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요양보호사이신데 정기적으로 받는 교육에서 강사분한테

노인분들을 안아드리거나 부축, 위로(?)해드리는 스킨쉽으로 소개받은 동작에

감명을 많이 받으셨더라구요. 워낙 강사분이 남달리 사명감도 강하시고 열정적인

강의라서 너무 보람도 있으셨고


사실 손바닥을 쫙 펴거나 뭐, 그런 식으로 등으로 팔을 가볍게

토닥토닥하거나 쓸어주는 동작이었는데 엄마가 잠깐 나한테 해주니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거에요.


그냥 그렇게 내 등을 쓰다듬어 주면 참 좋겠다, 참 좋겠다,

그러면 한없이 울겠지만 그래도 속시원하게 울기라도 하지.


엄마한테 해달라고 할 수 없는게 엄마는 내가 우는거 질색이거든요.

절대로 엄마 앞에서 울면 안되요.


정말 게시판에 징징거리는 우울증 글 안올리고 싶지만

제 우울이라는게 만성비염이라고나 할까요.


좋은 상태면 그냥 그냥 티안내고 직장도 다니고-직장이야 먹고 살아야 되니까

죽게 우울해도 티안내고 일다하고 다니고 그랬어요- 사람도 만나고 그럭저럭 잘 살아요.


쪼금 더 안좋은 상태면 그래도 고궁으로 산책도 가고 음악도 듣고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다니고 하다못해 소확행을 잡으면서 견뎌요.


지금은 마이너스 -100 상태라서 아는 상담사한테 SOS를 치고 만나고 싶은데

그럴 기운조차 없어요.


약은 있고 정기적으로 처방해준대로 먹고 있구요.

우울증 환자들한테 늘 그러죠. 주저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근데 전문가는 시간맞춰서 돈들고 가야 만나는건대 그것조차 아주 버거운

상태로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방에 누워만 있게 되는 상태에서는

그나마 팟캐스트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싶고.


아, 절대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블루 뭐시기에 전화하는건 아니에요.

자살시도하고 그러다가 마음이 바뀌어서 살고 싶어지면 자기네들이 119에 연결해주는거지

-이해가 안되는게, 그럼 내가 119에 전화해서 도움 요청하는게 더 빠르지 않아요?-

자기네는 상담을 제대로 해줄 수 없으니 상담은 오프라인으로 받으라고 하고

메뉴얼대로 AI처럼 계속 저 소리만 반복해요.


전에는 이해를 못했어요. 상담도 적극적으로 받고 그럴 때는, 왜 우울증인데 상담을 못받는지

그게 엄청난 에너지였다는걸 몰랐어요.


이제는 듀게에도 우울증 글들 거의 없는거 알아요.


지금의 핫이슈거나 아니면 흥미로운 영화거나 뭔가 뭔가 흥미롭거나 글에 문학성이 있거나

논쟁거리라도 되야 어디든 글이지, 우울한 사람 글이나 말은 민폐잖아요.


극단적인 선택?????? 막상 해보니까 아~ 영 어설프고 연예인들의 극단적 선택 소식이 들릴 때마다

정말 목숨을 끊을 지경이면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얼마나 간절히 죽고 싶은 것인가 싶더군요.


실패하고 나서 꿈도 안꿔요. 자칫하면 개망신만 당하고 더 운나쁘면 평생 불구자가 되거나

건강 손상을 입을거라는걸 아니까요.


지금은 그저 단시간이라도 좋으니까 1년이라도 좋으니까 어릴 때 꿈처럼, 아니, 내가 한참 일하던 때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인생을 불태우면서 살 줄 알고 눈가린 경주마처럼 앞만 보면서 목에서 피냄새가

날 때까지 뛰고 뛰고 또 뛰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은 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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