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5 16:18
-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7분. 장르는... 에... 호러 느낌 조금 들어간 스릴러인 듯한 드라마 정도 되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제목과 일체감이 상당한 포스터네요.)
- 도입부가 꽤 강렬합니다. 무슨 병이 났는지 피부에 보기 흉한 물집 같은 게 마구 잡혀 있는 할아버지가 헤롱헤롱하며 간신히 앉아 있어요. 앞에는 방독면을 쓴 사람 셋이 그에게 말을 걸며 슬퍼합니다. 잠시 후 방독면들은 할배를 들것에 태워 숲으로 데려가고. 땅을 파서 눕히고. 얼굴을 이불로 덮고선 총을 쏘고. 기름을 뿌린 후 태웁니다. 장면이 바뀌면...
아포칼립스에요. 자세한 설명은 전혀 없지만 암튼 치명적인 전염병 때문에 세상은 대략 망했습니다. 주인공들은 운 좋게 숲속 커다란 집에 숨어 무사히, 자급자족하며 살던 가족이구요. 원래는 할배, 아빠, 엄마, 17세 아들 조합이었는데 어쩌다 할배가 병에 걸렸고. 남은 가족들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처리'한 거죠.
어른들이야 자기들도 자기들이지만 '어린 아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방금 자기들이 저지른 짓을 마음 속에 묻어두고 겉으로나마 대략 태연합니다만. 그토록 살갑게 지내던 할아버지를 아빠가 총으로 쏘고 불에 태워 버리는 장면을 코앞에서 목격한 아들래미는 그 날부터 잠을 못 이루고 악몽을 꾸기 시작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멘탈 수습하고 평화롭게 살아보려던 찰나... 한 밤중에 남자 한 명이 침입해 들어옵니다. 절대로 자기는 이게 빈집인 줄 알고 들어왔으며 자기도 먹여 살려야할 처자식이 있다고,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비는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려달라고!!!!)
- 장르상으로 분명 '호러'로 구분되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정말로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보시면 안 됩니다. 호러 장면들이 있긴 있어요. 아들래미가 보는 환각 내지는 악몽 장면들은 분명히 호러이구요. 또 봉쇄해 놓은 집 안에서 부들부들 떨며 미지의 침입자를 마주하는 장면들 연출 같은 것 역시 호러의 느낌이 강하구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드라마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자! 라는 걸 최우선 순위로 두면서도 역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마음은 분명히 갖고 있던 평범하게 선량한 사람들이 의도하지 않은 운명적 꼬임 때문에 꿈도 희망도 없는 길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걸 보여주는 드라마... 라고 할 수 있겠네요. 뭐 그것도 어떻게 보면 호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보시면 뒷통수 맞았다고 화내기 딱 좋습니다.
(호러가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합니다만...)
- 뭔가 특별하거나 신선한 내용 같은 건 정말 1도 없는 영화입니다. 시작하고 20분쯤 보고 나면 이후 전개가 그냥 다 보이고 거기서 전혀 벗어나지 않아요.
강렬한 스타트, 이후로 이어지는 나름 긴장감 있는 장면들... 을 대략 20여분 정도 보고 나면 한동안 놀랍도록 평화롭고 행복한 장면들이 이어지는데, 사실 이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의도가 뻔하잖아요. '잇 컴스 앳 나이트' 같은 제목을 달고 아포칼립스 이야기를 하는, 그것도 첫장면을 저런 식으로 시작한 영화가 사람들 행복해하는 모습을 한참 동안 보여준다면 그 후는 당연히 뭐. 네. 그렇죠. 그리고 실제로 그런 상황이 흘러가며 역시나 예측하기 쉬운 결말을 보여주며 끝나요.
