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가 운명하셨습니다.

오늘 낮에 몇시간을 붙잡고 문제를 해결했는데도 불구하고, 보일러님은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지금 생존을 위해 늦은밤에 마트에 달려가 전기장판을 사오고, 물을 끓여 집안의 내부를 조금이라도 덥히고, 겹겹이 옷을 껴입고 살아남기위해 준비를 하고있어요.


그러다 문득 저에게 핫팩하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아지려다가, 열흘전쯤에 있었단 일을 떠올리곤 후회와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열흘전쯤 새벽에 서울역뒷편을 지나다가 노숙자 두분이 밖에서 박스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추위에 떤채 잠들어계신걸 봤습니다. 

그때 전 학교 후배들과 문상을 다녀오는 길이었고, 주머니엔 새 핫팩이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핫팩을 노숙자분깨 전해주려고 생각하다가 옆에 있는 후배들을 보고 좀 망설여졌습니다.

혼자있을때도 그런일을 해보지 않았는데, 남들 앞에서 그런걸 하려니, 무슨 남보라고 하는 일처럼 느껴져서 망설였던거죠. 

결국 짧은순간 고민만 하다 그곳을 지나치고 말았고, 2,3일 정도 후회하다 그 일을 잊어먹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방금전에 그때 쓰지못했던 핫팩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그분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게시판에 들어왔다가 보게된 독거노인 동사 이야기에 다시한번 마음이 쓰려와서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사람목숨보다 제 순간의 체면을 먼저 차렸던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정말 혹독한 추위입니다. 제발 그때 그분들이 무탈하시길 기도해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05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0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355
113779 SNS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미국인들 [8] bulletproof 2014.08.17 4101
113778 수화 연설 감동이었어요. [8] 꼼데 2012.09.19 4101
113777 [바낭]전에 사귀던 친구에게서 메일이 왔는데... [15] 부엔디아 2013.02.28 4101
113776 손수조에 표 던진 XXX들... [20] 도야지 2012.04.12 4101
113775 만화, 주호민의 "신과 함께" 저는 좀 불편합니다. [17] chobo 2010.12.07 4101
113774 남자들의 이해못할 기호(혹은 로망)들을 나열해 봅시다. [21] 윤보현 2010.12.11 4101
113773 옥희의 영화!!!!! [13] taijae 2010.09.13 4101
113772 치킨집 집단파업 [5] Needle 2010.07.04 4101
113771 [바낭] MC몽 [11] 로이배티 2014.11.05 4100
113770 실업급여 [26] 타락씨 2013.02.16 4100
113769 강북멋쟁이를 들어보겠습니다. [17] 메피스토 2013.01.17 4100
113768 최종 투표율 55.2 & 출구조사 결과 ㄷㄷㄷ [18] chloe.. 2014.06.04 4100
113767 톰밀러 나비효과.jpg [1] 자본주의의돼지 2012.07.07 4100
113766 이하늬 IN, 한예슬 OUT [9] 닥터슬럼프 2012.02.14 4100
113765 혼자서는 좀처럼 하기 힘든 것? [40] 한여름밤의 동화 2011.05.30 4100
113764 [듀나인] 여러분에게 힘이 되는 글이나 문구는 무엇인가요..? [29] redez 2011.05.27 4100
113763 엄마 나 엄마랑 결혼해도돼? [6] xiaoyu 2010.07.10 4100
113762 민원인보다 총리가 우선.. [3] amenic 2010.06.25 4100
113761 설국열차 인터내셔널판은 20분 가량 잘릴 거란 얘기가 있네요. [10] 빠삐용 2013.08.06 4099
113760 [듀나인] 다래끼 째면 많이 아픈가요? [13] 글린다 2013.07.11 409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