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녀 The Love Witch (2016)

2017.05.07 19:47

DJUNA 조회 수:3781


안나 빌러의 첫 장편 영화 [환상의 주부, 비바]에 대해 얼마 전에 이야기했죠. 작년에 빌러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사랑의 마녀]라고요. 이번에 빌러는 감독만 하고 주연 자리는 사만다 로빈슨에게 내주었습니다.

일레인이라는 마녀가 주인공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일레인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작은 마을로 이사 오는데, 전남편이 수상쩍은 상황에서 죽었고 경찰이 일레인을 살인범이라고 의심하는 상황이죠. 일레인은 사랑의 주문으로 이웃 남자들을 유혹하는데, 그 남자들은 모두 주문의 부작용으로 한명씩 죽어갑니다. 동네 경찰서의 형사 그리프가 이 사건을 맡게 되는데, 과연 그리프는 일레인의 운명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요?

얼핏보면 [사랑의 마녀]는 [환상의 주부, 비바]와 같은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6,70년대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의 정교한 모방요. 하지만 지나치게 정확해서 풍자와 모방 중 어느 쪽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던 전작과는 달리 이 영화는 보다 선명하면서 복잡한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건 시간대죠. [사랑의 마녀]의 시대배경은 얼핏보면 60년대로 보입니다. 하지만 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는 차는 요즘 것이고 은근슬쩍 시대가 요새라는 것을 암시하는 대사들이 조금씩 들어가요. 그러다 막판에 등장인물 중 한 명이 휴대전화를 꺼내들지요. 그러니까 영화에서 1960년대라는 시대와 2010년대라는 시대는 교묘하게 합쳐지면서 이중의 목소리를 냅니다.

일레인은 선명한 페미니스트 목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레인의 입장은 이 영화를 대변하지 않죠. 영화는 운명의 상대를 찾아다니지만 계속 죽이고 마는 이 파괴적인 인물 뒤를 따라다니면서 현대 여성의 성역할과 양성간의 전쟁에 대해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은 거의 설교처럼 직설적이고 어느 부분은 어디까지가 아이러니인지 감이 안 오긴 하지만 재미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죠.

주제가 무엇이건 굉장히 감각적인 영화이고 일레인을 연기한 사만다 로빈슨은 아름답습니다. 반세기 전 싸구려 영화의 연기와 연출을 교묘하게 모방한 스타일은 유쾌하고요. 하지만 여전히 페이스는 조금 느린 편입니다. 큰 단점은 아니지만. (17/05/07)

★★★

기타등등
이번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 상영작입니다.


감독: Anna Biller, 배우: Samantha Robinson, Jeffrey Vincent Parise, Laura Waddell, Gian Keys, Jeffrey Vincent Parise, Robert Seeley, Jennifer Ingrum, 다른 제목: 더 러브 위치

IMDb http://www.imdb.com/title/tt390814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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