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4 15:27
로이배티님 리뷰나 각 커뮤니티에서의 찬사를 보고도 사실 그리 볼 생각이 들지 않는 시리즈였습니다만. 체스 잘 알지도 못하고, 스포츠물에 큰 관심도 없고, 안야 테일러 조이 팬도 아니고, 틴 에이저 주인공은 심드렁하고, 착하기만한 전개에 흥미가 생기지도 않고 등등.
그런데 꽤 잘 만들었네요! 이런 류의 드라마에서 있을 법한 사건, 사고나 갈등이 없다는 게 뭔가 클리셰 파괴로 느껴질 정도로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이 고아원엘 간다고? >>> 열악한 고아원 시설과 더불어 주인공을 괴롭히는 원생들이나 원장, 그딴 거 없음.
-열댓살이나 먹은 주인공이 입양되었다고? >>> 양부라는 잉간이 나쁜 짓하면 어쩌지? 양모가 본인의 신경증을 양딸에게 퍼부어대며 구박이나 하지 않을까? 노노~
-계속 연락을 해대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남자가 있다고? >>> 스토킹이나 기타 뭐시기한 짓을 하면 어쩌지? 됐다고, 하고 싶으면 내가 한다고!
이밖에도 많아요. 또, '여성' 주인공과 이에 관한 드라마의 화법이 '에놀라 홈즈'와 정 반대입니다. 에놀라 홈즈는 너무 직설적이어서 주인공이 직접 건네는 말걸기가 촌스럽고 오글거려 보기가 좀;;; 캐릭터를 진짜 잘 만들었고, 안야 테일러 조이도 이에 너무 잘 어울려요. (이런 표현을 쓰기가 왠지 조심스러웠지만 듀나님도 썼으니 고백하자면) 배우의 외계인스런 외모가 약간 4차원 마이웨이 캐릭터에 아주 잘 매치가 되더라구요. 안야말고도 다른 세계 외모같은 배우들이 몇 있죠. 언뜻 떠오르기로는 알리타 배틀엔젤의 로사 살라자르라든가 한국 배우로는 이나영이... 과거 영화화 캐스팅 목록에 있었다던 엘렌 페이지가 주인공이었다면 연기력에야 이견은 없지만 중독에서 좀체로 헤어나지 못하면서 패션을 사랑하는 내멋대로 천재 이미지가 잘 살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페이지는 좀 어두우면서 똘똘한 이미지라.
<체스 천재 일진 3줄 아라....>
전개가 꽤 빠른 편입니다. 욕심을 부리려고 했다면 중간중간 활용할만한 뻔한 드라마적 요소가 얼마나 많은가요? 그런 걸 다 걷어내고 주인공의 내면과 승부에만 집중합니다. 그런 점에서 에피소드 길이는 딱 알맞다고 느꼈어요. 정해진 에피소드 수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게 OTT의 장점이란 생각도 들었구요. 하여간 주조연 연기뿐 아니라 체스를 알면 더 재밌을테고, 체스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 연출이 훌륭합니다. 음악 활용도 좋네요. 거기다 화면빨도 좋아서 눈도 즐거워요. 60년대 패션은 사랑입니다! 집들 인테리어도 왤케 이쁜지!!
<선호하는 아름다운 인테리어의 예>
소파 칼라 등 제가 좋아하는 색감이라.
암튼, 후반부에 들어서 러시아에 대한 호감이 저도 1 상승하였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장면에서 좀 실소..
<스타워즈 프리퀄만도 못한 러시아 풍경>
그린 것 같은데.... 확 눈에 띨 정도로 너무함. 뭐, 사소한 거긴 하지만요.
토마스 브로디 쌩스터. 딱히 팬은 아닌데 이 배우가 서른 살이나 됐다는 데 놀랐... 얼굴이 너무 작고 동안이라 역할이 제한적이었을 것 같은데 조연에 불과하긴 해도 본인이 꽤 즐기며 캐릭터를 연기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네요. 애기 얼굴에 콧수염 갖다 붙인 그 이질감이 캐릭터에 묘하게 어울리기도 했구요. 향후 코미디에 나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얘 어뜨케 정신 차리려나? 걱정되던 게, 그 각성의 계기가 꽤 설득력있었습니다. 그쵸?
2020.11.04 16:19
2020.11.04 17:38
음.. 에놀라 홈즈는 호평이 많아서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밀리 브라운의 스타 파워가 그만큼이기도 하다는 뜻이어서 장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 것이(...) 고스트 버스터즈(2016)의 경우는 크리스 햄스워즈가 재밌긴 했지만 여성 캐스트 구성만으로 점수를 주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제겐 넘 재미가 없어서. 아마 원작 고스트 버스터즈에 별 감흥이 없어서인 이유도 있겠구요.
2020.11.04 17:58
2020.11.04 17:55
2020.11.04 18:02
2020.11.04 19:56
원더우먼은 저도 좋아해요. 멋진 캐릭터에 괜찮게 뽑아낸 재미있는 영화예요. 거기에다 남캐릭터들도 적당히 자리 차지했고 주인공은 남자들도 인정할 만한 모델 출신 미인이 했으니까 불만들이 확 줄었겠지요. 저는 아직도 모 영화들에서 출연 배우들의 외모 비하와 평점 테러를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그 영화들이나 원더우먼이나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얼마나 차이난다고 그렇게 다른 대접을 받았는지..
2020.11.04 20:43
축구에도 인종차별하는 쓰레기들 있는 거랑 비슷한 거죠, 어느 분야에나 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도 시대적 한계야 다 있지만 완성도는 다 인정받지 않나요
2020.11.04 18:04
그런 평점 테러는 의도가 너무 빤해서 차라리 걍 그런갑다 싶은데 막 엄정한 비평이라도 하는 것처럼 PC질에도 불구하고(?) 재밌다... 이런 반응들 보면 머래? 싶죠.
2020.11.04 18:50
여성 주인공, 여성 서사이기만 하면 일단 제작 발표부터 또 PC, 페미코인이 어쩌고하고 비꼬는 댓글부터 한가득 달리죠. 그러고나서 작품 잘 뽑혀도 빈정거리는게 더 많고
2020.11.04 17:04
엘렌 페이지는 2008년에 영화화 추진됐을 때 주인공으로 거론됐었다고 합니다. 히스 레저가 감독 데뷔작으로 이걸 하려고 했었다가 급작스러운 사망으로 취소됐다죠.
누가 주인공이건 간에 평가는 대부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2020.11.04 17:43
네, 히스 레저가 체스광이었다고 하더군요. 엘렌 페이지였다면 속을 알 수 없는 도자기 인형같은 지금의 캐릭터와는 또 달랐겠죠. 매끈하고 화사한 톤에 불우한 캐릭터가 가진 음영의 텍스쳐가 좀더 짙었겠단 생각도 들고요. 연출이 좋아서 어느쪽으로든 잘 나왔을 것 같습니다.
2020.11.04 18:24
2020.11.04 18:47
시리즈물에서 빌런을 활용한 잔기술에 대한 유혹이 컸을텐데 우직하게 한 얘기만 밀고간 게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전개, 마무리되는 드라마는 오랜만이에요. 7부작인데 2시간짜리 영화 본 느낌이라니.
화제작이기는 해도 볼 생각은 없는데 ㅡ 극찬하는 <힐 하우스의 유령>도 잘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해도 좋아하지는 않아요 -본문에서 말씀하신 부분에 동의하는 것도 있어요.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완성도 별로이거나 재미없는 것도 눈감아줘야 한다는 분위기 비슷한 게 형성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모든 창작물이 다 의도는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