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0 11:35
- 1997년에 나온 영화니까 이제 23년 묵었네요.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 별 의미는 없겠지만 결말 스포일러는 안 적는 걸로.
- 워낙 유명한 이야기... 지만 그냥 도입부만 간단히 적죠. 험버트 험버트라는 바보 같은 이름의 교육계 종사자 아저씨가 과부가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 집에 월세로 들어가면서 시작합니다. 왠지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연상하게 되는 설정이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이 아저씨가 꽂히는 건 과부가 아니라 그 14세 딸이죠. 어려서 겪었던 첫사랑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어린 여자애들에게 꽂히게 되었다는 나름 낭만적인 핑계를 대고 있지만... 뭐 암튼 그 딸래미랑 함께 있고 싶은 맘에 과부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여 결혼까지 하게 되었건만 며칠 되지도 않아서 아내가 험버트의 비밀을 알아채게 되고. 이후부터 이야기는 막장으로 치닫게 되죠. 막장에 음모에 미스테리에 비극에 파국에 아주 화려합니다. ㅋㅋㅋ
- 원작은 안 읽었어요. 스탠리 큐브릭 버전은 오래전에 보았고 이 에이드리언 라인 버전은 이번에 처음 봤네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큐브릭 버전보단 이 버전이 좀 낫긴 합니다. 좀 더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캐릭터들에게도 생명력이 있죠. 제임스 메이슨에겐 매우 죄송한 얘기지만 험버트 캐릭터도 제레미 아이언스 버전이 더 실감나고 좋더라구요. 낭만적이지만 위험한 성격이면서 동시에 찌질한 허당(...)스러운 면모가 종합적으로 더 잘 살아나는 느낌. 롤리타 캐릭터 역시 이 버전이 대체로 우세한 평가를 받고 있구요. 큐브릭 버전의 롤리타는 섹시한 느낌이 약한 건 둘째 치고 어린애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드는 외모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그래서 주인공이 하면 안 될 짓을 저지르고 있다는 느낌이 좀 덜 와닿았던.
- 근데 보다보면 뭔가 좀 이상합니다. 영화가 처음부터 우리 험버트찡이 좀 이상한 놈이고 심지어 위험한 구석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는 해요. 근데 롤리타가 제대로 섹시(...)하게 표현이 되니 뭔가 납득이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또 우리 잘 생기고 목소리 좋은 제레미 아이언스가 저지르는 음험한 짓들을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름다운 선율이 낭만적으로 감싸줍니다? ㅋㅋㅋ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건 큐브릭 버전도 비슷하긴 한데) 험버트의 만행 중 상당 부분을 순화시켜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둘의 첫 정사 장면을 도입부의 롤리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분까지만 보여주고 건너 뛰어버린다거나 하는 거죠. 듣기로는 원작의 내용상 이 부분이 (최소한 현대적 기준으로는) 성폭행에 가까운 행위가 되어야 하는데 영화로 봐선 그냥 둘 다 좋아서 해버린 걸로. 험버트의 죄는 그저 '아무리 그래도 어른인 니가 참았어야지!' 정도로 한정이 됩니다.
마지막 장면(=도입부. 수미상관 내지는 액자식 구성 비슷하게 가죠)도 그렇습니다. 에이드리언 라인 특유의 예쁜 화면 연출에 엔니오 모리꼬네의 선율, 거기에 제레미 아이언스가 뿜어내는 절망적인 분위기가 결합되면 이건 그저 잘못된 상대를 사랑한 남자의 슬픈 이야기... 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거든요. 정작 원작자는 이 험버트놈이 그냥 매우 나쁜 놈이고 자기는 그 캐릭터 절대 안 좋아한다고 여러 번 못을 박기까지 했다는데... ㅋㅋㅋ
- 런닝타임이 좀 긴 것 같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낭만적이면서 에로틱하다가 또 변태적이고 위험한 분위기... 는 런닝타임의 절반이 되기 전에 다 끝나 버리고 그 후부터는 계속해서 하강하는 식의 이야기 구조인데 그 후반부에 벌어지는 일들이 별로 재미가 없어요. 특히나 험버트가 마지막에 '그 인물'을 만나러 가서 벌어지는 일들은 필요 이상으로 길었던 것 같기도 하고. 대략 1시간 50분 정도로 압축했음 더 나았을 것 같... 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게 큐브릭 버전보단 20분이나 짧네요.
