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5 17:45
산호초2010님의 글을 읽다가, 듀게 분들이 직접 체험한 효율적인 영어공부 방식이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사실 추천되는 영어공부 방식(딕테이션, 쉐도잉 등등등)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 업자들이 자기 사업과 관련해서 추천하는지라 신뢰가 잘 안 가죠.
제가 확실히 효과를 본 방식은 두 가지에요. 1. 닥치고 단어 외우기 2. 영작하기
저 같은 경우 사실 순수하게 시험을 위해서만 영어공부를 해왔어요. 어렸을 때는 수능, 이후에는 토익, 텝스. 딱히 영어에 취미가 있지 않았던지라 미드 반복 듣기나 팝송 가사 공부하기 이런 것처럼 스스로 좋아서 하는 영어공부와는 거리가 멀었죠. 그러다보니, 영어 공부란 게 지속적으로 되지 않고, 시험점수가 필요할 때 두어달 바싹해서 목표 점수만 넘기는 짓을 계속 반복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공부할 때마다 똑같은 걸 반복하는데도 새롭더군요. 그나마 리딩은 평소에 필요한 일이 많아서 꾸준히 하기는 했지만, 이것도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기보다는 적당히 때려맞추는 수준이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제가 공부다운 영어 공부를 하게 되었던 적이 있는데, 그나마 그것 역시 시험 때문이었습니다. GRE요.
이거 공부를 하면서 영단어를 진짜 달달 외웠습니다. 시험문제 자체가 단어의 뉘앙스를 구별하라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달달 외웠죠. 이런 식의 암기식 공부를 진짜 싫어하고, 잘 하지도 못하는데, 이건 토종 한국인인 저로서는 외우지 않고서는 답이 없는지라 처음보는 벼라별 단어를 그냥 외웠습니다. 그렇지만 외우면서도 시험치고나면 까먹을텐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했죠. 그런데 사람의 뇌가 신기한지라, 정말 달달 외웠더니 생각보다 기억에 많이 남더군요. 물론 시험용 공부의 한계로 공부한 단어들을 영작에 잘 써먹지는 못합니다만(스펠링을 기억 못해요...), 적어도 영문으로 된 글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의 비중이 확실히 줄고, 그러다보니 독해속도가 비약적으로 늘더군요. 덕분에 예전에는 영문글을 읽을 때, 내가 글을 읽는 건지 영어 리딩공부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경우가 확실히 줄기는 했습니다. 그런고로 저는 일단 영단어를 충분히 외우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사실 영어로 된 글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많으면 뭐랄까, 계속 브레이크가 걸리니 리듬을 타기가 어렵고 그러면 읽는 재미가 없어지고, 중도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두번째가 영작하기 입니다. 한국인이 한국 살면서 영작의 경험을 가지기가 쉽지 않죠. 기껏해야 비즈니스 메일 정도? 토익이나 텝스 같은 경우는 영작을 요구하지도 않고요. 저도 영작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 영작을 공부하기가 어려운 게, 내가 쓰고나면 맞게 썼는지 체크해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들죠. 그래서 따로 독학하기가 참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GRE 같은 경우 토플처럼 영작이 시험에 포함되어 있는지라 어쨌거나 시험을 치려면 영작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영작을 주로 영어로 쓰여진 복잡한 구문(GRE 기출문제에서 따온)을 한글로 번역해놓고, 그걸 다시 영어로 쓰는 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창조적인 글쓰기랑 거리가 멀긴 하지만, 제가 영작한 글을 검토해줄 사람이 없는 독학생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이걸 연습한 직접적인 결과는 일단 이제는 영어로 된 문장을 구성할 줄은 안다(물론 여전히 문법은 틀리는 고로 Grammarly 앱으로 교정 합니다)는 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생겼다는 것이고, 간접적 결과는 영어의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가 확실히 늘었다는 겁니다. 좀 오바하자면 영어 리딩공부 백번하는 것보다 작문을 한 번 해본 게, 영어에 친숙해지는 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영어도 말이니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당연한 걸 저는 하지 않았었죠. 영작문은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요. 혹시 저 같은 분이 계시다면 꼭 영작문을 연습해보세요. 다만 귀찮으시더라도 꼭 어렵고 복잡한 문장, 즉 자기가 한 번에 직독직해가 안 되는 문장을 중심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리딩만 반복하는 것보다 문장구조에 대한 이해에 몇 배는 도움이 됩니다.
