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을 나갔다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길에 혼자 늦은 점심을 해결하러 맥도날드에 들렀습니다.

 

시내 중심가라서 그런지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더군요. 뭔가 처음 들어보는 메뉴를 시키고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기대를 품고 햄버거를 뜯어먹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바람이 휙 지나가면서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냅킨이 휘날리더군요.

 

'뭐지?'하고 고개를 돌리니 맥도날드 알바인 듯한 청년이 갓 입대한 신입 이등병 간지로 북적이는 매장내를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열심일 수가 없더군요. 매장 내를 종횡무진 누비며 대걸레질, 손님들의 쓰레기 버려주기, 테이블 치우기 등 단 한순간도 비효율적이거나 쉬는 동작이 없이 매장 내 일과 관련된 올라운드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오늘 알바 첫날인가? 저 페이스로 하루종일 달리면 지치겠다 등의 오지랍틱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곧 신경을 끄고 저의 햄버거에 열중하려고 했으나 이내 다시 바람을 일으키며 저를 지나치는 그 알바청년은 자꾸 저의 주의를 끌어가더군요.

 

천천히 프렌치프라이를 입에 구겨 넣으며 선글라스 너머로 몰래 그 청년을 지켜 보았습니다.

20대 초반쯤 되었을까...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뽀얗고 잘생긴 얼굴... 그 중에서도 특히 무엇이든 물어보면 성심성의껏 답해줄 거 같이 착해 보이는 커다란 눈... 그 와중에도 틈틈이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목소리는 단 몇 음절이었지만 감미로운 세레나데처럼 다정스럽기 그지 없더군요.

 

저렇게 성실한 사람이 주위에 있으면 막 도와주고 싶고 키워주고 싶겠다...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 청년의 미래에 그야말로 탄탄대로가 활짝 펼쳐진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저 때 단 하루라도 저렇게 열심히 뛰어다녔던 적이 있었던가로 생각이 뻗치면서 난데없는 자괴감과 우울함이 엄습하려고 하더군요.

 

그런 기분에서 도망치듯 서둘러 햄버거를 해치우고 일어서니 어김없이 그 청년이 나타나 저의 쟁반을 받아 들었습니다. 왠지 꼭 업계의 구루를 맞이하는 것 같은 영광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이 한마디 건네고 싶더군요. 하지만 딱히 할 말도 없고 괜히 방해가 될 것 같아 그냥 고맙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는데 그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파이팅? 아니면 적당히 해? 넌 크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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