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일기...

2020.11.29 03:52

여은성 조회 수:389


 1.으으...나가고 싶네요. 불금에도 금단 증상이 있나봐요. 불금 대신 그냥 안전한 금요일로 조용히 지내니까 마약중독자가 마약을 안한 것처럼 온몸이 마구 근질거리는 중이예요.


 한데 이 와중에도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니 왠지 3단계로 격상될 것 같아요. 3단계로 격상되면 다음 주로 끝날 리는 없을거고...아마 2주 정도는 락다운이 걸릴텐데 말이죠.



 2.제대로 운동을 못 하고 카페에도 못 가니까 점점 우울해지고 있어요. 생각해 보면 거리두기 발령후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살아보면 가끔씩 남초사이트에 올라오는 '5년 동안 인터넷 되는 골방에서 안 나오는 대신 10억 주면 콜?' 'ㅋㅋ 껌임'같은 vs 놀이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린지 알 수 있죠. 극도로 염세적이거나 자의식이 강한 20대 시절엔 몇달동안 게임만 하고 사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이들면 사람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해요.



 3.살도 하루에 1킬로씩 찌는 기분이예요. 나가지를 않으니 식사를 하고 빵 같은 걸 우적우적 먹고 군것질을 하고 탄산을 마시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걸 반복하고 있죠. 아주 조금만 배가 꺼져도 고기-탄수화물-군것질거리-탄산음료를 계속 번갈아가며 먹고 있어요.


 사람을 만날 스케줄이 있어야 운동을 하고, 운동을 해야 운동한 게 아까워서라도 폭식을 안 하게 되는데...거리두기 때문에 사람을 잘 안만나니 힘드네요.



 4.휴.



 5.주말엔 웬만하면 안 나가기로 했는데 오늘은 먼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와서 만났어요. 낮에 소주랑 두부전골을 먹었죠.


 내일도 아무래도 한번 나가야겠어요.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에는 사람들이 거리에 없을 테니 일요일 밤에 나가서 좀 걸으려고요. 



 6.어렸을 때 기억에, 암사동이란 곳에 박물관이나 유적지가 꽤 있었던 것 같은데...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아주 호젓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8호선 타고 한번 가서 걸어볼까 생각중이예요. 


 당고개역이란 곳도 한번 가볼까 하는 중이예요. 어렸을 때부터 4호선 종착역인 당고개역엔 뭐가 있을지 늘 궁금했거든요. 아니 언제 한번 가봤던 것 같기도 하고. 


 길거리를 걸을 때는 청담동처럼 발전도가 완전히 탑급인 곳 아니면 사람도 잘 없고 개발도 덜 된 을씨년스러운 곳이 좋아요. 그래서 일본 관광을 늘 가보고 싶었는데. 시골에서 사람이 다 빠져나가서 유령마을이 되어버린 곳을 다녀보고 싶었어요. 



 7.중국에도 개발을 다 해놓고 입주가 안 되어서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곳이 꽤 있다지만 내가 느껴보고 싶은 건 유령도시가 아닌 유령마을이예요. 그렇다고 한국의 시골처럼 지나치게 농촌 분위기인 곳이 아니라, 단정하게 잘 가꿔진 마을 말이죠. 판교도 밤에 직장인들이 싹 빠져나간 한밤중의 판교를 다시 가보고 싶네요. 낮의 판교 말고 밤의 판교는 잘 느껴보지 못했어요. 으르르르르...우울하네요. 산책번개랑 빙수번개를 꼭 해야겠어요. 이번 거리두기가 끝나면 낯선 역에 가서 낯선 사람들 좀 주르륵 만나야겠어요. 


 문제는 이렇게 마음을 먹어도 막상 거리두기가 풀리고 불금이 되면, 낯선 사람들이 아니라 쉽고 확실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게 된다는 거죠. 이번에는 모험심을 좀 충전해뒀다가 거리두기가 끝나면 낯선 사람들 위주로 만날거예요. 너무 아는 사람들만 만나니까 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점점 때와 얼룩이 생기는 게 느껴지거든요. 모르는 사람들 좀 만나서 깔끔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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