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6 11:54
- 스포일러는 없게 적겠습니다.
- 추리 소설로 갑부가 된 할배가 있고 그 할배의 재력에 묻어 사는 자식들, 며느리와 사위들 및 손주들이 있어요. 그 할배의 생일을 맞아 다 함께 모여 파티를 여는데 그 다음 날 아침에 할배는 사실상 밀실 비슷한 곳에서 목을 그은 시체로 발견되구요. 당연히 경찰이 출동해서 자살인지 아닌지 조사를 해야겠는데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명탐정(!! 배경은 어디까지나 현재입니다!)이 와서 떡하니 앉아 있네요. 누구에게 의뢰를 받은 건진 본인도 모르겠는데 암튼 돈을 받아 버려서 왔다나요. 그래서 수많은 가족들 + 하녀와 할배의 건강 도우미 처녀가 차례로 불려와서 문답 시간을 갖고... 뭐 이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그 뒤의 일들은 몽땅 스포일러인 것 같아서 말을 못 하겠네요.
- 사실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최근작인 데다가 워낙 평가가 좋았던 작품이고, 또 이 작품의 바탕이 되는 퍼즐 미스터리,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를 원작으로 영화화된 작품들에 대해 제가 특별히 아는 척할 입장이 아니다 보니 무슨 말을 하기도 무섭고 그렇네요. ㅋㅋㅋㅋ
하지만 뭐. 언제는 제가 뭘 알고 떠들었나요.
- 그냥 보다 보면 '이야~ 너 참 잘 만든 영화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드는 영화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호화 캐스팅 영화'를 패러디한 것 같은 모양새를 가진 작품인데요.
포스터를 가득 메우고 있는 저 배우들 면면을 보면 연기의 질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겠고.
런닝 타임을 끌고 나가야할 퍼즐 미스터리의 내용도 걸작까진 아닐 지언정 충분히 준수합니다. 오히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들에는 잘 없는, 영화라는 매체에 잘 어울리게 짜여지고 삽입된 장면들을 보면 원작 떼고 붙었을 때 진짜 아가사 크리스티 영화들보다 이 영화가 더 낫지 않나 싶을 정도... 라는 느낌도 받았네요.
- 맘에 들었던 부분들
1. 시침 뚝 떼고 현실 무시하고 주인공을 '유명한 명탐정'으로 설정해버리는 배째라 정신이 아주 맘에 들었구요.
2. 배우들 얘긴 굳이 언급하는 게 시간 낭비겠지만 그래도 특히 주인공 둘(탐정과 마르타)과 토니 콜레트가 정말 좋았어요. 다니엘 크레이그와 토니 콜레트는 정말 화면에 잡히는 매 순간마다 배우 본인이 지금 자기 연기가 즐거워 못 견디는구나... 라는 느낌까지 들더군요. ㅋㅋㅋㅋ 그리고 마르타를 연기한 아나 디 아르마스는 이런 멀쩡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처음 보는데 되게 잘 하더라구요. 정말로 어리고 순수하며 착한 영혼이라는 느낌이 팍팍. (현실 나이는 한국 기준, 개봉 당시 32세라고...;)
3. 특히 마르타의 캐릭터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냥 한 없이 순수하고 착하고 여린 아이... 라는 요즘 세상에 보기 힘든 캐릭터인데 그게 이야기의 고풍스러운 느낌과 잘 어울렸어요. 그리고 요즘 워낙 이런 캐릭터가 별로 없잖아요. 배우의 비주얼과도 너무 잘 맞았구요.
4. '거짓말을 하면 바로 토하는 알러지 체질' 이라는 말도 안 되는 설정을 걍 밀어붙여 버리는 센스도 좋았죠. 사실 영화란 게 그렇잖아요. 결과적으로 재밌으면 그만이지 뭘 따지냐구요. ㅋㅋㅋㅋ 그걸로 개그나 좀 치다가 말았으면 별로였겠지만 이야기 전개와 밀접하게 엮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알차게 써먹으니 불만 제로.
5. 결국 이 또한 트럼프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고 여러모로 정치적 메시지가 와장창창 쏟아지는 영화였지만 그게 뭐랄까... 대놓고 티가 나지만 과하거나 어색한 느낌이 없는? 험악 살벌하면서도 동시에 동화처럼 보일 정도로 천진난만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오묘한 톤 조절 덕에 '교훈적 메시지'들이 되게 쉽고 직설적이면서도 부담 없이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라이언 존슨이 능력자는 능력자더라구요.
- 굳이 단점 찾아내려고 애쓸 필요도 없겠고.
이미 다 보셨겠지만 아직도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보세요. 그저 극장에서 안 본 게 아쉬울 뿐입니다.
(투머치 토커의 재능을 보이는 듯한 느낌의 캡틴 아재.)
+ 현대 차가 또 한 번의 굴욕을 당하더군요. ㅋㅋㅋ 최근 한 달간 본 영화&드라마들에서 벌써 세 번째입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론 카 체이스에서 패배하진 않았으니 어찌보면 홍보 같기도 하구요. 특히 체이싱씬의 마무리는 꼭 자동차 광고 같았어요.
++ 흥행이 잘 되면 탐정님을 활용한 속편을 또 만들고 싶다고 했다는데 흥행이 잘 됐죠. 속편 나오면 정말 좋겠지만 마르타가 안 나올 테니 많이 아쉽네요.