영어공부는 끝이 없는지라, 요즘에는 주로 말하기와 듣기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 문장을 듣기 보다는 몇 문장을 반복적으로 쉐도잉을 하는데 아직까지 큰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듣기의 경우 또박또박, 적당한 속도로, 문어체스러운 문장을 읽어주는 시험용 영어듣기는 어떻게든 되는데, 미국인들이 지들 맘대로 떠드는 일상회화 듣기는 아직도 갈길이 머네요. 말하기도 여전히 문장이 복잡해지거나 평소에 생각해봤던 내용이 아니면, 머리속에서 한국어를 한참 번역해야지만 말이 튀어나옵니다. 흑흑.
듀게분들이 경험하신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 또는 요령이 있으신가요?
덧. 위에 언급한 Grammarly는 영문법을 교정해주는 앱 입니다. 무료/유료 구분이 있을텐데, 저는 일년치 결재해서 쓰고 있고 돈 값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11.25 18:42
2020.11.25 18:51
2020.11.26 02:50
저도 예전에는 그런 게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위에서 적은 방법들에서 나름 큰 효과를 봐서요.
2020.11.25 19:21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애'라는 흔한 말은 정말 진리입니다. 저의 듣기, 말하기 실력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연애를 하고 난 이후였어요.
연애가 힘들다면 외국인을 자주 만나 이야기하는 방법도 있죠. 인터넷 검색해보시면 외국인 만나는 행사나 모임이 제법 있어요. 아, 물론 서울 부산 이야기고 그것도 코로나 시대엔 불가능이지만.
2020.11.25 19:49
2020.11.26 02:54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고급어휘가 들어간 단어장 하나 끝장을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해요. 물론 이게 시험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웬만한 의지로는 하기 어려운 방법이긴 합니다만.
2020.11.25 20:45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전에 다녔던 영어학원 강사가 권했던 방식이...미드 자막없이 보기를 권하더군요. 그것도 콕 집어서 지정까지 해줬는데 그게 슈퍼내츄럴....재미있다, 발음이 또렷하다, 정석적인 문법-어휘를 구사한다 같은 이유가 아니라 다른 미드나 매체들에서 나오는 영어보다 '쉬운 영어'를 구사한다가 그 이유였습니다.
2020.11.26 02:54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넷플릭스에 있으려나. 추천 감사드려요.
2020.11.25 22:35
자신한테 맞는 방법이 있는데 정말 치열하게 영어공부 하셨네요. 아, 그 악명높은 GRE(일명 지**)까지 하시다니 여기서 고득점이면
정말 존경합니다.
맞아요. 정해진 방법은 없고 내가 해봐서 이게 효과적이었어 정도죠.
단어장 들고 외워야 더 단어가 잘 기억되는 사람이 있고 책을 자주 읽다보니 반복되는 단어가 자동으로 외워지더라하는
경우도 있는거구요. 둘 다 병행해도 좋고.
전 자기한테 맞는 방법 찾으라고 하고 싶어요. 물론 직장에서 토익 점수 요구한다면 모의토익 문제집, 해커스에서 나온 문제집이 난이도가 있는데
그걸로 시간 딱 맞춰서 계속 연습하고 토익은 실전에 계속 부딪히는게 점수 올라가는 핵심이에요. 학원다는게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Reading Listening은 굳이 학원 안다녀도 되요. 어떤 면에서는 수능보다 쉽잖아요. 시간 제한안에 정보만 찾아내면 되지 여기서 주제찾기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제한된 시간 안에 빨리 읽고 정확하게 정보찾기 훈련이 되냐 안되냐 차이죠.
영어 시험은 실전처럼 연습하는게 제일 중요하고 speaking, writing쪽이면 이건 한두달이라도 학원 도움은 받아야죠.
시험보는 요령도 익히고 해야 하니까요. writing은 스터디 그룹짜서 서로 feedback해줘도 되구요.
시험에 대한 팁은 뭐 인터넷에 넘쳐나고 해당 까페들어가면 조언이 너무 많아서 선택이 어려울거에요.
-그런데 굳이 특별한 목표없이 너무 스트레스받으면서 영어하지는 마세요. 직장에서 영어가 꼭 필요하다든지
영어를 하면 굉장히 기회가 와서 승진을 한다든지 그러면 죽어라고 해야죠. 그런게 아니면 못하면 어때요.
저도 취미얘기 많이 했지만 영어 시험볼때는 TOEIC speaking은 어~하고 있으면 답변 시간끝인데 그 안에 답하려고 예시답안들에 해당하는거
달달 외우고 목구멍에서 피가 날때까지 혼자서 방안에서 영어로 계속 떠들고 떠들었어요. 이건 어차피 혼자서 대답하는거지 토론이 아니거든요.
가볍게 난 내 영어실력을 천천히 향상시키고 싶다. 그렇다면 영한대역으로 된 작은 잡지라도 사서 기사 한두개라도
꾸준히 읽어보세요. 리더스 다이제스트류가 많아서 내용이 맘에 안드시려나요? 그래도 생각보다 여기 내용이 재밌고 아기자기한 것도
많아요. 아니면 내 취미에 맞는 부담없는 책 사서 사전찾아가면서-사실은 전체적인 내용을 먼저 읽고 주제 파악을 하고
그 다음에 단어찾는게 좋지만요. 무엇보다 작은 양이라도 꾸준히가 중요해요.
