치도 없죠. (17/07/05)

★★★

기타등등
서연 역의 김예나 배우는 김기덕의 [아멘]에 나왔었고, 종수 역의 김준한은 [박열]에서 예심판사였지요.


감독: 김정인, 배우: 김예나, 김준한, 최민우, 박상운, 김윤주, 다른 제목: Different, Night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5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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