+++ 루머의 루머의 루머... 의 그 분은 그 후로 여기저기 많이 보이긴 하는데 성적은 좀 신통치 않은 것 같기도. 여기선 애시당초 역할이 제일 작더라구요.
++++ 주인공 마르타를 연기했던 배우 아나 디 아르마스의 개봉 대기 작품 중 하나가 007 신작이더군요. 본드걸 역할이라고 하니 다니엘 크레이그와 키스씬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니 웃깁니다. 마르타와 탐정님이 왜 그런 짓을. ㅠㅜ
+++++ 더 할 말이 없으니 마르타님 짤이나 두 장 올려보고 마무리합니다.
본드걸!!! ...근데 '2020년 4월 대개봉'이 좀 슬프네요.
그리고 제가 인상깊게 보았던 블레이드 런너 출연 장면. 분위기 독특하게 예쁘고 좋았어요.
저 캐릭터 자체도 나름 재밌는 구석이 있는 캐릭터였구요.
2020.11.26 12:15
2020.11.26 16:13
ㅋㅋㅋㅋ 유익한 정보네요. 참고로 전 올레티비로 봤습니다. 몇 천원 더 내고 무료 영화 제공하는 요금제 전용으로 무료더라구요.
2020.11.26 12:24
이 영화는 무조건 무조건 추천작이죠. 이거 보고 재미없다는 사람 못봤어요. 친구랑 다시 봤는데도 재밌더라구요.
2020.11.26 16:13
그냥 누가 봐도 재밌도록 잘 만든 것 같아요. 심지어 어린 애들 보여줘도 좋아할 듯.
2020.11.26 12:30
너무 즐겁게 본 작품입니다. 초반부터 패를 거의 까놓고도(물론 완벽한 진상은 아니지만) 끝까지 갸웃거리며 쫓아가게 만들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 한 방 먹여주는 솜씨가 대단했어요. 라이언 존슨이 확실히 할리우드 (노장들에 비해)젊은 감독 중에서도 군계일학급의 재능을 갖고 있다는 걸 또다시 증명한 작품 같아요.
아나 디 아르마스는 아주 젊지는 않은 나이에 할리우드 넘어와서 초기엔 싸구려 호러, 스릴러물 같은데서 색기담당 역할 같은 거 많이 하면서 노력하다가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인지도를 올리고 나이브스 아웃으로 연기력까지 인정받으면서 궤도에 올라온 것 같더라구요. 앞으로도 차기작이 엄청 많던데 어렵게 올라온만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 게 보입니다. 올해 공개됐던 넷플 오리지널 영화도 두 개인가 출연했던데 둘 다 별로였던 걸로... 제목도 기억 안나고 찾기도 귀찮네요 ㅎㅎ 차기작 중엔 마릴린 먼로 전기영화가 기대되고 벤 애플렉이랑 같이 찍은 로맨스물도 있는데 이거 계기로 둘이 연인 됐더군요.
2020.11.26 16:34
라이언 존슨 영화들 중에 재미 없게 본 게 없어요. 15년동안 장편 다섯개 밖에 안 내놓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대단한 타율이라고 봐요. ㅋㅋ
내친김에 아나 디 아르마스의 바이오그래피를 찾아봤더니 나름 매력적인 스토리의 배우더라구요. 배우 되겠다고 쿠바에서 스페인으로 옮기고, 스페인에서 할만 해지니 바로 헐리웃으로 옮기고. 원래 잘 하지도 못 하던 영어를 단기 속성으로 2~3개월만에 어지간한 수준으로 끌어 올려서 오디션 보러 다니고, 그러다 덜컥 발탁되고! ㅋㅋ 막 탑으로 잘 나가는 배우가 되긴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오래 롱런하는 배우가 됐음 좋겠어요. 다만 벤 애플렉은 좀 당황스럽군요. ㅋㅋㅋㅋ
2020.11.26 13:47
'Defending Jacob (이거 한글 제목이 있나요?)'의 제이든 마텔이 이 영화에서 똑같은 성격의 재수없는 10대 소년 역할을 하는 게 웃겼습니다. 거의 90% 싱크로율의 캐릭터...비중은 크지 않았지만요.
2020.11.26 16:38
검색 해 보니 '제이콥을 위하여'라고 나오네요. 아. 그리고 얘가 '그것'에서 빌이었군요? 그것도 모르고 봤습니다. 아핫하;;;
2020.11.26 17:08
2020.11.26 23:49
별의 별 걸 다 보는 가영님께서 이걸 아직 안 보셨다니!!
2020.11.26 19:36
2020.11.26 23:50
코미디에 재능이 있는 것도 그렇고 그냥 연기를 너무 즐겁게 해서 보는 사람까지 즐거워지더라구요. ㅋㅋ 배우들 다수에게서 그런 느낌이 전해져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2020.11.26 22:40
정말 신나게 본 영화입니다. ㅋㅋ 영화의 템포나 매너가 특히 취향에 맞았던것 같아요. 배우들도 다들 멋지고요. 저도 이 영화가 웬만한 크리스티원작 영화들보다 더 훌륭한 크리스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2020.11.26 23:51
살인, 누명, 계층 차별, 위선과 증오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경쾌하면서도 긍정적일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봤어요 정말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