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6 00:07
같이 한번 술자리를 했던 타팀 부장이 자기는 취미가 영화보는 것이고, 1년에 200편은 본거 같다고 말하면서
한국영화는 절대 안봐-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제는 팀 야유회 때 보러갈 영화를 고르는데 우리팀 부장이 똑같은 얘기를 했어요.
자기는 영화 보는걸 좋아하고 감동이 있는 영화가 좋다, 그리고 "한국영화는 보지 않는다" 라고요.
두 사람은 비슷한 연배인 40대 후반 입니다.
생각해보니 간혹 본것 같아요.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저씨들이요.
그분들에게는 한국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선언이 뭔가 있어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왜요?라고 물으면 뭐라 대답할거 같기는 한데 제가 듣고 싶지 않은 내용으로 되게 길게 답할거 같기도 하고 별로 말이 통하는 사람들도 아니라서
그냥 묻고싶지가 않았어요. 저렇게 말하는 것 자체도 어딘가 허세스러워서 장단 맞춰주고 싶은 마음도 안들고.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을거 같아서 궁금하긴 합니다. 이 아저씨들은 왜?
옛날 한국영화들이 줬던 실망감이 누적되어서 일까요?
전 한국영화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밀양이나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화의 유머와 분위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한국 사람인게 막 감사하고,
박찬욱 감독 영화는 멋지고 윤성호 감독 영화는 사랑스럽고.
최근에 개봉한 족구왕 같은 영화도 공감이 가는 내 얘기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이런건 절대 외국영화는 줄 수 없는 것들인데 말이예요.
저 아저씨들에게 저런 얘길 해볼까 하다가...
보통 이분들이 어떤 화제를 꺼내는 것은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지 내 얘기를 듣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지 않았습니다.
2014.10.16 00:13
2014.10.16 00:13
그 정도 나이라면 있을 법할 거 같아요. 한국영화 부흥기 이전 세대랄까...
2014.10.16 00:20
궁금하면 지는 겁니다.
2014.10.16 01:05
2014.10.16 00:23
2014.10.16 00:28
2014.10.16 00:33
글 읽는데 갑자기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떠오르네요. 이런 느낌을 어디서 받을까.
하지만 그 나이대의 사람이 한국영화 싫어하는 심리가 이해되기도 하고...
2014.10.16 00:48
그 시대 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적지않죠.
가요도 그렇고...
그 세대들이 젊은 시절에 봤었을 혹은 접했었을 한국영화의 수준을 생각하면 그런 경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2014.10.16 00:59
굳이 한국 영화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 대해 '절대' 접근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사람들 종종있죠.
영화만 해도 한국 아니더라도 '일본 영화', '일본 애니', '중국 영화', '유럽 영화(프랑스 영화)' 안본다 선언하는 이들 인터넷에서도 종종봅니다.
2014.10.16 01:10
60대 제 엄마도 그러십니다.
2014.10.16 01:36
2014.10.16 01:14
허세가 섞여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 대자본으로 평정 된 한국 영화계에서 더 이상 영화가 상품이 아닌 '작품'이기 쉽지 않다는건 사실 아닐까요.
살인의 추억만 해도 몇년 전이고 밀양은 그나마 메인스트림에서의 영화도 아니고요.
영화를 진지한 태도로 접하는 사람이, 그 애정에 대한 자의식도 강하다면, '(요즘의) 한국 영화들은 별로다'라고 판단하는게 그리 이상하진 않습니다.
물론 저라면 오해를 사기 쉬운 저런 선언은 굳이 하지 않을거 같습니다만.
과거의 관제문화 시절의 허접스러운 한국영화들을 거쳤다가
르네상스 기에 잠시 이미지 회복할 뻔 했다가,
다시 실망하고 최종적으로 '한국영화 별로'라는 결론 내린 분들 전 공감 됩니다.
2014.10.16 02:09
저희 어머니도 그러세요.
일년에 200편 넘게 보는 그런 분은 아니시지만, 극장 갈 때 줄곧 하시는 얘기가 '한국 영화는 극장에서 보기 좀 그래'더군요.
근데 요즘은 좀 나아요. 얼마전에 극장에서 이모들과 '해적'을 보셨는 데, 즐겁게 보셨다고 하시더군요.
2014.10.16 02:33
아니 왜 직접 물어보시지않고...
