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6 09:18
영어유치원 이야기가 나온김에 써봅니다.
1.
작년에 친구가 영어유치원을 보낼까 고민을 했었어요.
여섯살에 보내면 무시험인데, 일곱살에 들어가려면 영어시험을 본답니다.
'아니 무슨 일곱살이 영어시험을 봐야 되냐... '
단톡방의 다른 친구들도 '거기가 얼마나 좋은덴지 모르겠는데, 시험은 너무하네..' 라고 하더군요.
결론은 그 친구가 목동으로 이사가게 되면서 그 영어유치원 들어가는건 흐지부지 되었죠.
2.
저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현재 직장이 있는 지방소도시에 거주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인들이 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살죠.
아이가 여섯살이 되면서 교육 문제가 이슈가 되었어요.
저희 부부의 생각은 내년에 병설유치원을 가고, 그 초등학교에 그대로 입학해서 다니다가 빠르면 3학년때, 늦으면 중학교때 도시로 이사를 가려고 했습니다. 제가 그때까지 이 직장을 다닌다면요.
운이 좋다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테고, 아이가 초등 3-4학년이 되면 아빠가 주말아빠 되는걸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를 전제로 한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변 지인들, 100%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 또는 주말부부하는 회사 동료들, 후배들이 다 말립니다.
요즘은 유치원때부터 엄마들끼리 연결된 단톡방이 고3까지 간다.
거기서 얻는 유무형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데.
중간에 전학가면 아이도 힘들지만, 엄마 아빠도 그 네트워크에 끼어들수가 없어서 힘들다.
팀장님이야 강남에서 자라서 못 느끼겠지만, 그 네트워크가 얼마나 중요한데[, 요즘은 더 중요하다.
내가 아이 중학교 들어가면서 목동 들어갔는데, 그 네트워크 끼어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저희 부부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서, "이렇게 된거 그냥 여기서 고등학교까지 다닐까...? 어, 그런데 나 회사 짤리면 어쩌지? 회사 아니면 이 동네에 살 이유가 없는데..? 버텨야지! 정년까지 버텨야지!" 이러고 있었습니다. (.....)
사실 이 동네도 시내쪽 사는 회사 동료들은 벌써부터 학원을 보낸다. 학습지를 한다. 무슨 수업을 듣는다 난리더라고요.
저희 아이처럼 어린이집만 가고 놀기만 하는 아이가 없습니다.
어린이집을 선택한 이유가 원장님이 '아이고, 아이때는 놀아야죠.' 라고 해서 그 어린이집으로 보낸거였거든요.
저희 집에서 제일 가까운 어린이집 원장님은 '요즘 시내 아이들 이거도 하고요. 저거도 하고요. 대치동 애들은 뭐도 하고요' 라고 해서 안보냈습니다.
같은 어린이집 다니다가 시내로 이사가서 시내 어린이집으로 옮긴 아이 친구는 그 사이에 학원을 두개 끊었더군요.
발레랑 영어... 구몬학습지도 시작했다고..
우리 아이는 한글도 못 읽는데.... orz..
(남자아이라 그래. 이러다 때되면 하게 될거야... 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위로겠죠..)
3.
그래서 결론은, 영어유치원을 무리해서라도 보내는 이유는 영어교육이 목적이 아닐거에요.
그 길을 가는게 아이를 위해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요.
2020.11.26 09:44
2020.11.26 13:11
정보를 찾는 능력은 부족할 것 같고... 그냥 저희 아이가 성인이 될때쯤은 지금이랑 사회가 많이 다를거라 아이의 재능을 최대한 찾아보려고 하고 있는데.. 아직 여섯살이라 재능은 못 찾고 있습니다. 애초에 재능이라는게 누구나 다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친구는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지만 결국 지금 먹히는 방법대로 해나갈 수 밖에 없지 않냐고 하더군요.
