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30 16:53
1.
제가 팀을 떠나며 인수인계 해줬던 후배가 그만두면서 더 좋은 곳으로 갔습니다. 더 좋은 회사에 직급도 올려가고, 당연히 급여도 더 받고요.
이 시기에 퇴사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하는 일의 중요성이나 성과에 비해 인정을 못 받고 있었거든요.
결국 순혈이냐 혼혈이냐의 문제이고 내 라인이냐 아니냐의 문제였던것 같습니다.
실무자들끼리는 '결국 우리 회사는 인력양성소일뿐' 이라고 자조합니다.
경험 쌓고 겅력 쌓으면 더 좋은 회사로 가버린다는거죠.
2.
최고경영층의 정치 싸움이 치열합니다.
한명은 반발짝 떨어져서 기회를 노리며 칼을 갈고 있고,
둘이서 정통으로 부딪혔는데 한명이 나가떨어졌습니다. 아마 계약기간인 내년까지는 버티겠지만 어떻게든 실적을 내지 않으면 만회가 안될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조직개편이 있을 거라고 합니다. ㅋㅋㅋㅋ
옆 팀장이 '가팀장.. 조직개편이 골때리게 돌아가는 것 같아' 라면서 한숨을 쉽니다.
팀들을 통폐합하고 이상하게 바꿀거라는 소문이 돕니다.
일단 공장의 팀장자리 9자리중 2개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자리 차지 못한 팀장은 실무자가 되던지, 회사를 관두던지 하겠지요.
3.
회사의 급여체계가 바뀌었습니다. 목적이야 번지르르하게 댔지만, 결론은 급여 깎겠다는 겁니다.
회장은 저희한테 월급을 되게 많이 준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동종업계 비교하면 바닥인데.
회장이 '동종업계 얘기하지 마라!' 라고 했다네요.
아니 그럼 한참 잘나가는 전자나 반도체, 정유쪽 다니는 사람한테 동종업계 비교하지 말라면서 유통이나 공무원 월급 주면 다니는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겠습니까.
이직 준비하지.
결국 1번의 후배와 같은 상황이 되는거죠.
같은 공단, 같은 업종에서 근무하는데, 지금도 옆회사보다 동일 직급 500-1000 차이 난다고 하고, 성과급도 기대 못하는 상황에서 더 벌어지게 되면 같은 동네 같은 업종 다른 회사로 이직하려고 줄을 서겠죠.
1+2+3 의 복합적인 효과로, 저도 내년에는 큰 영향이 있을까? 말까? 모르겠습니다.
운이 따라 준다면 저희 팀은 그대로 유지될수도 있습니다.
최악으로 치달으면 저희 팀도 해체될지도 모르죠.
회장이 기획부서를 하나씩 없애고 있거든요.
처음에 전략기획팀이랑 마케팅전략팀이 중복된다며 전략기획팀을 없애더니... 마케팅전략팀이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없앴습니다.
팀원들이야 다른 팀으로 흩어졌지만 팀장들은 그만두거나 협력사로 갔습니다.
저는 아직 회사의 다른 팀장들에 비해 '젊은' 팀장이니까 팀을 해체하더라도 나가라고 하진 않을 것 같지만.
p.s)
법인카드 규정 강화되었다고 지침이 내려왔는데...
누군가가 법카로 돌려막기를 했대요. 하아....
저희는 법카를 쓰고 전표를 치는데, 전표를 안치고 '제외' 처리를 할 수가 있어요. 제외처리한건 개인 계좌에서 나가거나 다른 계좌로 돌리고요.
(저도 지갑을 두고 나가서 개인 용도로 법카를 쓰고 제외처리를 한적이 있고, 회사 용품을 사는데, 온라인에서 법카로 구매를 하고 제외처리를 하고 자재비로 전표 처리한적이 있거든요.)
12월 1일에 법카를 쓰면, 12월 30일까지 전표를 치거나 제외처리를 해야 하고. 다음달 25일에 전표를 친것에 대해서만 회사에서 돈을 냅니다.
이 시스템을 악용(?)해서 개인 용도로 법카를 쓰고 30일까지 기다렸다가 제외처리를 하면 최장 한달의 시간을 벌수가 있다나...
대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법카로 돌려막기를 할 생각을 하다니... 머리 참 신박하게 쓰네 싶었습니다.
이러니까 회사가 망하지.
그래서 앞으로 제외처리하면 경위서랑 영수증 필수 첨부 하랍니다.
2020.11.30 16:55
2020.11.30 17:39
이직도 부지런하고 마음 독하게 안 먹으면 때를 놓치죠.
2020.11.30 17:14
가라팀장님이 거기에 남아있는 이유가 뭐죠? 회사에 애정을 갖게된 계기가 뭡니까?
2020.11.30 18:10
남아있는 이유야 게을러서고.
회사에 애정이 있어서 다니나요.
