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 - 전도의 나쁜 예

2010.11.14 23:43

01410 조회 수:2261

아래 얘기는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거한 것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도시로 전학을 왔습니다.

그 전에 살던 시골(읍이라고 하기엔 작고 면이라고 하기에는 큰..)에도 교회는 두어 군데 있었습니다.

심지어 모친의 초등학교 친구였던 분이 교회 선생님이셨죠. 물론 본 직업은 따로 갖고 계셨지마는.

하지만 어떻게 부딪친다거나, 강권한다거나는 못 본 것 같습니다. 주일학교 한번 나가봤지만

흥미가 없어서 관뒀었죠. 그 뒤로도 그렇게 끈질기게 나오라는 얘기는 못 들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전학을 오니까, 금방 친해지게 된(요즘말로 베프)친구 하나가 자기 집에 데려가더군요.

그래서 꽤 자주 어울려 놀았습니다. 그 친구 집은 꽤 독실한 신자였던 듯 이것저것 교회 관련

물품이 많았죠. 그래도 그 친구는 처음에는 교회 나오라고 압박(?)씩이나 하진 않았었는데

그 해 겨울이 가고 이듬해 즈음 방학이 끝나니까 이상한 얘기들을 좀 주절거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좀 임마 이거 맛이 갔나.. 하다가 반이 바뀌어서 자연히 소원해지게 되었습니다.


학년이 올라가고 바뀐 반에도, 그 교회를 다니는 녀석이 하나 있더군요.

이 친구하고는 그닥 친하지는 않았는데 점점 날이 갈수록 이상해졌던 건 기억납니다. 평소에

별로 말수도 적고 친구도 많지는 않은 - 약간 아웃사이더 같았지만 결정적으로 행동이 갈수록

이상해지더란 말입니다. 이상한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학교에 갖고 왔다가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그런데 선생님을 쏘아보더군요. 그 눈빛은 꽤 썸뜩했습니다.) 같은 반 애들보고 자기 다니는 교회에

같이 가자, 안 가면 너희들 진짜 큰일난다.....



.... 그 친구랑 전년도 제 베프가 다니던 교회는 바로 다미선교회 지부였지요. (.....)


그놈들, 휴거소동 끝나고 전부 학교에서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전학을 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베프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고, 걔네 집도 어느 날 없어져 있고. 같은 반이던 놈은 그 학년 끝날 때까지 무단결석.


그 유인물이란 것도 무슨 머리를 깎으면 바코드 666이 새겨져 있네, 허블 망원경으로 보면 무슨 하나님의 성전이

안드로메다에 건설중인 게 포착이 되었네...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 허무맹랑한 얘기들.

근데 또 그걸 그 나이엔 다들 순진하다고 믿었었네. 그래서 1992년 10월 28일, 그 밤이 지나며 저는 바들바들 떨었죠.

코웃음만 치는 부모님들... 이거 진짜 휴거 안되면 지옥가는 거 아닐까. 아 난 엄마따라 절에만 다녔는데.

다음날 조간신문이 배달되었을 때 펼쳐봤더니 맨 뒤 사회면 머릿기사 첫 문장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휴거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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