2020.11.26 10:39
친구 부부는 강남 키드에 유학 중 애가 태어났고 지금 일 때문에 지방소도시 사는데 애가 언어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학부형들 만나면 엄마들이 애가 왜 말이 느린가 궁금해 하길래 외국에서 태어나서 자랐다고 말한다고 하더군요. 언어 치료 받는 중 영어는 쓰지도 듣지도 말게 하라고 치료사가 그랬다고 하더군요. 영유는커녕 한글도 안 가르치고 학교 보냈고 지금은 구몬이랑 애가 좋아하니까 수영만 시키더군요. 애들마다 타고난 뇌라든가 기질이 다르긴 한 것 같아요.애가 스트레스에 예민한 성격이에요.
아는 외국인 중에 강남 쪽 청담어학원 잠깐 일했던 애가 영어는 잘 하는데 어린 애들 때리고 다니는 애 얘기하더라고요. 이걸 부모한테 알려 줄 수도 없고 정서적으로 불안해 보이는데 저걸 부모가 모르는 것 같다고요. 어릴 때부터 조기영어 교육때문에 교재의 잘못된 점도 알아내기는 한다고 합니다.
2020.11.26 10:40
2020.11.26 11:09
요즘 9급 공무원도 다 마찮가지죠. 물론 모든 9급 공무원이 다 sky까지는 아니라도 거의 이름값하는 대학교 출신들인 것으로 알아요.
대학 아직까지도 많이 중요해요. 중요한데 그게 결정적일 수 없는 그냥 기본값 정도 밖에 안된다는게 씁쓸하죠.
개인적으로는 전 9급 공무원이라 직급이 낮아서라기보다 친구가 너무 일에 대한 만족감보다 스트레스와 과로로 큰 병 얻을까봐 걱정이에요.
2020.11.26 11:11
공무원 사회에서 들어갈 때의 시험 성적,학벌 중요하다고 합니다.
학벌 안 중요하다, 기술을 익혀야 이런 말도 몇 십년 전부터 있었던 거 같은데 이 게시판만 봐도 영유 고민 나오고 이러는 거 보면 학벌 아직 무시 못 하는 듯
2020.11.26 11:20
2020.11.26 12:18
그니까 죽어라고 학부모랑 애들이 노력해서 이름있다는 명문대에 들어가도, 제 사촌동생들을 보면 그 다음에 정신 바짝차리고 미친듯이 스펙을 챙겨도
뭔가 취직이 될둥 말둥 하고 그렇게 명문대나오면 다 기대치가 있는게 당연하잖아요?
애들 성장하는내내 서너살부터 온갖 교육에 대해서 서로 네트워크 공유하고 학원정보도 챙기고 입시에 필요한 모든걸 다 채워서
성공하는 사례들도 물론 많아요. 그래서 로스쿨도 가고 대기업 법무팀에 간 친척 여동생도 봤어요. 그 정도면 성공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학부모들이 죽도록 노력하는 것에 비해(자식이 노력하는건 전제로 하고) 보상이 너무 적다는거에요.
2020.11.26 10:44
아기때는 눈에 안보이면 불안했는데 이제 초등 고학년쯤 되니까 눈에 안보이면 안심입니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겠죠
2020.11.26 11:21
2020.11.26 12:19
학원은 다 보내야죠. 제가 자식있어도 학원은 보내요. 이런저런 이유로 보내게 되어 있어요.
초등 고학년이면 학원 다녀야죠. 근데 자녀분은 어떠신지 모르지만 거기서 그냥 왔다갔다 시간낭비하고
친구들과의 추억만 쌓는 아이들이 태반이더라~는 것도 아시겠죠. 기분 상하시라고 하는 소리는 아닌데
안타까워서 그래요. 부모들은 뼈빠지게 벌어서 학원보냈더니 거기서 수다만 떨다 오네,
제가 학원강사로 보낸 세월이 있어서 진짜 상황은 이런데 왜~~~~여기를 보냈나 싶을 때가 많았어요.
아,,,,, 물론 학원에서 도움받아서 성적 올라간 학생들 분명히 있습니다. 역시 복불복.
2020.11.26 12:39
2020.11.26 13:34
그럼요. 학원안보내면 그 시간내내 부모가 양육을 하든지 남들이 봐줘야 하는데 그게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학원가면 정말 공부를 해서 뭐라도 하나 건져서 시험에 분명히 도움이 될거다 싶어서 안심이 되죠.
