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어 누나, 이 질문엔 특히 솔직히 답해주길 바라.
나/ 밑밥 까는 것보니 끊어야겠는데?
막내/ 예술가들 중에 약을 하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어떻게 생각해?
나/ 약의 범주에 알콜, 카페인, 니코틴 같은 일반적인 전달물질도 포함시키는 거야?
막내/ 일단 다 넣자요.

나/ 자기 몸에 침투하는 그런 물질들이 독특한 대사작용을 일으킨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겠어?
막내/ 대사작용?
나/ 약을 하면 자신의 바깥으로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듯한 감각이 온다고.
나/ 오감 이상의 그 감각을 포기하지 못하기 땜에 끊지 않고 계속하는 거라고.
막내/ 뭐야, 약이 오감의 미지화나 증폭화에 가닿게 하는 역할을 하는 거라고?
나/ 그렇다더라.

막내/ 감기약도 안 먹는 누나 입장에서 그런 사람들이 이해돼?
나/ 메를로 퐁티 같은 몸철학자 책을 눈동냥하노라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야.
나/ 20세기 이후로 약의 역사는 모더니즘의 모험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는 철학자가 적지 않단다.
막내/ 헐
나/ 자기 몸을 기반으로 형이상학이나 상상과학을 실험적으로 증명해보는 거라는 이들도 있고
나/ 법의 울타리 밖에서 원초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재미 때문이라고 고백하는 이들도 있고.
막내/ 에? 그건 너무 가련한 쾌감이잖아.

나/ 자,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밝혀야지?
막내/ 그저께 페인 앤 글로리를 봤어. 잔상이 남아서.
나/ 알모도바르?
막내/ 응
나/ 글쎄. 그의 경우는 약이  삶의 거죽을 벗겨내기 위한 것이었지 않나?
막내/ 쾌락에 순응한 것도 가두리와 타협한 것도 아니었지.

나/ 그만하자, 이런 얘기.
막내/ 하나만 물어볼게. 
막내/ 누나 콧속 혹 제거하는 수술할 때 마취제 거부했잖아.
막내/ 통증을 쌩으로 견디고 얻은 게 뭐야?
나/ 초월적 고통을 통해 내 속의 은밀한 내공을 알게 된 거? ㅋㅎ
막내/ 음
나/ 약에 대한 통제권을 발령해보면 자기권력이 뭔지 알게 돼. 건강하자. 빠빠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395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323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3634
117969 안 놀래요 [8] 셜록 2010.07.20 4586
117968 복날 특집. 경복궁역, 토속촌 삼계탕 [12] 01410 2010.07.19 4586
117967 PD수첩 라식라섹 부작용 [15] 흐흐흐 2015.03.19 4585
117966 이렇게 유명한 사건을 지금에서야 알았습니다. 술에 취해서 어묵인줄 알았다? [15] chobo 2012.11.21 4585
117965 어제 무한도전.. [12] 옥수수 2011.02.27 4585
117964 맥도날드 할머니 돌아가셨군요 [9] 사과식초 2013.10.09 4584
117963 SNL 이번주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10] 자본주의의돼지 2012.09.10 4584
117962 [듀9] 알러지약이 원래 졸음을 유발하나요? [9] mana 2012.07.03 4584
117961 뉴욕 명물 컵케이크 사진 [16] loving_rabbit 2012.03.02 4584
117960 이 사진 왠지 뭉클해지네요.... [14] soboo 2010.07.23 4584
117959 90년대 이은혜 [블루] 기억하세요? [5] 쥬디 2015.03.26 4583
117958 박근혜는 생각했던 것 이상이군요. [8] 푸른새벽 2011.11.08 4583
117957 [판매글] 서태지 판넬 팔아요... [10] 묭묭 2010.07.19 4583
117956 게이 록 가계도 [13] Jekyll 2010.08.11 4583
117955 청춘불패 빅토리아 활약 모음집 [8] fan 2010.06.19 4583
117954 가장 좋아하는/싫어하는 시대 복장 있으세요 ? [18] Diotima 2013.09.18 4582
117953 [바낭] 리액션 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힘들어요 ㅠ [11] 잠시익명할게요 2013.07.03 4582
117952 이틀 잠적했던 직원을 찾았습니다. [9] sweet-amnesia 2011.03.30 4582
117951 만화 [원피스] 오덕 기무라 타쿠야씨. [11] 로이배티 2010.09.14 4582
117950 쿠폰으로 피자, 치킨 시킬때 왜 미리 말해달라고 적어놓은거죠? [9] 달빛처럼 2010.08.22 458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