정 아니면 팝송 안좋아하시나요? 팝송 가사만 파봐도 생각보다 어휘력이 늘 수 있을 것이고
"굿모닝 팝스"가 잘되어 있는 것으로 알아요.
작문까지 도전하고 싶다면 영어로 일기나 짧은 한두줄 메모라도 꾸준히 써도 좋구요.
중요한건 꾸준히 하는거죠. 모든게 다 그렇듯이. 저야 먹고 살아야 하니까 늘 영어는 내 삶에 직업에도 영어, 취미에도 영어. 안접할 수가 없었구요.
아, 뭐야, 무슨 장편 소설을 썼네요. 오늘 왜이러는걸까요.
2020.11.26 03:00
저 같은 경우는 영어가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특히 당장 스피킹과 리스닝이요. 리스닝은 시험용 리스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집중력이 10분을 못 넘더라고요. 흑. 이건 그냥 반복말고는 답이 없겠죠. 그리고 시험용 스피킹은 토플 때문에 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토플 준비했을때 영어실력 향상에 제일 쓸모 없는 공부가 이거 같았어요.
2020.11.26 11:51
스피킹과 리스닝도 계속 반복, 반복이에요. 스피킹은 다음까페같은데 집중적으로 영어토론하는 모임들 있을거에요.
저도 이런데 지금도 참여하고 싶어요. 주제내주고 , 그에 따라서 4~5명이 같이 영어로 토론하는거죠. 레벨별로
되어있을텐데 아직도 있는지는 찾아봐야해요.
원어민 학원은 값만 비싸지 제 경험으로는 막상 자신이 말을 영어로 해봐야 하는데 그럴 기회도 별로 없구요.
토플은 토플대로 따로 준비하셔야죠. 그래도 토플이 영어실력은 토익보다 제대로 올려준다고 봐야죠.
직업적으로 필요하면 직장 다니랴 너무 힘든 상황이지만 이 악물고 각종 시험까페 뒤져서 이것저것 해보다보면 내 방법이 나와요.
필요하면 죽어라고 해야하는거죠. 사람따라 영어능력은 차이는 있어도 이 악물고 목표치까지 하셔야 해요.
정보 넘쳐나고 자료넘쳐나는데 리스닝도 꾸준히 하시면 분명히 늘어요. 토익 리스닝 정말 저도 토할만큼 지겨워 죽겠지만 하세요.
스피킹은 정 영어토론모임같은건 못가겠다싶으면 그래도 학원 몇달 끊어서 다니다가 나중에 혼자서 방에서라도 말을 해보셔야 해요.
틀리면 고쳐서 하면 되고 의사소통이 중요한거지 거기서 실수 몇개 한다고 나 창피해, 그러면서 부끄러워할 필요도 전혀 없어요.
2020.11.25 23:25
2020.11.26 11:55
네, 내가 좋아하는 읽을거리면 무엇이든지요. 내가 좋아하는 책, 얇은 잡지, 영화 리뷰, 좋아하는 배우 인터뷰 이런거 읽기 시작하면
외우기 싫어도 단어가 전체적인 맥락에서 기억이 나죠.
2020.11.26 01:20
GRE를 공부하시는 분에게 무슨 조언을 합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한수 부탁드립니다
2020.11.26 03:11
그것도 결국 시험인지라, 라이팅은 몰라도 버벌은 시험공부에 최적화된 한국인들은 결국 하다 보면 점수가 나오더라고요.
2020.11.26 11:56
그러게요. 내가 진짜 주제넘게 나섰네요. GRE를 공부하셨다는 분한테 무슨 건방을 떤건지.... 그래도 글은 안지울래요.
제가 너무 아는 척하면서 이미 아시는걸 가열차게 말한게 부끄럽군요.
2020.11.26 15:17
전혀 아닙니다.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2020.11.26 09:31
전 드라마로 영어를 배워서 듣기만 잘합니다. 문법, 어휘, 작문, 독해 다 부족....
업무상 간혹 동남아쪽(태국, 인니, 말련)이나 인도쪽 사람들이랑 회의를 하게 될때가 있는데..
영어 좀 한다는 영업팀 신입들이 그쪽분들의 영어 발음에 헤메이면서 저한테 어떻게 저 발음을 알아 듣냐고 신기해 하더군요.
알아 듣기만 하고, 말하는건 영어 잘하는 애들한테 시켜요.
그런거 없다고 생각하는게 가장 효과적일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