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1 18:12
- 어째 연속으로 좀 위험한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ㅋㅋㅋ 요즘 vod로 제공되는 건 '무삭제' 표시가 붙어 있더군요. 그래서 블러 처리도 없고 그냥 리얼한 노출을 2시간 20분동안... (쿨럭;) 스포일러는 없구요.
- 주인공 이름은 '노미'. 댄서의 꿈을 품고 히치하이크를 하며 혈혈단신으로 라스베가스를 향하지만, 절대 남들에게 속지 않겠다는 의지를 사방으로 강렬하게 분출하는 가운데 도착 한 시간만에 속아서 빈털터리가 됩니다. 홧김에 주차된 아무 차를 막 두드리며 괴성을 질러대다가 그 차 주인의 갑작스런 호의로 살 곳을 찾고 일자리도 찾았죠. 스트립댄스와 랩댄스(...)를 하는 술집의 댄서가 되었네요.
그러다가 마침 재워주는 친구의 직장이 라스베가스 최고렙의 고급 카지노의 공연 부서라서 친구 빽으로 멋지고 화려한 스트립 공연도 함 보고. 그 공연의 에이스 지나 거손과 그 남친 카일 맥라클란도 만나요. 근데...
다 됐고, 그냥 노미는 타고난 천재 댄서구요. 본인의 재능 + 주변 사람들의 영문 모를 호의와 미칠 듯한 운빨, 그리고 약간의 나쁜 거래(?)로 그 노미가 최고의 스트립 댄서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 인상 깊었던 점들
1. 영화 내내 배우들의 노출도가 굉장(!)합니다. 그냥 거의 아무 것도 안 입다시피한 사람들 수십명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 시간이 많아요. 근데 그게 다 그 사람들 '일'하는 장면이고 거기에 그 이상의 의미나 의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야하다'는 생각이 거의 안 드네요. 참 희한한 경험이었습니다. ㅋㅋ
2. 되게 전형적인 '시골 청년 성공담' 이야기를 뮤지컬 느낌이 나게 만들면서 배경을 라스베가스로 잡은 거죠. 그리고 그 라스베가스의 음침하고 어두운 면을 보여주긴 하는데... 그게 그렇게 강조가 안 돼요. 그래서 다 보고 나면 역시 그냥 '시골 청년 성공담' 하나를 본 듯한 느낌만 들죠. 뭐 그러면서 원조 여왕인 지나 거손님과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라이벌 예술가 스토리를 곁들이긴 합니다만. 이거나 저거나 이야기가 되게 나이브합니다. 그래서 노출만 되게 많은 아주 건전한 영화를 본 기분이 들어요.
3. 위에서 '뮤지컬 느낌'이라고 적었는데, 그러니까 뭐냐면 스토리의 개연성에 진짜 1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사랑은 비를 타고' 같은 옛날 뮤지컬 리즈 시절 영화들 마냥 이야기가 휙휙 넘어가고 그 디테일엔 신경을 안 써요. 예를 들어 주인공이 오디션에 합격하고 첫 연습을 하러 간 날, 먼저 연습하고 있던 멤버들의 복잡하고 화려하며 엄청 빠른 동작을 주인공이 딱 한 번 보고선 군무로 그대로 재현하는데 아무도 놀라지 않구요. 바로 그 날 저녁이 실전 공연인데 그냥 완벽하게 해내버리구요. 누군가가 갑자기 '춤을 추자!'고 하면 한 번도 맞춰본 적 없는 안무로 둘이 호흡을 딱딱 맞춰가며 춤을 추죠. 그냥 감독의 의도대로 전개일 테니 웃을 필요도 없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봤습니다.
4. 당연히 주인공 노미의 내면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주변 인물들도 다 그냥 기능적으로만 움직입니다. 대표적으로 노미를 재워주는 그 친구 말이죠. 당최 왜 그러는지 이해가 전혀 안 가지만 그걸 극중에서 설명하려는 노력은 없습니다. ㅋㅋㅋ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굉장히 가벼워집니다. 19금 성인 동화라고나 할까요.
5. 그 와중에 댄서들의 춤은 당연히 멋집니다. 위에서 말 했듯이 '야하다'는 느낌이 이미 날아가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순수하게 무대와 춤을 즐기게 되는데 그건 꽤 즐거운 경험이고 그래요. 살면서 한 번도 못 봤고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못 볼 고급진 스트립 무대를 간접 체험한다는재미도 있구요.
- 뭐 더 길게 얘기할 건 없을 것 같구요.
위에서 여러번 말한 대로입니다. 그냥 편하게 머리를 비우고 고급진 라스베가스 스트립 공연 구경하는 영화에요.
