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나온지 6년이나 된 걸 지금 보네요. 스칼렛 조한선씨와 최민식이 나오는 그 영화 맞습니다.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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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소는 대만입니다. 우리 조한선씨는 유학생인 것 같은데 중국어는 하나도 못 하고 한자도 못 읽어요. (영화 전체 내용이 다 이런 식입니다 ㅋㅋ) 어쨌든 거기 클럽에서 만난 날라리 남자 친구... 에게 딱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가방을 딱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누군가에게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어떻게든 거절해보려 노력하지만 결국 어찌저찌 낚여서 하게 되는데. 당연히 거기에 들어 있는 건 마약이고 전달 대상은 한국인(왜?? ㅋㅋ) 조폭 조직이었죠. 암튼 그 양반들은 루시의 배를 째고 그 안에 마약 주머니를 넣어서 밀수 셔틀이 되든가 죽든가 선택을 강요하는데, 그래놓고 그 배를 뻥뻥 걷어찬 무식한 조직 똘마니 덕에 마약 주머니는 루시의 배 안에서 터져버리고. 졸지에 정체불명의 신종 마약을 잔뜩 흡수한 루시는... 갑자기 초인이 됩니다?



 - 80분을 갓 넘기는 짧은 런닝타임 동안 아주 바쁘게 질주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는 동안 장르도 계속해서 바뀌어요. '실화 기반'이라고 우겨봄직한 소재의 범죄 드라마로 시작해서 수퍼 히어로물로 넘어갔다가 막판엔 갑자기 SF 고전들을 레퍼런스 삼은 철학적인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그 모든 게 어설픕니다. ㅋㅋ 아니 어설프단 말은 좀 적절하지 않네요. 모든 게 건성이다. 라는 쪽이 좀 더 낫겠어요.

 일단 런닝 타임도 짧구요. 그 와중에 담고 있는 이야기는 아주 스케일이 큰데 그게 다 '24시간 안에'라는 시간 제한에 갇혀 있죠. 게다가 뤽 베송은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믿고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냥 '대충 이런 식의 이야기인데, 어때? 흥미롭지 않아?' 라는 태도로 좍좍 달려요. 진짜 제대로 만든 이야기라기보단 제대로 발전시키기 전의 러프한 아이디어 스케치 같은 영화였어요.



 - 그 와중에 이 영화의 한 가지 미덕이라면,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한다는 겁니다. '말이 되어 보여야 한다'는 조건을 깔끔히 포기해버리니 전개에 제약이 없어지는 거죠. 대략 중반 정도를 넘어가고 나면 정말로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각본가, 감독이라면 차마 하지 못했을 장면들, 전개가 거침없이 마구 이어지는데 이게 워낙 화끈(?)해서 결국 재밌는 구경거리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심지어 다 보고 나면 잠시나마 영화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까지 갖게 되니 알고보면 참 좋은 영화일지도(...)



 - 그냥 대충 빠르게 마무리하자면 전 이랬습니다.

 정상적으로 멀쩡한 이야기, 꼼꼼하게 신경써서 '잘 만든' 영화를 기대한다면 보시면 안 되겠죠.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여성 액션 영화를 기대한다면 좀 실망하실 거고, 제대로 된 SF 영화를 기대하신다면 매우 크게 실망하실 거구요.

 하지만 또 따져보면 몇몇 액션 시퀀스들은 나름 신경써서 괜찮게 짜여진 것들이 있고, 스칼렛 요한슨의 미모와 모건 프리먼(...), 최민식이 성실한 연기로 그 말도 안 되는 캐릭터들을 어떻게든 수습해내는 걸 구경하는 재미도 있구요. 뭣보다 이런 배우들을 써서 이 정도로 앞뒤 안 가리고 폭주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사례가 극히 희귀하다는 점에서 나름 확실한 존재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ㅋㅋㅋ

 전 아주 재밌게 봤어요. 다른 분들께 추천해드릴 생각은 없지만 뭐 암튼 그러합니다.




 + 오피셜 인터뷰들에 따르면 뤽 베송이 어떻게든 최민식을 섭외하려고 공을 많이 들였다 그러고, 최민식은 여기 출연하면서 '어떤식으로든 동양인 비하 요소를 넣지 않는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넣었다고 하고 그러더라구요. 하지만 솔직히 좀 거시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하필 배경이 대만이며 그런데 왜 또 빌런들은 대만도 아니고 한국인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그동안 뤽 베송이 직접 만들거나 제작에 참여한 작품들에 종종 박혀 있던 동양인 & 이민자들에 대한 좀 껄끄러운 시선들이 생각이 나고...

 


 ++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루시'는 아마도 비틀즈 노래 제목 & 오스테랄로피테쿠스 이름에게서 따온 것이겠죠.



 +++ 끝까지 보고 나면 스칼렛 요한슨의 다른 SF 'Her'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확인해보니 그 영화가 이것보다 1년 전에 나왔군요. 해마다 이런 역할이라니 요한슨의 커리어도 참 독특합니다. ㅋㅋ



 ++++ 보통 뤽 베송의 이름을 달고 공개되는 영화들 중 상당수는 그냥 본인은 제작만 한 경우가 많은데, 이건 각본, 연출을 직접 다 해서 그런지 액션씬들 중에 '레옹' 생각이 나는 부분들이 많더군요. 옛날 생각(?)나고 좋았습니다.



 +++++ 그러니까 당시 미국 관객들은 여기서 한국 조폭들이 주고 받는 한국어 대사들은 자막도 없이 그냥 못 알아들은 거죠? 것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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