그리고 그 '뻔한 이야기'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되게 뻔한 이야기를 상당히 잘 해내는 영화에요. 심플하지만 그만큼 받아들이고 몰입하기 쉬운 캐릭터들이 있고, 그 캐릭터들을 잘 캐스팅된 배우들이 믿음직하게 잘 표현해주고요. 집안과 집 바로 앞 숲으로 한정된 배경을 최대한 활용해서 어둡고 갑갑하며 절망적인 분위기를 잘 깔아주고요. 또 뻔한 이야기 와중에 세세한 디테일들을 잘 심어줘서 그냥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뻔한 만큼 개연성 있고 그럴싸한 이야기로 만들어 주고요. 그렇게 이야기를 이루는 재료 하나하나가 튼튼하게 잘 쌓여서 마지막에 닥치는 파국에서 강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주어진 한계 안에서 최대치를 뽑아낸 모범적인 인디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분위기 좋고 사이 좋은 장면 짤을 찾고 싶었으나... 없더라구요. 그나마 이게 제일. ㅋㅋㅋ)
- 물론 결말이 결말이다 보니 다 보고 나면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해요. 전혀 다른 영화지만 '미스트'의 결말을 보고 드는 기분과 살짝 비슷하죠. 분명히 주인공들은 주어진 상황 안에서 가능한 최선을, 가장 상식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행동했는데 결말이 그 모양(...)이니까요.
물론 뭐 상식적인 수단 방법이라고 하기엔 좀 세게 보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정말로 그런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해 볼 때 그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생각해내기도 힘들구요. 그 와중에 어떻게든 최대한 도덕적인 선택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더 씁쓸한... 건데.
어쨌든 그렇게 뭐라도 생각하게 만들어준다는 게 또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전염병으로 아포칼립스를 맞고 주인공네 집안 같은 처지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꼭 그렇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만 생각하고 고민해야 좋은 건 아니니까요. ㅋㅋ
(그 중에 제일 착한 한 명 & 한 마리)
- 더 길게 말할 건 없는 것 같구요.
호러 영화를 기대하고 보시면 실망하실 가능성이 크구요. 본격 아포칼립스물을 생각하고 보셔도 좀 애매합니다. 말했듯이 워낙 저예산이라. ㅋㅋ
그냥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설정의 구실로 빌려와서 인간이 살아가며 내리는 합리적 선택과 도덕적 선택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들에서 느끼는 삶의 아이러니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내용은 뻔하지만 그 완성도는 꽤 괜찮은 드라마이구요.
이야기 전개도 느긋느긋하고 그렇게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사건 같은 것도 거의 없어서 취향에 안 맞으면 그냥 지루한 영화로 느끼실 위험도 크구요.
알뜰살뜰한 인디 소품 즐겨 보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도 같네요. 다만 정말로 '본격 아포칼립스 호러'는 기대하지 마시라는 거. 아예 그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면 좀 무서울 수도 있지만요.
뭐 그러합니다.
+ 이 또한 A24에서 배급한 작품이네요. 블룸하우스와 함께 요즘 호러 영화 양대 산맥인 것 같아요. ㅋㅋㅋ 스타일은 전혀 다릅니다만. 이 회사는 좀 아트하우스풍 호러&스릴러를 좋아하는 듯.
++ 생각해보니 지난 한 달 동안 같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세 편을 봤는데요. 셋 다 그 배우가 나온다는 걸 모르고 봤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처음 볼 땐 이런 배우가 있는 줄도 몰랐죠. '스위트 버지니아', '포제서'에 이어서 이 영화입니다만.
이것도 인연이라 생각하고 이름을 기억해 보려구요. 크리스토퍼 에봇!
+++ 주인공들 사는 집에 이런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이렇게 내용상 관련 있는 옛날 그림들 소재로 분위기 잡는 건 성공률이 대단히 높은 수법인 것 같아요.
근데 이 경우엔 좀 웃긴 게 판데믹으로 세상 다 망해버린 상황에서 집에 이런 그림이 있으니... ㅋㅋ 뭐 전염병 돌기 전에 있었던 거겠지만 그래도 역시 굳이 집에다 이런 그림을 걸어 놓았던 주인공 아빠의 취미가 궁금해졌습니다.