- 어쨌거나 종합적인 느낌은 '에이드리언 라인이 생각보다도 훨 능력 괜찮은 감독이었구나'라는 거였습니다. 미장센도 좋고 캐스팅도 좋고 각색도 (각자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큐브릭 버전보다 특별히 나쁜 것 같진 않았어요. 영화 속 이미지는 내내 낭만적으로 예뻐서 보기 좋구요. 아예 확 개작을 해서 험버트를 진짜 '그냥 큰 선택 하나를 망쳐버린 불쌍한 놈'으로 바꿔버리든가, 아님 원작의 의도에 충실하게 상종 못할 개xx로 만들어버리든가... 둘 중 하나로 확실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뭐 이 정도로도 '웰메이드 시대극 로맨스' 정도로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였습니다. 이런 장르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보실만 해요. 험버트 캐릭터에 대한 애매한 대우만 거슬리지 않으신다면요.
+ 에이드리언 라인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제 기억보다 훨씬 훌륭한 분이셨네요. 플래시댄스 이후로 내놓은 영화들이 나인 하프 위크, 위험한 정사, 야곱의 사다리, 은밀한 유혹, 로리타, 언페이스풀까지. 거의 다 수작이었거나 최소한 화제, 흥행작이었거나. 그리고 지금 무려 19년만의 신작이 후반 작업중이랍니다. 벤 애플렉이 나와서 이혼 안 당하려고 와이프 외도를 눈감아주다가 그 외도 상대가 실종되어 용의자 취급을 받게 되는 이야기라고. 19년만의 신작임에도 컨셉 하나는 확실하시군요. ㅋㅋㅋ
++ 후반에 돌로레스(=로리타)가 험버트에게 성질 내는 장면에서 '이런 상황 아니었음 내가 아저씨처럼 생긴 남자랑 놀았겠음?' 이라고 조롱하는 대사가 나옵니다. 음... 뭐라고?;;; 근데 뭐, 따져보니 이 영화 촬영 당시 제레미 아이언스 나이가 이미 50이었더라구요. 지금 저보다도 나이가 더 많았으니 그 조롱 그냥 인정해주는 걸로.
+++ 롤리타의 야함(...)을 드러내는 장면들에 사탕, 껌, 바나나 등등 음식을 먹는 장면들이 굉장히 자주 나옵니다. 이 감독님이 이미 나인 하프 위크 때부터 하던 스타일이긴 한데 원작을 읽지 않아서 이게 감독 스타일인지 원작에도 나오는 부분들인지 궁금하더군요. 원작도 그랬다면 오히려 나인 하프 위크에 나오던 그런 장면들이 롤리타 원작의 영향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 도미니트 스웨인의 이후 커리어를 보면 역시 어려서 팜므 파탈 같은 역할로 뜬 배우들의 이후 커리어는 쉽지 않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디 포스터, 스칼렛 요한슨 정도가 예외려나요.
2020.11.20 12:12
2020.11.20 12:24
보세요. iptv에 다 있으니 구하기도 어렵지 않고 재밌습니다. ㅋㅋ
2020.11.20 14:01
2020.11.20 15:33
2020.11.20 16:06
ㅋㅋㅋ 반갑습니다! 우주의 기운이 Gervais님과 저를 같은 영화로... 라고 적다 보니 그게 하필 이 영화라 좀 위험하네요. ㅋㅋ
어려서 볼 때는 참 배우들 예쁘고 섹시하게 잘 찍는구나... 라는 생각만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냥 다 예쁘게 잘 찍더라구요. 미장센도 탄탄하고 그림 자체를 아름답게 잘 잡아낸다는 느낌.
신작은 지금 후반 작업 중이고 2021년 개봉 목표라는데... 뭣땜에 20년을 쉬셨는지 모르겠지만 20년만에 뽑아낼 결과물도 궁금합니다.
2020.11.20 14:51
전 큐브릭 버전 영화만 빼고 에이드리언 라인 영화와 번역된 소설, 원서까지 다 읽었어요. 러시아 출신 이민자가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그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네요. 시간 되시면 소설도 한 번 읽어보세요. 문장이 정말 화려하고 중간중간 큭큭 웃음이 나오는 유머가 즐거워요. 저는 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소설에서는 험버트가 좀 찌질한 느낌인데 제레미 아이언스가 너무 멋있기도 하고 그동안 필모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변태 내공 때문에 거부감이 조금 덜하죠. (제레미 아이언스는 모 원래 변탠데.. 이런.. ㅡㅡ) 말씀하신대로 여주인공이 그렇게 어린 느낌이 아니기도 하고요.
혹시 영화 미니의 19금 일기는 아세요? 미성년자인 주인공이 엄마의 남자친구와 관계를 맺는다는 설정은 비슷한데 방향이 완전 달라요. 전 이 영화를 보고 미성년자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물론 미성년자를 만나는 험버트 같은 사람을 옹호하는 건 아닙니다...
2020.11.20 16:11
진중하게 평해놓은 글들 보면 거의 백이면 백 결론이 '원작을 읽어라' 더군요. ㅋㅋ 흥미가 생겨서 한 번 찾아서 읽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야 뭐 원서는 읽을 능력이 안 되지만 번역판이라도(...)