그냥 동지애와 관성으로 다니는거지
2020.11.30 18:27
동지는 간데없고 급여명세서만 나부ㄲ . .
2020.11.30 18:08
회사바낭 시리즈의 대격변이 예상되네요
시즌II도 기대합니다 (응?)
2020.11.30 18:11
방금 소문을 또 들었는데, 이 소문대로면 내년에는 정말 대격변일것 같습니다. 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2020.11.30 19:33
원래 A회사가 B회사를 인수한 경우라고 알고 있는데,
이 경우 정리해고는 필수죠....한번에 다 하지는 못하고,
시간차를 두고 중복되는 팀들 먼저 하겠죠,
내년 대격변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살아 남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닐수도 있어요.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잖아요.
나이들면 옮기고 싶어도 못하죠.
2020.12.01 09:19
업계 1위 하는 대기업이 인수할거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실제로 실사도 했는데 어그러졌었어요.
그때 윗분들이 '차라리 잘된걸지도 몰라. 그 회사가 인수했으면 싹 갈려나갔을거다' 라고 했었지요.
이거 어그러지고 채권단에서 명퇴할려고 했는데, 명퇴해서 인원을 줄이기에는 이미 한계 인원이라 포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쪽 업계와 전혀 상관 없는 회사에 인수당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임원들만 싹 나가고 외부 영입 인원이 한손안에 들었죠.
그런데, 인원을 더 줄이면 당장은 문제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는 뻔합니다.
제조업은 최신설비를 꾸준히 바꿔주거나, 아니면 필드에서 경험으로 메꿔야 하는데... 둘다 안할거니.
2020.12.01 02:32
1번에 적극 공감. 요즘에는 몸값 올리든 만족도가 더 높든 여러가지 회사 사정이 있든 40대 이후에는 이직하는게 빈번하잖아요.
40대 되고 부장,팀장쯤 되면 그 때는 어디로든 움직여야 한다는게 거의 불문율처럼 느껴질 정도로.
"포스코"다니던 친구 남편이 정확하게 어느 회사라고 말은 안하는데 부장 직급이었는데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그럭저럭 잘 다니는거 같아요.
거의 있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나요? 생각보다 그래도 정년퇴직까지 한 직장에서 있을 수 있는 분들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요.
제 동생은 회사가 합병되면서 합병된 회사 분위기 자체가 동기부여 꽝이고 얘가 계약직 시절에도 자기 회사에 애사심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합병하고 나더니 만나면 회사 욕하는게 회사가 얼마나 엉망으로 직원들을 관리하는지 나까지도 확 느껴지더라구요.
말만 정규직이지 사실은 노조랑 회사에서 월급 인하(????)하는걸로 합의해서 빛좋은 개살구가 된거에요.
남한테 말할 때만" 와~ 그런 좋은 직장 다녀. 연봉 장난 아니겠네."
오히려 계약직 시절보다 받아야 할 여러가지 명목의 월급이 계속 지급이 안되는 상황이 되니까 편의점 알바만도 못한 돈을 받고 다니더군요.
말하자면 1년도 훨씬 넘는 임금 체불이죠. 체불되는 임금에 대해서 시위도 하고 그랬는데 ~~~ 소용도 없고 한푼이라도 더 받을 때 퇴직금이라도 챙겨야 한다고 했어요.
돈도 돈이지만 회사 자체에 정떨어지고 질릴 정도로 무능한, 이 회사가 가망이 없겠다 싶고 다른 대안있으면 다른 대안으로 움직이는거죠.
문제는 "대안"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죠. 아무리 회사가 마음에 안드는 면이 많아도 다른 신통한 대안이 없고 월급은 정상으로 지급이 되면 생계를 포기할 수
없는거니까 다니던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다니는게 대부분이 아닌가요? 그 체계에 익숙하고 직원들도 최소한 다 파악은 된 상태고 내 위치도 여기에 있고.
가라님도 갈등이 많으시겠지만 아직까지 회사에 애정이 있으시잖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죽어도 난 이 회사 가기 싫어.
내가 진짜 때려치우고 싶은데~가고 싶은 의욕이 1도 없다. 회사 확 망해라"
적어도 그 상태는 아니실거 같은데 주제넘게 넘겨짚었나요? 제가 아는한 이런 사람들도 꽤 있어요.
무엇보다 급여가 깎인다는게 기가 막힌데
그래도 선택은 어찌되었든 가라님 몫이고 다음에 어떤 글을 쓰실지 저도 기대가 되네요.
2020.12.01 09:19
딱히 이 회사에 애정은 없는 것 같고... 결국 돈이죠. 이정도 급여를 주는 다른 회사로 이직이 가능한가? 에서 리스크가 커지니.
2020.12.01 09:29
네, 고민이 많으시겠네요. 동생 퇴직으로 온가족이 사실은 그래도 심란한 상태거든요.
가라님의 회사생활의 질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