++++ 조금 아래 다른 글에서 '음차 번역제' 얘기하는 댓글을 보고 나니 이 영화 제목이 참... ㅋㅋㅋ 번역하기도 쉽고 그것도 나름 간지나는 제목인 것인데요. 왜 굳이 이러는지 원.
2021.10.15 16:19
2021.10.15 16:23
요즘엔 넷플릭스보다 올레티비 vod들쪽 파고 있어요. ㅋㅋ 근데 제가 맨날 호러, 스릴러만 보는데 한국 영화들 중엔 이쪽 장르로 수작이 그렇게 많이 안 나오는 듯한 느낌이... 그래서 잘 안 보는 경향이 있네요. 딱히 국산이 싫은 건 아닌데!! 하하하;
2021.10.15 16:51
수작이 안 나와서 안 보신다니, 의심스러운 핑계군요.
2021.10.15 17:03
호러, 스릴러로는 한국영화에서 수작이랄만한 작품이 별로 안나오는 게 사실 아닌가요?
그쪽 장르팬으로서 좋은 한국 작품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ㅎ
2021.10.15 18:02
그런 뜻으로 단 댓글이 아니었는데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저는 호러를 무서워서 한 편도 못 보는 편인지라 로이배티님께 많은 빚을 지는 편이에요. 그런고로 추천도 드리기 어렵네요.
2021.10.15 18:38
죄...죄송하긴요
아래 댓글을 보니 오히려 제가 오해한듯한데...ㅎ
전 그간 로이배티님 올려주신 리뷰중에 수작들이 꽤 많다고 생각했어서..
괴작콜렉터시라고 생각들 하신다고는 짐작도 못했네요..ㅎㅎㅎ
장르팬 1인이 괜한 오해했다고 널리 이해를...
+ 저야말로 제 댓글을 다시 보니 오해가 생기도록 썼네요
"그쪽 장르팬으로서"가 오후님 지칭한 게 아니라 제가 그쪽(호러, 스릴러) 장르팬 1인으로서 부탁드린다..는 의미였..ㅠ 한글 어렵네요ㅠ
2021.10.15 19:14
아 그건 다 제 탓입니다. 제가 멀쩡한 것들 열심히 보다보면 가끔씩 괴작이 땡겨서 일부러 하나씩 망작들을 찾아보며 '망작 컬렉터'라고 자칭을 해서... ㅋㅋㅋㅋ
2021.10.15 17:32
생각 없이 가볍게 댓글 적고 나서 생각해보니 뭔가 되게 건방지게 적었네요 제가. ㅋㅋㅋ
일단 '영화' 기준으로 한국에서 호러 작품들이 많이 안 나옵니다. 그렇게 안 나오다 보니 수작 소리 듣는 경우도 많지 않구요.
스릴러는 상당히 많이 나오긴 하는데 한국 스릴러들은 대체로 조폭 or 조폭스런 경찰들이 나오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죠. 그리고 제가 그 한국식 조폭 표현을 잘 못 견뎌서 그런 영화들은 평가가 어지간히 좋지 않으면 거르는... 그러다 보니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아집니다.
올해 나온 것들 중에 제가 좋게 본 거라면 일단 '괴기맨션'이 있겠고. '콜'도 괜찮게 봤구요.
'제 8일의 밤'은 나름 조금 기대하고 봤다가 멸망. '모교'는 그냥 망작일 줄 알고 봤는데도 멸망. '어른들은 몰라요'는 스릴러도 호러도 아니지만 그냥 괜찮았고. '침입자'는 다시 한 번 제 K-범죄 스릴러에 대한 거부 반응을 확인시켜줬구요. 그리고 이런저런 인디 독립 영화들 좋게 본 게 두어편 정도 있네요.