애초에 제레미 아이언스를 캐스팅하는 순간에 험버트의 잘못이 일부분 사해져 버린 게 아닌가 싶었어요. 나이가 50이고 뭐고 너무 멋지니까. ㅋㅋ 그렇게 찌질하게 나쁜 짓을 잔뜩 해놓고도 마지막에 그렇게 짠해보이는 건 결국 제레미 아이언스라는 배우 때문이었겠죠.
미니의 19금 일기... 는 처음 들어보는데 검색해보니 출연진도 탄탄하고 내용도 뭔가 재밌어 보이네요. 한 번 찾아 보겠습니다!
2020.11.21 15:16
찌질하게 얼빠진, 완전히 로리타에게 빠져버려서 정신을 못차리는 사고가 마비된 얼간이로 묘사가 되니까 용서가 되는거에요.
이 남자가 멀쩡한 남자였다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겠죠. 그는 그저 로리타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면서
그녀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사랑의 포로였잖아요.
2020.11.20 15:13
2020.11.20 15:18
2020.11.20 16:14
그게 영화판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원래 롤리타의 진짜 모습과 험버트의 시선에서 발생하는 괴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냥 롤리타는 원래 그렇게 조숙하고 섹시한 아이이고 그래서 험버트가 반했고... 그냥 이렇게만 받아들이게 되거든요. 물론 그러다가 종종 어린애 같은 짓을 하고, 진부하고 상스러운 짓도 하긴 하지만 그게 험버트의 필터 on/off의 결과라는 느낌이 안 들죠. 처음부터 끝까지 험버트 입장을 대리 체험하게 된달까... 원작자가 그런 걸 바라진 않았을 텐데요. ㅋㅋ
2020.11.20 16:22
그래서 제가 로리타는 사실상 영화화 불가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도 두 번의 시도가 있었던 건 긍정적이었고요.
크로넨버그가 영화화하고 싶어했는데 본인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인정했어요. 오히려 크로넨버그니까 잘 할 것도 같긴 해요.
웬만하면 원서로 읽으세요. 저는 번역본은 보지도 않았거든요.
도미니크 스웨인은 2001년 <타트>라는 영화에 폭삭 늙고 살찐 모습으로 등장. 같이 나왔던 미샤 바튼도 요새는 잊혀졌죠.
2020.11.21 04:30
아이구.. 그래도 당시 20~21살이었던 여배우한테 폭삭 늙었단 표현은 좀 폭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유튜브에서 영화 몇 장면들을 찾아봤는데 그렇게 뚱뚱하지도 늙어보이지도 않는 그냥 미국 여고생을 연기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영화 장면들을 찾다보니 도리어 십대 후반의 나이에 이마가 벗겨지기 시작했던 브래드 렌프로가 더 심각해 보였어요. 이 친구야말로 25살로 사망하기 전의 인터뷰나 사진들을 보면 아주 충격적이에요. 주목받던 미소년 아역배우가 겨우 10대 후반부터 외모랑 사생활이 무너져버리기 시작해서 결국은...
2020.11.21 06:33
2020.11.20 18:00
위에 이미 말씀하셨듯이 로리타는 대표적인 "믿을 수 없는 서술자" 소설이죠. 영화는 그걸 다루기가 힘들어요.
며칠전에 A little stranger 영화를 봤는 데 역시 이 영화도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읽고 있는 건 무엇일까? 그면이 없어지니까 힘이 없어지고 평범히 지더군요.
2020.11.20 18:03
2020.11.21 12:52
영화라는 장르 자체의 한계랄 수도 있고, 한편으론 영화적 야심이 적었다도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2020.11.21 20:41
2020.11.21 20:37
2020.11.20 18:47
제레미 아이언스 캐스팅은 적절했던 게 <m 버터플라이>에서 자신이 만든 환상에 빠져 실재를 왜곡하다 비극을 맞는 역을 했죠. 소설 속 험버트도 유럽 풍의, 중년의 샬롯과 사춘기에 들어가는 딸에게 관심 불러 일으키는,다크한 면이 있는 외모로 나오니 외모도 적절했고요. 아이언스 아니면 가브리엘 번 정도?
2020.11.21 20:40
2020.11.21 07:08
2020.11.21 15:04
아동성범죄 사건이었군요. 아이는 속아서 여행을 따라갔다가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사건이
이 소설의 모티브였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쓴 나보코프 자체를 용서할 수가 없네요.
내가 "로리타"에 대해서 쓰기를 주저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가 아동성애를 다룬 작품은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나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더구나 여기서 여주인공이 남자를 유혹하고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영악한 팜므 파탈로 묘사되고 있잖아요. 그리고 여기에 나온 제레미 아이언스는 그 10대 여자아이에게 넋을 잃은 얼빠진
인간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숱한 영화에서 가장 제레미 아이언스가 경멸스럽게 느껴진 영화였거든요.