2020.11.26 12:45
저도 영어유치원은 좀 오버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국어로 언어능력을 기본정착시키기 전에 외국어를 배우는 게 과연 좋은 건가 싶고, 바이링구얼이 언어활용능력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몇번 봤었구요. 여러모로 부모들의 학구열 때문에 아이의 성장이 더 방해를 받는 것 같긴 해요.
2020.11.26 13:08
어차피 외국에서 교육받을 것도 아니고 한국교육 받고 자랄 거면 그렇죠. 어릴 때부터 영어 접한 애들이 한국어 뜻은 이해하지 못 하고 중,고등학생이 되는 경우가 많대요.inspire가 고무하다라고 외워도 뜻은 모르는.
바이링규얼과 외국어로 이해하는 것은 사고구조 자체가 다를 걸요.
2020.11.26 13:18
2020.11.26 13:40
국민학교 때 학교 끝나면 학교 운동장에서 철봉이나 정글짐에 바글바글 매달려서 다들 놀고, 동네에가면 애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놀던 그 시절은
우리가 마지막 세대더라구요. 근데 말씀드렸듯이 전반적으로는 학력 저하 장난아니라까요. 달리 평준화 세대가 아닌게 우리 때는 고등학교 출신이라도
전반적으로 평균적인 실력은 지금 애들보다 훨씬 좋다구요. 학력 격차가 심해서 잘하는 애들은 어릴 때부터 수학정석 10번 돌리고 고등학교 무렵에는
영어도 날라다니고~ 장난이 아니죠.
저는 한국 부모들의 학구열은 정말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하고 이 극성이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무시는 못한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 경쟁 구도가 평생을 가면서 목을 조여서 그렇죠.
2020.11.26 14:09
지금도 이미 학벌 사회는 파괴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중인데, 심지어 20년 후에 아이가 살아갈 사회가 지금과 비슷하리라는 판단으로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네크워크를 지금부터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물론 미래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 때가 되어 한국사회에 학벌이 여전히 위세를 떨친다고 해도 그 꼴 안보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넓습니다. 의사, 공무원, 정치인 등등 한국사회 한정으로만 일할 거 아니면 글로벌 기업이라든지 한국 학벌 필요없이 실력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을 거예요. 지금도 그런 곳 많습니다. 그걸 위해서 영어 유치원이 꼭 필요한가? 그렇지는 않을 거고요. 저도 영어를 중학교부터 배운 세대고 고등학교까지는 문법과 독해만 죽어라 했던 세대거든요. 지금 중국이나 일본, 남미 등등 영어권이 아닌 곳에서 직장 얻어 살아가는 많은 한국인들이 유치원서부터 그 나라 언어를 배워서 터잡고 사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파도 됩니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든 이미 힘든 세상으로 솔직히 지금도 어느정도 평준화가 진행중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2020.11.26 14:12
저는 영어말고 제2외국어에 투자할 걸 하는 후회를 하죠. 이탈리아 어, 스페인 어를 독학은 몇 번 시도했는데 동기부여가 안 되다 보니 늘 제자리걸음 따로 시간을 내서 학원등록하기도 힘든 상황이라서요 유튜브에서 마사와 곰 스페인어로 가끔 봅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불어까지 하는 어린애를 봐서인지 ㅋ
어릴 때부터 외교관 자녀라 영국,유럽에서 지내도 한국에서는 지방대 들어간 애도 있고 부모가 호주에서 유학할 때 태어나 아버지가 독일에서 포닥해서 영어와 독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우리나라에서 일하던 인도네시아 인도 봤죠, 장학금 받고 우리나라 대학에서 석사. 각자 능력대로 사나 봐요
한국에서 애를 낳고 키우는 입장에서는 아이가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쪽으로 입시에 목숨거는 거고요. 해외대학 보내려 했지만 뜻대로 안 되어 유턴하는 경우도 많아요. 교포들이 국내기업 취업도 많이 하잖아요.