요게 6월까지 게시판 제 글을 훑으면서 적어 본 건데요. 여기에다가 나온지 오래된 한국 영화들 두어편을 더 봤어요. 따져보니 한국 작품을 안 본다기보단 그냥 다른 나라 작품들을 너무 많이 보는 게 아닌가... 라고 비겁하게 변명해 봅니다!! ㅋㅋㅋ
2021.10.15 18:00
앗...... 저야말로 너무 말을 짧게 적어 죄송하네요. 'ㅋㅋ' 라고 덧붙였으면 이런 오해는 피할 수 있었을텐데.
말 적을 떄도 한참 'ㅋㅋ'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너무 친밀하게 구는 것 같아서 안 썼는데 이런 대참사가 났네요.
제 말은 괴작 추적자님께서 왜 이런 말씀을, 이란 뜻이었는데요. 어찌 되었건 죄송합니다.
2021.10.15 18:12
ㅋㅋ아니 저도 이런 의미로 읽혀서
'그러게 온갖 괴작은 다 섭렵하시는 분 아니었나 ㅋㅋ'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분이나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셨군요.ㅋㅋㅋ
아 글로 뜻을 전하는 건 정말 쉽지 않네요 ㅋㅋㅋ
2021.10.15 19:10
아 그게 사실 잔인한오후님 댓글은 대략 의도대로 받아들였는데요.
제가 스스로 친 '수작 부족' 드립이 맘에 걸려서 예상수님에게 보충 설명을 하다가 그만 댓글이 그렇게 되어 버렸네요. ㅋㅋ
신경쓰지 마세요! 전 오히려 댓글이 많아져서 흐뭇해하고 있습니다. (해맑.) 많아야 댓글 세 개쯤 달릴 글이라고 생각하며 적었는데 만선이네요. 감사합니다!! 음하하.
2021.10.15 18:47
2021.10.15 19:13
아 그게 사실은 제게 아주 궁상맞은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제가 줄기차게 보고 적어 올리는 영화, 드라마들 중 99%가... 무료 컨텐츠입니다. ㅋㅋㅋ 넷플릭스 요금, 아이피티비 요금이 있지만 암튼 추가금이 필요 없는 것들이지요. 무료들만 봐도 봐야할 게 이렇게 많은데!!! 라는 맘으로 궁상 취미 라이프를 즐기고 있어서요. 말씀하신 작품들 중에 당장 제가 볼 수 있는 건 찬실이 밖에 없네요. 하하. 근데 그거 말고 넷플릭스에 보고 싶어서 리스트에 올려둔 한국 영화가 하나 있긴 해요. 덕택에 그거라도 조만간 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021.10.15 16:57
전염병으로 망하는 이야기들이 설정을 대충해도 예전에는 그냥저냥 "장르의 베이스세팅" 정도로 기계적으로 수용을 했는데 이제 이게 현실감각이 생겨버리니까 요새는 이소재 영화들을 잘 못보겠어요. ㅎ 이미 현실에서 프리뷰를 봐버린 아포칼립스니 앞으로는 정말 정교한 설정들이 많이 나올것도 같군요. 그런데 묘하게도 아직까지 현실의 판데믹2019는 영화들의 세상에서는 격리된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영화나 TV속 세상은 마치 대체우주의 시간대를 사는 것 마냥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이 전염병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몇년쯤은 지나야 창작자들이 어떻게든 이시대를 쥐어짜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하겠죠. 그러다보면 전염병 아포칼립스 장르의 마스터피스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되는군요.
2021.10.15 17:35
비싼 배우들 캐스팅해서 영화 내내 마스크 씌워 놓기는 돈 아까울 것 같기도 하고. 또 아직은 코로나를 진짜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심리 같은 것도 있는 것 같구요. 듣자 하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이 코로나 시국이 배경이라네요. 이게 영화 같은 걸로 나오면 본격 코로나 영상물이 하나는 만들어질... ㅋㅋ 아예 옛날 영화 '아웃브레이크' 풍으로 코로나 자체로 스릴러를 만들어 보겠다는 시도도 머지 않아 나올 것 같아요.
