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에는 비둘기가 많지요.

제가 사는 곳에도 비둘기가 무척 많습니다.

게다가 좀 뻔뻔하기까지 해서, 가게 문이 열려 있으면 가게 안까지 마구 침입하기도 합니다.

저는 비둘기뿐 아니라 새라면 다 무섭고 싫어하는 조류 포비아입니다.

길에서 비둘기를 만나면 제가 피해다니죠.

 

그런데 밤만 되면 길거리의 모든 비둘기가 싹 사라져요.

서울도 그렇고 이곳도 그렇고.

낮의 그 수많은 비둘기들은 밤에 어딜 가는 것일까요?

나무 위에서 쉬는 것일까요?(갑자기 밤에 나무를 막 흔들어대면 나뭇가지에서 자다 깬 비둘기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씰데없는 상상을 하고 소스라쳤어요.)

 

 

 

2. 흔히 자식키우는 이들에게 이런 말 하잖아요.

'자식은 3살(4살까지라고도 하더군요)까지가 효도하는 거다'라고.

아마 고맘때까지 티없이 천진하게 이쁜짓하는 모습들이

그만큼 소중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신의진 교수의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라는 책을 읽어도 그렇고,

흔히 육아서적이나 그쪽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아이가 0세부터 3세까지는 그저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잘 돌보아)라'라는 충고를 해요.

 

사실 저 두가지가 다 본질적으로는 상충되지 않을 수도 있고, 깊은 말이라는 것 아는데요.

 

근데 사실 말만 놓고 봤을 때는 상충되는 거잖아요.

아이는 3살까지만 효도를 한다는데, 정작 엄마는 그 시간동안 육아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거니까요.

 

요즘 저런 말에 딴지를 걸고 싶은가봅니다.

제 아이가 곧 첫돌이 되거든요.

확실히 아이는 이 무렵에 효도를 해요.

눈웃음을 지으며 앞니만 난 입을 환하게 벌리면서 자주자주 웃고,

엄마인 저를 좋아해서 좀 놀다가도 살금살금 저한테 와서 폭 안기고 그래요.

 

 

그런데 저는 참 힘들어요.

뭐가 그렇게 힘든지는 엄살같아서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지 않지만요.

얼마전에 친구한테 이렇게 전한 적이 있어요.(이 친구는 예전 가장 제일 힘들었을 때 제곁에 있어주었던 친구입니다)

나 예전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었냐. 그런데 지금은 차라리 그때가 그리울 정도라면, 지금이 얼마나 힘들지 알겠지 하고.

 

 

아이가 3살까지 이쁜짓 하고 '효도'를 한다면,

정말 그걸 순수히 즐기며 이 소중한 시기를 보내도록, 인간의 성장과 육아와 뭐 그런 것들이 잘 맞물려 돌아갈 순 없는 걸까요.

왜 사람 하나 키우는 건 이렇게 힘이 들까요?

요즘들어 눈에 보이는 가치가 있는 일, 다른 이들에게 '공적으로' 내보이고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해요.

그런 일을 하면 주위 사람들에게서 그만큼의 대우를 받게 되지요.

사람 하나 키워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가치있는 일인지도 모르지만,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지 않으니,

자존감약한 저 같은 사람은 제가 뭘 하고 있는 건지 가끔 회의가 듭니다.

아이 예쁜짓 하는 것으로 위안 삼는 건, 제가 모성애가 약해서인지 모르지만 순간순간의 기쁨일 뿐이더군요.

 

 

3. 구글어스 여는 거 무서워했던 분..혹시 계신가요?(아마 저밖에 없을 듯;)

 

저는 바다에 관한 상상을 하는 건 좋아하는데

그걸 실제로 보는 것은 무서워합니다.

인정하기 싫지만(왜?) 심해공포증인지도요.

그런데 영화 '그랑블루'는 좋아해요.

아마 그 영화 속 깊은 바닷속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낭만적인 심해를 연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실제의 심해는 그렇게 푸르기만하고 아무것도 없고 이럴 것 같지 않아요..(그럼 뭐가 있을까 자연스럽게 이어서 생각하고 상상하니,글을 쓰면서 왜 또 숨이 가빠올까요;;; )

 

그런데 구글어스를 열려고 하면 지구가 한 바퀴 푸르르 돌면서 깊은 심해와도 같은 울트라마린 색감으로 물들면서

왠지 태평양으로 빨려들 것만 같더라구요.

검색창에 잘못 주소를 쳤다가는 외딴 심해라든가 좀 무서운 지형의 지역으로 또 쏜살같이 빨려들까봐

주소 넣을 때도 조심조심 정확하게 써넣곤 해요.

 

이런 거 겁내본 분 계신가요?

제가 겁이 좀 많긴 해요. 옛날엔 이러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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