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일기...

2020.11.30 02:11

여은성 조회 수:332


 1.오늘도 우울하네요. 하루 더 틀어박혀 있다가 잠깐 산책하고 오니 또다시 적적하고 갑갑하고 그래요.



 2.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식사랑 차를 따로 마셔요.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그대로 앉아서 얘기를 나누면 어쩐지 제대로 대화가 안되거든요. 식사를 할 때는 식사의 텐션, 차를 마실 때는 차를 마시는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요. 식사했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대화를 하면 조금 전까지 존재했던 식사시간의 잔여물이 느껴져서 잘 대화가 안 되죠. 그래서 사람 만나서 식사를 마치고 버거킹에서라도 커피를 마실까 하고 가보면 만석이더라고요. 


 날이 좀 선선하면 놀이터에 앉아서라도 얘기할텐데...이젠 상당히 쌀쌀해서 다른 사람에게 놀이터에 앉아있자는 말은 못하겠어요.



 3.오늘은 가로수길에서 압구정이 아닌, 압구정에서 가로수길로 거슬러 걸었어요. 사람을 피하고 싶어서 밤에 좀 늦게 나갔는데 너무 늦게 나가서 혹시 차가 끊기는 거 아닌가 걱정됐어요. 택시비를 아끼려고 압구정로데오에서부터 가로수길로 열심히 걸었죠. 


 압구정로데오나 도산공원에는 내가 아는 바가 이제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산책하러 가는 김에 골목by골목으로 다 돌아보는 중이예요. 이젠 정말 큰 바는 안 남았고 골목을 낀 조그마한 바가 한두 개 남아있더라고요. 


 그래도 나는 압구정이나 도산공원, 청담에 바를 차리는 사람을 좋아해요.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굳이 그곳에다가 계속 술집을 차리는 여자라면, 압구정의 과거의 영광에 젖어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일상을 살 때에야 현실적인 사람들이 좋지만 밤에 한잔 하러 갈 때는 그런 사람들에게 접대받는 게 좋아요. 이번에 돌아다니면서 체크해놓은 바들을 나중에 한번씩 가봐야겠어요.



 4.휴.



 5.우울...하네요. 산책을 하면서 재밌는 이야기라도 좀 구상해봐야겠어요. 장편에는 쓸 수 없는 소소한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단편도 써보고 싶네요. 


 원래는 눈덩이가 굴러가는 것처럼 점점 커지는 이야기, 주인공이 점차 강해지면서 점점 세계의 비밀을 알아가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부감할 수 있을정도의 강함을 손에 넣는 이야기를 주로 써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것보다 금방 금방 끝나는 이야기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옛날에는 체력이 좋아서인지 그런 큰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규모가 큰 이야기를 만들면 세세하게 구상해야 하는 게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6.내일은 어딜 가나...가로수길이나 압구정 쪽이 너무 산책하기 용이해서 지나치게 자주 가버렸어요. 좀 새로운 곳을 가봐야겠어요. 


 한데 별 생각없이 어떤 곳에 가버리면 산책이 참 힘들어요. 얼마전 우연히 가본 노량진은 막상 가보니 그곳의 공기에 질식할 것 같았거든요. 누군가의 삶의 얼룩이 너무 많이 묻어있는 것 같아서요. 


 산책을 하려면 어느정도의 부유감이 있는 지역이 좋아요. 그렇다고 또 성북동 같은 곳은 너무 고즈넉한 느낌이라서 싫고...서울의 다른 곳들은 또 너무 인공적인 곳인 경우가 많고...결정하기 힘드네요.



 7.우울...하고 슬프네요. 다음주에 빙수 번개한번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그냥 산책 번개도 좋고. 산책 번개의 경우는 낮에 보는 거면 식사하고 브런치 카페같은 데 가서 차마시면 될거같고, 낮에 시간이 안되어서 밤에 볼거면 완전무장하고 알아서 밥 먹고 집결하면 되고요. 어차피 모든 식음료장은 9시에 닫으니. 빙수 번개의 경우는 평일 낮에만 가능하니 평일낮에 만나서 빙수 먹고 낮술마시고 배고프면 식사 시켜먹고 그러는 걸로. 생각있는 사람은 여기로 ㄱㄱ. https://open.kakao.com/o/gJzfvBbb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4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678
114434 얼마나 밖에서 살고 싶으면 일부러 코로나 걸리려고 [4] 가끔영화 2021.01.03 873
114433 페니 드레드풀 쭉 달립니다 [2] daviddain 2021.01.03 401
114432 위기탈출 이낙연!!! [9] Sonny 2021.01.03 1431
114431 4년제 학위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요. [7] sok85 2021.01.03 703
114430 레전드(2015) catgotmy 2021.01.03 354
114429 새해의 다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인 아가 [4] 어디로갈까 2021.01.03 927
114428 [영화바낭] 내친 김에 '첩혈쌍웅'도 보았죠 [12] 로이배티 2021.01.03 765
114427 위기의 민주주의, 롤라에서 탄핵까지 [4] 왜냐하면 2021.01.02 812
114426 페니 드레드풀 2시즌 봅니다 daviddain 2021.01.02 377
114425 영화 차인표와 화양연화(스포약간) 예상수 2021.01.02 706
114424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후기 (일본 작품, 스포 있음) 얃옹이 2021.01.02 429
114423 원더우먼 1984 어떻게 보셨나요? [6] 분홍돼지 2021.01.02 836
114422 [영화바낭] 첩혈쌍웅의 조상(?), 장 피에르 멜빌의 '고독(=사무라이)'을 봤습니다 [16] 로이배티 2021.01.02 891
114421 디즈니 +? [8] theforce 2021.01.02 703
114420 생활의 달인 생존의 달인 [2] 노리 2021.01.01 744
114419 손예진 현빈 공식인정 [4] Toro 2021.01.01 1388
114418 이낙연이 민주당과 정부에 거대한 똥볼을 던졌네요. [12] 분홍돼지 2021.01.01 1830
114417 여자친구 바낭 [8] forritz 2021.01.01 924
114416 헐리우드가 여자 아역배우 전성기 같아요 가끔영화 2021.01.01 461
114415 새해에는 나이는 뺄셈, 행복은 덧셈, 돈은 곱셈, 웃음은 나눗셈하세요~ [2] 가끔영화 2021.01.01 34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