이건 다른 얘기인데 교포들 중 50대만 넘어도 한국에서의 학벌,영어 실력 갖고 사람 등급매긴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더군요.
2020.11.26 15:14
전 아랍어요. 아랍어가 막상 국내에 엄청 통번역가가 희소가치가 있다보니 기업에서 중동권이랑 사업하고 그러면 상당히
고가의 수입을 올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나 아랍어는,,,,,,, 영어도 지금 계속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불가능을 꿈꾸는거죠.
사실 우리도 다 사람등급 매기잖아요. 알게 모르게. 그러나 그게 심한 인간들은 진짜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학벌, 재산, 집안, 외모,,,,, 한도 끝도 없이 외적인걸로 비교질하고 남평가하고 그런 인간들때문에 다들 스트레스 사회에서
살잖아요. 끝도 없이 잘나야 되는데 말이에요.
어차피 전 해외유학파들이랑은 전혀 다른 인생이라 생각하고 솔직히 연수 1~2년다녀온걸로는
가성비는 안다녀온 나랑 별차이없는 경우도 많은데요. 2년 캐나다 연수보내준 자기 부모한테 자기 부모는
왜 나한테 이렇게 서포트를 안해주는지 모르겠다고 화난다던 옛날 동료가 기억나네요.
2020.11.26 15:27
1~2년 어학연수는 보면 동양인은 동양인들끼리 서양인들은 서양인들끼리 어울리다 오더군요. 여행이나 많이 하는 게 남는 것.저도 연수는 안 갔지만 별로 아쉬운 건 없어요.
아랍어는 글자쓰는 순서부터가 다른 듯 하더군요.
대여섯 살에 3,4개 국어 하는 애들도 많아요.
아이 지능이나 성향이 제일 중요한 듯 해요. 성인도 어학능력 차이가 있잖아요. 언어보다는 수리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거든요.
2020.11.26 15:22
영어 조기교육이 한창이던 때였는데 영어전공자들 까페에서 어떤 아이엄마가 자기는 영어유치원에서 재벌이나 고위층 자제들이랑
자기 자식이 유치원 때부터 인맥을 쌓기를 바란다는거에요. 다 기억은 안나는데 댓글 수십개로 집중포화와 비웃음을 당했죠.
재벌들이 그런 애랑 같은 유치원다녔다고 나중에 자기네들 이너 써클에 끼워주지도 않고, 뭘 믿고 자기 수입 이상을 다 털어서
인맥을 쌓겠다고 영유를 보내는냐구요.
2020.11.26 14:31
네트워크라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군요. 20대때부터 나이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인간관계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귀에 딱지가 생길만큼 들어왔지만 나이먹어 느끼는건 참 그 양반들도 나이 값 못하는 오지랖을 부렸네라는 생각뿐입니다...어차피 남을 놈 남고 떠날 놈 떠나는게 친구 직장 지인 네트워크의 종말이더군요. 예전에야 대단한 사람 알면 대단한 관계를 가지고 얻을 수 있는게 많다라는 생각이 흔했지만...돌이켜보니 그런 얘기들을 하는 사람들은 남들에게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뿐이었어요.
부모가 정보를 찾는 능력이 있다면 (가라님같은 경우는 문제없다고 봅니다), 그런 네트워크가 쌓이는 스트레스에 비해 가성비가 얼마나 좋은지는 사실 의문이에요. 지금 아이들이 자라는 세계는, 아마도 부모가 쌓아올린 부가 상당부분을 결정하고, 그 나머지는 아이개인의 유연한 능력과 튼튼한 멘탈이 채울텐데 아이들 스트레스받게하면서 보내는 학원, 기타등등이 이 얼마안되는 부분까지 갉아먹게 되는 결과가 나오면 정말 암담할것같아서 저희 아이는 그냥 예체능계 학원만 재미나게 하는 선에서 보내고 있어요 (현 8세구요.). 아이때 행복했던 기억이 인생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줄것 같아서 최대한 그쪽으로 노력하고 있죠. 자주 불안하고, 그러긴 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