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리즈에 한해서는 스포일러를 신경쓰지 않고 걍 내키는대로 적고 있습니다. 뭐 시즌 9 역시 21세기 벽두에 나온 고대 드라마라. ㅋㅋㅋ 나온지 몇 년 안 된 시즌 10부터는 스포일러에 좀 신경 써서 적겠지만 이번까진 막 적을 게요.



 - 시즌 9의 이야기는 멀더 없이 돌아갑니다. 시작부터 멀더는 FBI를 떠난 상태에요. 적들이 노려서 그런 거라는데 아니 뭐 그 전엔 안 그랬나 싶지만 어차피 현실에서의 배우 사정 때문에 그랬던 피치못할 사정이니 더 따지진 말기로 하고. 스컬리는 콴티코로 가서 선생질 한다... 는 핑계로 평소에는 그냥 후방 지원 역할 정도. 그리고 멀더 대신 외계인 음모론 떡밥 에피소드들의 주인공을 맡고 있죠. 그래서 이번 시즌의 실질적 주인공은 존 도겟과 레이스 요원입니다. 엑스파일 담당자니까요.


 원래 제작진은 멀더 없이 이 새로운 콤비를 주인공으로 교체하고 계속해서 시리즈를 이어나갈 구상이었다고 하죠. 뭐 사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안 믿어 안 믿어 난 죽어도 안 믿어... 라지만 그래도 범인은 반드시 잡겠다며 죽어라 구르는 상식&성실맨 도겟 캐릭터도 괜찮고, 외계인보단 귀신류의 초자연 현상에 팍 꽂혀 사는 레이스 캐릭터도 나름 재밌거든요. 둘의 조합도 좋구요.


 다만 문제가 뭐냐면...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냈다' 이 한 마디로 요약이 됩니다.

 원래 이 시리즈의 중심 기둥으로 삼았던 게 외계인 음모론이고, 그쪽 스토리의 핵심이 멀더이고. 그래서 이 드라마는 멀더를 포기 못 해요. 더 하기 싫다고 도망가서 출연도 하지 않는 캐릭터의 이름을 계속해서 목놓아 부르짖다 보니 새로운 콤비가 주인공으로 제대로 서지를 못합니다. 뭔가 남의 드라마에 파트 타임으로 불려와서 성심성의껏 땜빵을 하는 사람들 같은 느낌만 들더라구요. 어차피 멀더&스컬리의 콤비 플레이가 인기의 핵심이었던 시리즈이니 제작진의 이런 태도도 이해는 합니다만, 어쨌든 자기들이 새 주인공이랍시고 내놓은 캐릭터들을 이렇게 푸대접하니 결과적으로 '망했어요'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 그래도 제작진이 나름 애를 쓴 흔적들은 많이 보입니다.

 도겟과 레이스의 캐릭터를 자세히 풀어서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많구요. 시즌 8과 다르게 그냥 가볍고 코믹한 에피소드들도 있어요. 그리고 극중에서 이런저런 장면들로 멀더&스컬리의 역할을 새로운 콤비가 계승해나가는 분위기를 자주 잡아 주죠. 솔직히 말해서 전체 시리즈 중 상위권에 넣어줄 퀄리티와는 거리가 멀다 해도 어쨌든 시즌 8보단 낫고 재미가 없지도 않아요. 마무리 작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런 노력들이 잘 먹혔다면 좋았을 텐데, 결과물의 완성도도 좀 애매한 구석이 있었고 또 뭣보다 기존의 열혈 팬들이 이런 걸로 만족하지를 못 했죠. 그래서 시청률도 뚝 떨어지고 사람들 반응도 안 좋아져서... 시즌 막판에 격렬한 무리수를 둬가며 빠른 Alt+F4 를 시전해버립니다.


 

 - 그러다보니 시즌 막판은 그야말로 '개판'입니다. 

 '이거슨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시즌이다'라는 컨셉으로 그럭저럭 굴러가던 시즌이 막판 에피소드 세 개 정도로 갑작스레 우당탕탕 무너져내리다 마무리되어 버리니까요. 


 일단 진짜 압권이었던 게 '론 건맨' 3인방 에피소드. 뭐? 뭐라고??? 이게 끝이라고???? 라는 생각에 에피소드 끝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대략 정신이 아득해지던 에피소드였습니다. 키치한 재미를 의도한 듯 하나 그냥 유치하고 촌스럽기만한 이야기가 긴장감 없이 죽죽 이어지다가 읭? 마무리 상태가?? 아니 뭐 멀더&스컬리의 외계인 음모론이야 애초부터 막장에 개판이었으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굳이 론 건맨 같은 캐릭터들에게 이런 식의 마무리를 줬어야 했나 싶어서 짜증까지 났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끝내주는 건 내용상 하나로 이어진 마지막 두 에피소드였죠.

