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8 10:48
1.
https://www.vop.co.kr/A00001530969.html
윤석렬 깽판질과 공수처법,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택배노동자 이슈 때문에 시야에서 사라진 중대재해법입니다.
대충, 산재사고가 나면 사업주와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린다는 겁니다.
링크를 따라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임이자 의원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표를 보고 어느당 소속인지 바로 알 수 있죠.
경총에서는 기업들 다 망한다며 반대하고 있어요.
2.
공장 소속으로 근무할때, 몇번 산재를 목격했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요.
청소하는데 안전모가 거슬린다고 안전모 벗고 (규정위반) 청소하다 철제 구조물에 강력하게 헤딩하고 머리가 터져서 피 철철 쏟아지는 사람을 태우고 응급실에 간적이 있어요.
6바늘인가 꼬멨습니다.
안전팀장에게 전화가 와서는 당사자를 바꿔달라고 하더군요.
결론은, 회사에서 치료비를 지원할테니 산재처리 하지 말자는 거였지요.
장애가 남을 정도의 중대 재해가 아니면 늘 이런식으로 쉬쉬처리해왔던거지요.
조용히 잘 처리해서 서류상으로는 퍼펙트한 공장을 만드는게 안전팀장의 능력이었고.
그러다가 정비협력사 직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집니다.
산안법 강화이전에라 저희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이때도 쉬쉬해서 저도 소문으로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지요.
그 다음해에 또 사망사고가 벌어져요. 이번에도 협력사 직원이었지요.
고소작업이라 2인1조여야 하는데, 고참이 후임에게 '장비챙겨서 와라. 먼저 가있을게' 라고 해서 후임이 한 10분 늦게 출발했는데 가보니까 없더래요. 두리번 두리번 찾아보니 아래 떨어져 있었다고.
그리고 그 다음해에 또 사망사고가 났습니다.
이번에는 저희 회사 직원이었고, 목격자이자 안전감독자가 사망자의 입사 동기였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가끔 뵈던 분이었기 떄문에 충격이었지요.
근로감독관들이 우르르 와서 감사 받고, 경찰 조사 받고 관련자들과 공장장이 불구속 입건 되어 재판 받았습니다.
공장장도 그냥 월급쟁이 임원이지만, 당시 오너나 본사의 부회장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었지요.
그리고나서 (전과자가 될 위기에 처한) 공장장이 말로만 안전안전 하지말고 철저하게 해라. 라고 지시를 했어요.
안전팀장은 (아마도 책임을 지고) 그만뒀고요.
신임 안전팀장은 쉬쉬하지 않고 다 공개하겠다. 무재해사업장 타이틀이 뭐가 중요하냐... 라고 했고요.
그 뒤로 크고 작은 사고가 나면 쉬쉬하지 않고 조사를 하고 결과를 공유합니다. 산재 신고 다 하고요. 무재해 사업장 타이틀 없어진지는 오래이고, 몇번이상 사고나면 특별감사 받게 되었는데 자주 받습니다. (쉬쉬하지 않고 법대로 신고하면 특별 감사 받는 아이러니..)
감사를 받으면 일단, 근로감독관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저희 회사 직원들이 이 동네 정형외과 방문 기록을 싹 뽑아 온답니다.
'***씨가 이날 **병원 응급실에서 외상 치료 받았는데, 산재를 숨긴거 아닙니까?' 라고 캐묻는다고...
쉬쉬할때는 못했는데, 이제는 (위에 제가 응급실 데리고 간것처럼) 재해자가 규정위반했으면 산재 처리는 처리대로 하지만 사내 징계도 합니다.
안전사고 징계기록이 남으면 호봉이나 승진에 영향이 있고요.
3.
안전은 비용이고, 결국 돈줄 쥔 사람을 괴롭혀야 그 비용을 써요.
저희는 그래도 하는 시늉이라도 하고 있지만, 산재사고의 80%가 중소기업에서 난다고 해요.
중대재해법 꼭 통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이자 의원 안건이라도 좋으니까 일단 한발이라도 더 나갔으면 좋겠네요.
P.S)
저희는 다행히 중대사고가 없지만, 제가 일하는 공단에서 1년에 한두번씩은 중대재해사고가 나요.
돌아가시는 분도 있고요.
공단에 제일 큰 회사는 잊어버릴만 하면 그 회사의 협력사에서 사망사고가 나는데, 회장이 조사 받고 재판 받아도 저럴까 싶습니다. 아니 회장이 아니라 사장만 조사 받아도 저렇게까지 안날것 같은데...
2020.12.08 11:27
2020.12.09 09:37
아직까지는 법적으로 여러개의 공장을 가진 회사의 경우 안전사고의 최고책임자는 해당 공장의 최고경영자(공장장)이거든요.
저희 회사의 경우 공장장은 그냥 십수명의 임원중 하나이고, 실적(원가와 생산성) 압박을 받는 중간관리자일뿐인지라... 비용을 아낄 수 밖에 없죠.
본사의 CEO나 회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회장이 책임지게 해야 안전비용은 압박에서 제외해주겠죠.
2020.12.08 12:16
85%의 안전사고가 50인이하 사업장에서 발생합니다. 박주민안처럼 50인이하의 사업장에 적용을 유예한다면 법제정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뿐만아니라 위험의 외주화가 가속될 것입니다. 매년 수천의 생명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대체 어떤 문제가 이법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반도체공장에서 사람이 죽으면 이재용이 갈려나갈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된 나라아니겠습니까.
2020.12.08 16:37
2020.12.08 19:43
포스코에서 누가 죽었다는 기사를 본 다음날 엔지니어 대상 수상자가 포스코의 연구원이었는데 씁쓸했습니다.
뭐 삼성에서 누가 뽑혀서 대통령상받을 수도 있는거지요.
2020.12.08 19:47
현장에서의 이야기를 이렇게 들으니 더 생생하게 다가오네요. 류호정 의원도 열심히 밀어붙이는 법으로 알고 있는데 이 법의 필요성은 정말 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찌보면 이 법에 무심한 것도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간의 계급 차이가 아닐까 좀 고민하게 되더군요. 외주화 시대에 이제 사망도 외주를 준건지 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꼭 통과시키고 나중에라도 사람들이 더 안전해진 환경에서 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일하다 죽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지 정말... 그 어떤 사람한테 너 여기서 일하다 죽을 수도 있으니 너가 알아서 조심하라고 하면 다들 식겁하면서 욕할텐데 말이에요
제가 예전에 택배 까대기 알바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날이 첫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업무 시작하자마자 십분만에 으아악 소리가 나고 모든 기계가 다 멈추더군요. 어디 현장의 누가 팔이 끼었다면서 웅성웅성대고 그 다음에 기계가 다시 무심하게 돌아갔습니다. 이게 처음 까대기를 해봤던 날의 일이어서 아직도 기억이 나요...
2020.12.08 20:37
2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주는 꼬리자르기가 가능해요..
강은미와 박주민 안 중에 결정되어, 경영책임자, 공무원, 법인등에 처벌과 배상이 강화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