2021.10.15 18:05
2021.10.15 18:09
2021.10.15 19:17
네 글에는 짧게 적고 말았는데 촬영이 인상적이었어요. 넓디 넓은 집을 밝게, 어둡게 비춰가며 다양한 느낌으로 보여주는 게 되게 성실하다 싶더라구요.
크리샤... 라는 영화는 확실히 지금은 볼 길이 없네요. 구글 플레이에 있긴 한데 한글 자막이 없다고. ㅋㅋ 영어 자막으로라도 도전해 보신다면!
2021.10.15 18:18
보셨군요, 이 영화, 전 극장에서 한 번, 넷플에서 한 번, 이렇게 두 번 보았습니다. 제가 조얼 에저튼 팬이라서. 보면서 로이배티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사는 지역과 한국 넷플 콘텐츠가 좀 다릅니다. 한글 자막이 안달린건 한국에 안들어 갔다는 의미라 추천을 못했는데, 그러고보니 지난번 '그린룸'도 한국 넷플엔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주 암담한 얘기죠. 그런데 딱히 긴장감 쩔거나 확 몰입해서 보긴 ㄹ힘든 영화입니다. 집장면은 너무 어두워서 폐쇄공포증이 유발될 정도고, 상황이 상황이라 해피엔딩이 될 가능도 전혀 없고, 즐거울 때 보면 기분 다운되기 쉽상인 영화라서 감히 추천은 못하겠더이다.
저같은 조얼 애저튼 팬이라면 얼굴 보는 재미로 보실수는 있는데 그 외엔 별로... 제 감상엔, 아냐 테일러 조이 나왔던 '위치'랑 느낌이 비슷했는데, 그나마 '위치'에선 마지막 그 장면이 어떤 해방감을 유발해서 찝찝했던 기분을 날려버렸다면, 이 영화는 걍 나와 함께 가라앉자는 무드 다운너 였던 기억이 납니다
2021.10.15 19:19
아 그린룸이 외국 넷플릭스엔 있었군요. ㅠㅜ 한국엔 아예 볼 길이 없더라구요.
말씀대로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하게 끝나는 영화는 재밌게 봐도 남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죠. '더 위치'처럼 '그게 사실 주인공에겐 해피 엔딩인 거라고!'라고 우겨볼 구석도 없으니까요. ㅋㅋ 그래도 만들기는 잘 만들었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2021.10.15 18:57
A24다운 안목이 돋보이는 딱 그 스타일의 호러였습니다. 평화롭게(?) 진행되는듯 하다가도 계속 압박해오는 연출이 범상치 않았어요. 점점 화면비가 더 좁아지는 것도 좋았고..
라일리 키오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로 주목받은 이후로 계속 이런 저예산이나 아트하우스 영화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구요. 언급하신 크리스토퍼 애봇도 나름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분인 것 같은데 호평받는 작품들 선구안은 좋지만 그 중에 메이저 시상식까지 버즈가 이어지는 경우가 잘 없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인지도도 애매하고 이쪽(?)을 파는 배우들 중에서 딱히 연기력을 크게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존재감이 흐릿합니다.
2021.10.15 19:22
저도 걍 흔한(?) 미녀 배우 중 하나. 뭐 이런 이미지였는데 이런저런 정보들 검색하다 보니 저예산 영화들에 자주 나오는 것 같아서 괜한 호감이 생겼네요. 연기도 괜찮구요.
크리스토퍼 애봇은 뭐랄까. 뭔가 죄송한 얘기지만 외모가 문제인 것 같아요. 잘 생기셨는데 그게 되게 평범 무난하게 잘 생겼다는 느낌이라 눈에 잘 띄지는 않고 뭘 해도 임팩트가 없어요. 제가 본 세 영화 중에 가장 비중이 컸던 '포제서'에서도 비중상으론 원탑이고 연기도 괜찮은데 본체(?)를 연기한 배우의 포스에 그냥 눌려버린 느낌이었고.
근데 뭐 이러다 언젠가 작품 하나 만나서 뜰 수도 있겠죠. 성실하게 연기하는 분 같으니 잘 풀리길 빌어 봅니다.