여기에서 뭔가 깊은 의미라든가 감동이라든가, 혹은 현실 비판이라든가 하는 알찬 내용물들을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폴 버호벤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지만... 더 진지한 의미 같은 걸 찾고 싶다는 기분이 들질 않아요. 일단 주인공을 비롯해서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너무 얄팍하고 비현실적이라 스토리를 진지하게 따지고 들 의욕이 안 생기거든요. ㅋㅋ
하지만 모든 고급진 기대를 버리고 그냥 신기하고 즐거운 구경거리(...)를 원하신다면 꽤 괜찮습니다. 전 재밌게 봤네요.
+ 바로 앞에서 말했지만 주인공 노미의 캐릭터는 진짜 난감합니다. 멍청하고 본인 욕망에만 불타면서 싸가지 없고 앞뒤 안 가리죠. 전형적인 진상 캐릭터인데 타고난 천재적 댄스 실력으로 다 씹어 먹고 성공한다는 식이라 끝까지 봐도 정이 안 갑니다. ㅋㅋ 더불어 그런 진상을 무한 사랑의 눈빛으로 감싸며 도와주는 주변 인물들까지 묶음으로 골로 가구요.
++ 트윈픽스 시즌3을 본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지 풋풋한 카일 맥라클란의 모습이 참 신선하더군요. 이 영화 출연자들 중에 이후 커리어가 잘 풀린 사람이 없는데 이 분도 그 중 하나였죠.
+++ 보면서 좀 그런 기분이 들더군요. 야하지? 막장이지? 자극적이지? 근데 사실 다들 이런 거 좋아하잖아? 라는 감독의 목소리가 전해오는 듯한... 음...;; 사실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어서 분한 기분이 좀. ㅋㅋ 다만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그 사건은 좀 그렇더군요. 굳이 그런 이야기를 넣었어야 했나 싶고. 뭐 라스베거스에다가 잘 나가는 놈들의 막장극이 컨셉이니 그런 류의 사건이 한 번 들어갈만 하긴 하지만요. 그래도 좀 별로였어요.
++++ 그새 폴 버호벤의 공식 표기가 '파울 페르후번'으로 바뀌었더군요. 뭐 네덜란드 분이니 저렇게 적고 불러드리는 게 맞겠죠. 하지만 이미 옛날 표기에 넘나 익숙해져버린 것...
+++++ 주인공 역의 엘리자베스 버클리는 춤 연습을 진짜 빡세게 했나봐요. 편집 없이 배우 본인이 직접 추는 게 명백한 장면들이 되게 자주 나오더라구요. 그렇게 열심히 했지만 개봉 후 평가는... ㅠㅜ
2020.11.21 18:48
2020.11.21 20:26
2020.11.21 20:07
"파울 페르후번" 영화중에 가장 재미없게 보았던 영화예요. 다시봐도 별로일지 조금 궁금해지기는 하는군요. 쇼장면이 상당히 중요했을텐데 엉망진창으로 잘라내고 이어붙인 버전으로는 그게 쉽게 전달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이야기만 나오면 영화가 개판이라고 거품물고 그랬었는데요. 생각해보니 센서십의 피해자였을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2020.11.21 20:12
잘린 장면 중에 성폭행 장면 있을 텐데 꽤 논란될 수준일 걸요. <flesh+blood >에서도 그랬고
전 재미있게 봤는데 베르세이스 장면과 지나 거손때문에요. 거손은 성격파 배우란 인정을 받았죠
2020.11.21 20:33
2020.11.21 20:39
2020.11.21 20:42
2020.11.21 20:29
2020.11.21 21:03
2020.11.22 15:31
버세이스가 정말 많은 분들에게 감명을 주었군요. ㅋㅋㅋ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그 장면 보고 '이건 꼭 글에 적어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까먹었는데, 댓글로 여러 분들이 계속 언급해주시네요. ㅋㅋㅋㅋ
2020.11.21 21:17
얼음을 가져다....장면 기억이 납니다
2020.11.22 15:31
어허 이 분... (하하하하.)
2020.11.21 21:33
2020.11.22 15:32
사실 뭐 랩댄스 장면도 나오고 격렬함이 과해서 폭소가 나오는 정사씬도 있고 그렇긴 하지만, 기둥 줄거리만 놓고 보면 정말 건전하기 짝이 없죠. ㅋㅋ
2020.11.21 22:05
당시엔 이 정도의 표현으로도 외설 운운 하면서 호들갑 떨곤했죠.
이 영감님 네덜란드에서 날리던 시절 작품인 터키시딜라이트, 스펫터즈, 포스맨 같은 '찐'으로 강한 작품들 한번 맛을 봐야 짜식들이 그런 엄살을 안떨텐데 말이죠. ㅋㅋ
2020.11.22 15:33
전 사실 언급하신 영화들 중에 '포스맨' 하나 밖에 못 봤습니다만.
