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에 아는 형님이 회를 쏘신다 하셔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5만원 짜리 회 세트를 공수해다가, 근처 식당에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회도 도톰하니, 정말 맛나더라구요. 라식 때문에 소주를 못마신건 안자랑 T.T....


그리고 저는 회를 먹을 때 보통 쌈을 싸서 먹어요.

도톰한 회 한점을 초장을 찍어서, 상추에 올리고, 그 위에 마늘을 살짝 올려놓고 흡입하면,

회의 식감과 함께 달콤쌉쌀한 초장, 그리고 알싸한 마늘맛이 감돌고, 마지막에는 상추가 상쾌하게 씹혀서 좋아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이 이리 먹는 것을 보고 따라하다가 회쌈의 맛을 알게되었지요.


그 때,


같이 회를 먹던 동갑내기 직장인 여자아이가 저를 보며 혀를 찼어요.

"너 회 잘 못먹는구나!?" 라고 저를 조롱하며,

그녀는, 회는 고추냉이를 섞은 간장에 찍어 그대로 먹어주어야 원래의 식감과 맛을 즐기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초장이나 쌈을 이용하는 것은 회를 못먹는 사람들이, 혹은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사람이 택하는 방법이라며 막타를 날렸어요.


저는 문득 화가 났어요.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회 하나 먹으려 서울을 떠나 바다로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머나먼 곳에 맛난 회 한접시가 있다면 그의 배에 달하는 교통비를 지출하는 것 또한 당연한 회덕후의 자질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은 바캉스를 물과 산을 찾아 간 것이 아니라 회를 찾아 떠나왔어요. 그것도 10년이 넘도록요.


그런 저를, 쌈을 싸먹는다며 회를 모르는 사람으로 조롱하다니!

저는 참을 수 없었어요.


"회를 무조건 홀로 먹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고정관념이다. 특히 지금 네가 먹는 광어회의 경우, 식감은 좋지만 맛이 약하여

 달콤쌉쌀한 초장과 마늘을 상추와 함께 먹으면 그 단점은 보완하면서도 식감은 더욱 부각된다.

 회를 먹는 방법과 정석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하는 너야 말로 회를 모르는 초보자가 아니더냐!"


라고 반박했지요.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2인의 남아들이 각각의 주장에 가세하며 토론이 격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회부심'만 있는 것들! 이라며 격한 감정 싸움을 벌였지요.

하지만 결국 결론은 나지 않은채 각자 회 한점 전략과 쌈 전략을 고수하며 회를 다 먹어치우고, 매운탕도 먹어치웠어요.


집에 오는 길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여전히 모르겠어요.

회에 쌈을 싸먹으면 안되는건가요?. 쌈 또한 회와 잘 어울리는 완성된 방법이 아니던가요?

진정 회 한점의 맛에만 집중해야 회의 맛을 아는 사람인건가요?


10년 동안 회를 즐긴다 생각했는데, 문득 회한이 느껴지는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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