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포매니악 이제까지 봤던 트리에 영화 중에서 제일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정사씬은 많지만 노골적인 노출이 있어도 그렇게 야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 다만 비위가 약해서 힘든 장면만 좀 있었습니다.

 

섹스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 내지는 여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주제가 명확하니 더 쉽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샤를로뜨 갱스부르)의 첫경험부터 시작해서 그녀가 어떻게 님포매니악으로 변화하게 됐는지를 보여줍니다. 볼륨1에서 갱스부르는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고 어린 조 역을 연기한 스테이시 마틴이라는 신인 여배우가 중심이 됩니다. 엄청 예쁘고 청순하면서도 퇴폐적인 매력도 있어요. 이런 배우는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불쾌할 수 있는 영화가 이 배우의 청순함으로 완화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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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챕터로 나눠져 영화가 진행되는데 우마 서먼이 나왔던 챕터가 일단 제일 재미있었어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불륜으로 트라우마 받았다는 라스 폰 트리에의 과거랑 연관시키니 그의 머리 속에서 벌어지는 모노 드라마 같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좋았습니다.  조의 아버지의 죽음 챕터만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요.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일화가 계속 반복되는데 볼륨 1에서는 아직 그 의미를 찾기 힘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볼륨2에 더 이야기가 나올 것 같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죽으면서 부른 '케이'라는 이름의 수수께끼도 남아있고요.

샤이아 라보프가 적극적으로 배역을 따냈다는데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단 생각은 안 들었어요. 더 속물적인 느낌의 미남형 배우가 어울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섹스에 대한 구도의 과정이라고 해햐 할까요?  '날 수 있는데 날면 어떠하리'란 자유를 선언하기도 하지만, 반면 사소한 장난질로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 입기도 하는 것이 욕망입니다.

조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운 것은 조와 샐리그먼의 관계였습니다.

님포매니악 조와 쓰러진 낚시가 취미인 자상한 샐리그먼 노인.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처음 만나면서 영화가 시작되고 샐리그먼은 조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지만 그렇게 궁합이 많는 이야기 상대 같지가 않았습니다. 조의 경험담에 불쑥 쌩뚱맞은 낚시 이야기로 끼어든다거나 하는 걸 보면서 초반부에 늘어짐을 좀 느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삐걱대는 두 사람이 의외로 호흡을 맞춰가더니, 마지막 3중주 이야기에서는 이 불멸화음이 제대로 된 화음을 만들어 가는 것 처럼 보였어요. 그리고 3중주의 완성을 기대했던 순간 채워지지 않는 그 허망함. 간절히 구원을 바란 구도자가 겨우 그 성지에 도착했는데 모든 것이 다 허상이었을 때의 그렇겠지요. 그 막막한 허무에 제대로 한 방을 먹은 기분이었습니다. 님포매니악의 완성 과정과 특히 그가 안은 내면의 허무함에 대한 묘사가 볼륨 1이었다면, 이제 그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더 광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이 볼륨2가 되지 않을까하네요.

 

트리에 영화 중 가장 떨어진다는 평이 많이 보이는데 저는 안티 크라이스트보다는 좋았습니다. 저는 안티 크라이스트가 오히려 실패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옥같은 그녀의 내면에 대한 심도 분석을 모색하는 초반부는 좋았는데 후반부에 그게 전부 다 날아가고 폭주하면서 저는 인간에 대한 증오와 광기 외에는 크게 느껴진 게 없었어요. 그것에 비해 님포매니악은 섹스내지는 인간 욕망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 돋보였습니다.

 

볼륨2는 생각보다 빨리 7월에 개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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