아동성애자들의 주장 중 하나기도 하죠. 아니, 그들이 느끼는 기분이기도 하죠.
"그 아이가 나를 유혹했어, 그 아이가 나를 유혹했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어."
로리타하면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빨면서 천진난만한 듯하면서도 유혹적인 자태로 누워있던 그 모습이잖아요.
2020.11.21 20:08
2020.11.21 23:47
누구보다 로리타 컨셉 이용하는 연예인이 더 싫다는 말씀이신가요? 로리타를 좋아하는 험버트같은 남자보다
로리타 컨셉으로 남자 홀리는 여자 연예인이 난 더 싫어, 그런 말씀이세요? 제 오독인가요?
아니면 로리타 나이에 그런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로리타들이 더 낫지 나이도 많은 여자가
왠 소녀 컨셉으로 섹스 어필하려고 할까? 그런건가요?
로리타 컨셉은 늘 먹히니까요. 아이돌 대부분(?) 그리고 머리에 딱 오르는 여자 연예인이 있긴 한대
로리타 컨셉은 늘 남자들한테 먹히는데 연예인이 이용안할 리가 있나요. 섹스 어필해야 돈버는 시장에서요.
마릴린 먼로가 부른 daddy 어쩌구하는 노래도 기억나네요. 그런거 비슷한 걸까요?
아, 쫌 다르네요. "난 어린 남자들이랑 노는게 싫어요. 난 daddy들과 사랑하도록 만들어졌어요"
마릴린 먼로 상당히 애정하는데, 그리고 그녀가 부른 노래는 정말 좋아하는데 이 노래는 항상 마음에
꺼림칙하더군요.
2020.11.21 14:57
제레미 아이언스한테 홀릭해서 남들은 찾아서 보기도 힘든 "스완의 사랑"까지 봤던 사람이라 봤는데 지금은 다시 본다면 "로리타"보다는
"M. 버터플라이"를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아~ 정말 그냥 걸어다니는걸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하던 마성의 남자였는데
지금은 그 때만한 마음이 없군요.
2020.11.21 20:39
2020.11.22 00:09
그 당시 그는 성적인 금기란 금기는 다 넘나드는 역할 전문이었어요. "데미지"에서는 아들의 애인, 그러니까 며느리와 성관계를 가지는 사람이었고
아들이 자살을 하죠. "M.버터플라이"는 자기도 모르게(?) 남자와 사랑을 하게 되고 그는 파멸하게 되요. 그리고 "로리타"에서는 네, 십대 소녀와 사랑에 빠지죠.
배우로서는 탐나는 캐릭터들일 수 있고 그 위험스러운 아슬아슬한 사회가 인정하지도 용서하지도 않는 성적인 일탈의 캐릭터가 그의
옴므 파탈 이미지를 구축시킨거 아니겠어요? "데드링거"는 전에도 썼지만 완전히 다른 자아의 쌍둥이, 결국은 하나가 되버리는
정체성의 혼란, 동성애적인 암시까지.
그래요, 그가 로버트 레드포드같은 역할을 맡았더라면 제레미 아이언스에게 전 그토록 빠져들지 않았어요.
유치한 표현인데 독이 든 사과처럼 금지된 사랑과 죄악이 더 끌리니까요.
그가 "보르지아"에서 "알렉산데르 교황"역할을 맡은 걸 알았을 때 오랜만에 그다운 역할을 잡았네 싶었어요.
물론 전 로버트 레드포드도 엄청나게 좋아했었어요. 열 여섯살에 처음으로 보고 빠진 첫사랑같은 남자배우였으니까요.
위험스러운 사랑, 세상이 인정해줄 수 없는 범죄에 가까운 사랑, 영화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일탈 다 좋지만
제 의견은 이미 썼어요. 이상하게 전 지금은 그는 예전처럼 끌리지가 않아요.
아, "로리타"는 그 시절에도 아동성애라서 싫어라는 생각이 들기 전인데 그냥 그가 얼간이로 나와서 싫었어요.
그냥 그 시절에는 그 영화도 다른 영화처럼 아동성애에 대한 옳고 그름 그런 생각없이 봤어요.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 마릴린 먼로의 등을 쓰다듬어 주는 장면에서 그 손길을 느낄 수 있을것같은 순간도 있었건만
지금은 "아, 제레미 아이언스네. 내가 엄청 좋아해서 미치다시피 좋아했었지"
그런데 지금은 얼굴을 봐도 아무 감정을 못느끼겠어요. 그런 금기를 넘나드는 사랑이 딱히
내게 흥미를 주던 시기도 지나기도 한거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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