2014.10.16 07:57
2014.10.16 02:44
2014.10.16 05:31
2014.10.16 08:59
저희 아버지는 007 시리즈를 볼 때마다 "예전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근사한 옷이나 차를 구경하는 재미로 봤는데 지금은 한국영화도 충분히 세련됐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요컨대 영화에서 얻으려는 게 뭐냐는 게 좀 다른 것도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맨날 보고 듣는 얘기, 광경을 영화에서까지 봐야 되냐는 거죠. 뭐 요즘은 연세가 드시니 자막을 읽기 힘드셔서 그냥 한국영화나 더빙본을 선호하시지만요..
2014.10.16 09:01
그게 '허세스러운 선언'까지 될지 모르겠네요.
저도 생각해보면 - 특히나 요즘으로 올수록 - 한국영화는 거의 볼 일이 없었고
가끔 반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음악은 들리는대로 듣는 잡식성이다. 트로트랑 컨츄리만 빼고'라고도 하는데요.
이게 뭐 허세 소리 들을 일일까 싶네요.
2014.10.16 09:24
저도 요즘 한국영화 보는 빈도가 낮아진 거 같아요.
흠...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끌리는 영화가 많지 않아요.
믿고 보는 감독들의 작품 빼고는, 설국열차는 두 번 봤어요.
배우 풀이 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헐리우드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배우가 계속 나타나서 그걸 보는 맛도 있구요
2014.10.16 10:05
그냥 개인취향이겠죠. 자칭 한국영화광이라는 제 지인도 맨날 보는 영화들은 명량같은 대히트작이나 유명 탤런트가 나오는 영화들만 열심히 봐요. 제가 홍상수 영화나 소소한 한국영화들을 봤다고 하면 그딴 걸 왜 보냐면서 별난 사람 취급하는 걸요.
2014.10.16 10:25
전 한국영화가 접속 이전과 이후로 갈린다고 생각해요. 접속이란 영화가 와. 한국영화도 이럴수가있구나 감정적으로 많은 느낌을 줬었거든요. 지금 40대 후반이라면 그당시의 접속의 호평도 그냥 무심코 넘겼을수도 있을수도 있겠지만(그당시면 그양반들이 30대 초반쯤 되었겠군요) 솔직히 50대 이상도 아니고 상당히 고루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드네요.
2014.10.16 11:40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이 단 두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비슷한 나이대의 아저씨라는 것 때문에 어떤 편견이 쉽게 생기는 것 같군요.
제가 볼 때는 이걸 가지고 어떤 분석을 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해 보이네요.
제 주위에서는 그 나이대 사람들이 주로 한국영화를 좋아합니다. 남녀를 불문하구요.
2014.10.16 11:52
제가 아는 '영화하는 분'은 아직 서른도 안됐지만 한국 영화는 김기덕, 이창동 빼고 안보십니다.
언젠가 큰맘먹고 극장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고 그 생각을 다시 굳혔다고 하길래
'안좋은(?)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2014.10.16 11:54
영화를 좀 더 진지하게 예술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려는 분들에게는 상업적 목적을 염두에 둔 플롯의 대다수의 한국영화가 거부감을 주는것도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2014.10.16 12:13
주제를 좀 벗어난 얘기지만 저는 80년대 말 90년대 중반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개천에 떨어진 용으로 드문드문 나왔던 것 말고, 80점 정도 하는 영화들이 어느 정도 수가 된 때로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 섬에 가고 싶다, 결혼이야기, 박봉곤 가출 사건, 개 같은 날의 오후, 개벽,301 302 등을 당시 개봉관에서 보았고 좋았다, 괜찮았다, 재미있었다 정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2014.10.16 13:09
7,80년대 한국영화라면 사실 저도 별로 보고싶지 않은걸요.
40대 후반 나이면 UPI 세례를 받고 일본 에니의 진실을 알고 심취, 감탄했으며 한국영화=에로 영화 정도의 인식이 있는 나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2000년 될때까지 한국영화 왜 보느냐는 이야기 많이했을겁니다. 헐리우드 보다 유럽 영화 보면서 어깨에 힘도 줬을거고.아마 장군의 아들에 김기환이 돌핀 전자시계 차고 나오는 걸 보고-잘못 봤을 수도 있지만- 절망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