 하... 정말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코빼기도 안 보이던 멀더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고를 치고 군사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재판 분량이 에피소드 하나 분량이 넘게 진행되는데... 그걸 핑계로 생존 상태인 과거 출연자들을 하나씩 증인이랍시고 불러들이며 시즌 전체 줄거리 요약을 해주죠. 근데 정말 그 재판 과정이, 제가 일생동안 봐 온 영상물의 법정 장면들 중 최악이에요. ㅋㅋㅋㅋ 이딴 각본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이 불쌍할 정도. 

 법정 장면이 끝나면 이제 또 엑스파일식 밍숭맹숭 액션이 이어지다가 놀라운(?) 진실을 알게 되는데. 액션 지루한 거야 당연하겠지만 그 궁극적 진실이라는 게 또 한 없이 하찮아서 탈력... 전개가 이렇다 보니 시리즈 전체를 마무리하는 나름 감동적이어야할 멀더와 스컬리의 마지막 대화도 그냥 다 탈력감 넘치는 느낌으로 마무리됩니다.



 - 시즌 8, 9를 보면서 종합적으로 소감을 말해보겠습니다.


 이러쿵 저러쿵 길게 적어놨지만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제작진의 아이디어 고갈과 능력의 한계였다고 봐요.

 애초에 연출력보단 아이디어와 캐릭터로 승부하는 드라마였던 건데. 아이디어는 진작에 고갈됐으나 그놈에 인기 때문에 더 끌고 싶었고. 그래서 억지로 수명을 이어가다 보니 이 사단이 난 거죠.

 원래부터 구렸던 외계인 음모론은 둘째 치고 그냥 일상적인(?) 초자연 현상 에피소들을 보면 그게 확 티가 납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건들이 예전 에피소드 이야기의 재활용이에요. 똑같은 이야기 구조에 괴물 이름과 종류만 조금씩 바뀌는 정도. 

 진작에 끝냈어야할 시리즈였다... 는 게 결론입니다. 적어도 시즌 8을 마치고 나서는 '다음 시즌에선 그냥 끝내자'는 마음으로 시즌 9를 준비했어야 했다고 봐요. 괜히 생명 연장의 꿈을 꾸다가 이렇게 대충 끝내버리고. 굳이 십여년이 흐른 후에 추가 시즌을 더 만들어서 팬들을 괴롭히는 나쁜 짓을... ㅠㅜ


 뭐 엑스파일을 전혀 안 보셨던 분이라면 시즌 1부터 챙겨보시는 건 추천합니다. 연출은 구릴 지언정 아이디어가 빛나는 에피소드들이 많고 망가지기 전의 멀더와 스컬리는 정말로 매력적인 콤비니까요. 하지만 외계인 음모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그냥 스킵해버리시는 게 정신 건강에 좋구요. 시즌 7까지 그냥 소소하게 재밌는 괴담 에피소드들만 챙겨 먹으신 후 그 뒤는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시는 걸로....




 + 멀더는 딱 두 에피소드만 나오는 대신 이 안에서 한 시즌치의 진상 에너지를 발산해줍니다. 자기 구해주겠다고 온 사람들에게 계속 힘빠지게 만드는 소리만 하면서 혼자 고귀한 척 하더니 마지막에 밝혀지는 그 이유도 정말 유치하고... ㅠㅜ



 ++ 그래뵈도 시즌의 주인공이었던 도겟과 레이스의 퇴장도 참 하찮지만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론건맨에 비할 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들에게 찍히기라도 했나 싶을 정도. 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여기서 제일 고생한 건 스키너 부국장님인 걸로 하겠어요. 그 거지 같은 변론 각본을 받아들고 얼마나 심란했을지...



 +++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면서 딱 한 순간 즐거웠던 장면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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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감동적이어서 사진까지 찍어 버린.



 ++++ 끝낸 김에 시즌 10 첫 에피소드도 조금 봤어요. 시즌 9에서 그렇게 끝내 놓고 어떻게 이어가나 궁금했는데. 그냥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로 가더군요. 근데 그게 도저히 말도 안 되거든요? 역시 이 작가 양반들은 꿈도 희망도 없는 분들이라 느꼈고. 그냥 21세기스럽게 때깔이 좋아진 화면 하나만 맘에 들었습니다. 10은 에피소드 6개, 11은 에피소드 10개이고 이제 완전히 쫑났다고 하니 이번 주 안으로 얼른 보고 치워야겠습니다(...)



 +++++ 저 엑스파일 팬입니다. 안티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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