2021.10.15 19:24
진짜 딱 그거네요. 무난하게 잘 생겼고 연기도 성실한데 뭔가 임팩트가 적어요. 이건 역할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개성이나 스타성은 평범한 역에서도 발휘되는 경우가 있는데...
2021.10.16 12:27
크리스토퍼 애봇, 제 눈에는 '왕좌의 게임'의 존 스노우랑 비슷한 얼굴인데, 윤곽은 더 뚜렷한데 뭔가 산만한 듯한, 오히려 키는 애봇이 훨씬 더 큽니다. 아직 고급한 주연 역할을 못맡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고급한 이미지가 없어서 주연을 못 맡는걸까요? '포제서'에서는 비중은 많지만 스토리상 기능적인 역할이라 매력을 더 발산해서는 안되는 캐릭터고, '잇 컴스 앳 나잇"에서도 빈대 붙어 애원하는 캐릭터라 고매한 매력이 나올 수가 없고 강한 애저튼에 포스 상 밀려야 하는 설정이고요. 배역 복은 없는 거 같습니다. 조연도 스토리상 캐릭터상 확 뜰 수 있는 조연이 있는데 그런 건 못 만난 둣 합니다.
2021.10.16 14:36
그나마 '스위트 버지니아'가 주인공보다 강렬한 역할이긴 했습니다. 근데 영화 자체가 그리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 아니어서... 뭐 아직 젊으시니 한참 더 두고 봐야겠죠. 일단은 꾸준히 성실하게, 그래도 기억될만한 작품들 꾸준히 나와서 괜찮은 연기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보구요.
2021.10.16 19:26
죽음의 승리, 페테르 브뤼겔, 1562년, 나무판에 유채, 높이117cm, 너비 162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반가운 그림이 하나 나왔네요. 언제봐도 음산하고 섬뜩하고 기분이 나쁜 ㅎㅎ 근사한 그림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진짜로 집에 걸어놓고 싶지는 않은 작품인데....
2021.10.16 19:32
이런 세부 장면들 보면 마치 수백년 뒤의 나치에 의한 인종청소를 예견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2021.10.16 19:33
바짝 말라 비틀어진 말을 탄 해골(죽음의 의인화)이 사람들에게 마구 낫을 휘두르고 있습니다.(저 낫이 원래는 밀밭에서 추수할 때 쓰는 농기구인데...)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죽는 것을 이렇게 이미지화 할 수 있다니, 정말 상상력 하나는 참 ㅋㅋㅋ
2021.10.16 19:34
2021.10.16 19:36
2021.10.17 08:37
아니 또 이렇게 전문가께서 등판을. ㅋㅋㅋ
설명 감사합니다. 예전 작품들 중에 이렇게 독특하고 괴이한 느낌들이 있는 그림들이 많아서 일본 만화가들이나 서양 호러 작가들이 되게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2021.10.17 11:12
보쉬와 브뤼겔 그림이 특히 그렇죠 ㅎㅎ (그뤼네발트 작품도 진짜…) 네덜란드나 독일의 르네상스 회화들이 중세의 끝자락과 맞닿아 있어 그런지 비슷한 시기의 다빈치나 라파엘로 같은 작품들 보다가 이 양반들 작품 보면 진짜 깹니다 ㅎㅎ 재밌어요.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들 보면 사람들 생각은 진짜 각양각색이구나 싶고. 말씀하신대로 현대 미술이나 일본 만화에도 진짜 많은 영향을 줬죠. 예전 일본의 만화가들이 서양 고전 미술을 만화와 애니에 접목시키면서 진짜 크게 성장했었다는 것도 새삼 생각하게 되죠.
2021.10.17 08:38
맞아요. ㅋㅋ 본문에서 블룸하우스랑 A24를 비교해놨는데, 그냥 정직하게 달리는 호러를 원한다면 블룸하우스 쪽이 낫죠. A24는 대중성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작품들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주로 비평가들 성향에 가깝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