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SF 관련 글 많아진 것 보고 저도 한 번 올려 봅니다.


SF물이라고 하면 워낙 범위가 넓고 많으니까, (미래배경 좀비소설 세계대전Z 도 SF물로 볼 수 있고, 높은성의사나이 같은 대체역사소설도 SF물로 볼때 있으니)


일단 우주선, 우주함대, 외계행성이 나오는 우주 배경 SF로만 좁혀서,


한번 어떤 장편소설이 최고인가 떠올려 봤습니다.



1위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내용은 평범한 현대의 주인공이 황당한 계기로 외계인 우주선에 히치하이킹한 후에 우주를 돌아다니는 대소동을 겪는다는 것.


SF물의 향취를 잘 살리면서도 터무니없는 개그에 환상적인 느낌까지 풍부하고,

역대 최강급의 "작가 서문"도 멋지고.

의외로 머나먼 외계 행성 탐험에 철학적/신학적 소재에, 우주함대와의 싸움에, 지구종말 위기에,

다양한 우주 배경으로할때 소재들도 많이 잘 버무려져 있는 점도 즐거웠습니다.


아쉬운점이라면 1편이 매우 흥겹고 즐거운데 비해서,

2권이후로는 갈수록 점점 외곬으로 파고 들어 가면서 좀 다가가기 어려운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점.

반복해서 읽은 일도 가장 많은 책이지 싶습니다. 번역판 구하기도 쉽고.



2위는 "은하 영웅 전설"

- 내용은 은하제국과 민주국가인 자유행성동맹의 전쟁기로, 양쪽 진영의 뚜렷하게 상반된 성격의 두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PC통신 동호회 시절에는 "은하 영웅 전설은 SF소설로 볼 수 없다" 등등의 논쟁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지금 돌아 보면, 은하영웅전설이라면 충분히 정통 SF소설의 한 부류에 속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SF스러운 재미보다는,

어느 소설보다 뛰어난 편인 인물 각각의 매력, 흥미를 잘 끌 수 있게 배치해둔 정치 구도가 더 재미의 중심입니다만,


SF적인 낭만이 사는 장면들도 매우 많다고 생각 합니다.

우주를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나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하는 대목들은 좀 말이 안된다 싶지만 흥미진진하고

키르히아이스가 "우주의 지배자가 되십시오."라고 말하는 대사의 어감은 SF물에서만 볼 수 있는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중독성도 뛰어나고, 시종일관 긴박하면서도 다양한 인물들, 다채로운 사건들도 재미난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묘사나 문체는 안정감은 충분하고,

이야기에 실린 사상이나 주제의식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에 일부 반감을 사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만,

그렇다고해서 이야기가 담고 있는 내용이 무게감이 없다고 할 수도 없으니

여러모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3위는 "비글호의 모험"

- 내용은 우주탐사선 비글호가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이상한 괴물들을 만난다는 것.


너무 옛날 소설이고, 우리나라 번역본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옛날 어린이용 아이디어회관판 밖에 없지 않나 싶으면서도,

이걸 저는 3위로 꼽았습니다.


사실, 외계인-우주 소재 SF물이라면, "유년기의 끝"이나 "라마와의 랑데부"도 빠져서는 안될 것 같은데,

"유년기의 끝" 경우에는 초반의 긴박감 넘치는 시작과 압도적인 결말이 장쾌하기는 하지만

3위의 자리에 놓기에는 흡인력이나 중반 사건 전개가 조금 부족하지않나 싶었습니다.

"라마와의 랑데부"도 비슷한 느낌. 그렇다고 둘다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저에게 3위는 아니라는 정도.

"조던의 아이들"("떠도는 도시 우주선")도 좋지만,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조금 산만한 면이 있어서,

역시 저에게 3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꼽아 본 것이 어릴적에 너무나 재밌게 보고 그후로도 반복해서 여러번 읽은

"비글호의 모험"입니다.


줄거리가 딱 "스타트렉"식으로 우주 탐사선이 이상한 외계 행성에서 이상한 외계인을 만나서

기이한 일을 겪고 그러면서 깨달음과 문제 의식을 느낀다는 것인데,

실린 이야기들이 어지간히 뛰어난 스타트렉 에피소드 이상으로 훌륭하고 재밌었다고 생각합니다.



3편만 꼽고 보니 좀 아쉽기도 한데,


한국어로 나와 있는 장편 SF물 중에,

이 책이 정말 최고다, 이 책만은 여러번 두고두고 읽는다,

읽을 때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빨려들어서 읽었다... 이런 책들 무엇 있으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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