뭐 '토탈리콜'이 자극적이고 불쾌해서 구역질 난다고 시사회에서 난리나던 시절이니까요. 하하;
2020.11.22 02:03
아직 철없던 시절에 "하이라이트" 영상만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야한 영화로만 알았다가 영화팬이 된 다음에 제대로 감상하고 뒤늦게 깨우친 경우도 여럿 있었는데 이건 굳이 시도할 마음이 안생기더라구요 ㅎㅎ
카일 맥라클란은 데이빗 린치의 최애 페르소나로 영화, TV계 양쪽에서 최고의 문제작이면서도 컬트 명작으로 찬양받은 블루 벨벳, 트윈 픽스에 모두 주인공으로 출연하면서 미모와 연기력을 모두 갖춘 최고의 스타배우가 될 것 같았는데 이후로 참 안풀리더군요. 그래도 최근까지 정말 여기저기 열심히 활동은 하는 것 같습니다. 픽사 인사이드 아웃에서 주인공 아버지 목소리였다는 걸 엔딩 크레딧에서 보고 엄청 반가웠네요 ㅎㅎ
2020.11.22 15:36
네 뭐 다른 분들께도 말씀드렸지만 '굳이' 시도해 보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ㅋㅋ
카일 맥라클란은 참 잘 생겼지만 뭔가 좀 90년대 미모... 라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잘 생긴 옛날 사람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맡은 역할도 발명왕 에디슨에 루즈벨트 대통령... 막 이렇네요. ㅋㅋ
2020.11.22 09:37
2020.11.22 15:38
얼굴 분해되는 예고편 장면에 꽂혀서 영화를 본 친구들이 정작 보고 나선 죄다 샤론 스톤 얘기만 했었죠. ㅋㅋㅋ
그에 비해 본격적으로 야해야할 쇼걸은 정말 야하단 생각이 안 들어서. 어쩌면 비평 말고 흥행이 망한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2020.11.22 15:15
2020.11.22 15:45
네 좀 미안한 얘기지만 기억에 남는 개성은 없는 마스크였죠. 맡은 역할도 걍 핀업걸 같은 이미지에 함께 나온 지나 거숀에게 임팩트 밀리고...
제가 재밌게 본 건 아무래도 기대치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어요. 워낙 세기의 망작 반열에 든 영화였으니 뭐. ㅋㅋ 혹시나 다시 보셨는데 여전히 실망스러워도 제 잘못은 아닌 걸로!!
2020.11.22 19:12
이 영화 아직 안봤어요. 그런데 폴 버호벤 영화라는 걸 알고 진짜 볼 엄두가 안나더군요 ㅋㅋㅋㅋ 폴 버호벤이 좀 변태닙까? 전 <로보캅>만 보고서도 진짜 학을 뗐습니다. 엄청 좋아하고 진짜 개미친 감독인데 이런 것까지 도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ㅋㅋ영화 보면서 '돌았네...'소리 나온 몇안되는 감독입니다
2020.11.23 15:02
본문에도 적었지만 이 영환 폴 버호벤의 영화로선 아주아주 순한 맛... 인 정도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헐리웃 영화 기준으로 봐도 딱히 독한 맛은 없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 실망시킨 영화이기도 했죠. ㅋㅋ
2020.11.22 20:34
제가 출근하는 길에 트랜스젠더 바가 영업중인 건물이 있는데 건물밖 광고판 그림이 저 영화포스터입니다! 얼굴을 가리고 딱 저 포스터예요
저는 처음에 몰라보고 광고한번 쩔게 뽑았네! 했다가 쇼걸 포스터를 그대로 베낀걸 알았습니다
2020.11.23 15:04
포스터는 아주 유명했었죠. ㅋㅋ 야한 느낌이기도 하고 또 말씀대로 이미지 자체는 훌륭하구요.
생각해보면 저런 포스터가 길거리 사방팔방에 붙어 있었던 예전이야말로 어린이 유해물(?)이 범람하는 위험한 시대가 아니었는지. ㅋㅋㅋ
2020.11.23 11:32
어디서 기사를 봤는데 대충 이 영화에 나온 풀장섹스장면이 영화역사상 가장 별로인 섹스장면 중 하나라는 얘기를 들었지요...그래도 안본눈삽니다 수준은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2020.11.23 15:05
제가 바로 며칠전에 그 장면을 본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영화 역사상까진 따질 능력이 안 되지만 제 인생 최악의 섹스씬 중 하나인 건 맞다고 봅니다. 갑자기 장르가 코미디로 점프한 느낌이었거든요. ㅋㅋㅋㅋㅋ
당연히 그 많은 노출은 다 잘린, 건전한 버전이었죠.
그럼 그 잘린 부분 때문에
이 영화를 또 봐야 할까요?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는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