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르의 "백지수표"

2010.11.16 18:39

reading 조회 수:2194

정성일 평론가님이 지으신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를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여러가지 글 중에 232쪽의 "영화의 윤리와 시대정신 (부제 : 고다르가 쓴 백지수표)" 이란 소제목의

글이 있어요,  여기서 백지수표란 말은 다름이 아니고, 영화제 주최측에서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할

영화를 특정인에게 마음대로 고르게 해서, 그 영화를 상영한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95년에 로카르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고다르에게 백지수표를 위임했고, 고다르가 준 총 23편의

영화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짜서 영화제를 회고전으로 진행했다고 하네요.

 

그 23편의 영화를 보면,,,

 

  - 국가의 탄생 (1915, 데이비드 W, 그리피스)

  - 낡은 것과 새로운 것 (1929,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 항공 도시 (1935, 알렉산드로 도브젠코)

  - 라 마르세예즈 (1937, 장 르느와르)

  - 스페인의 대지 (1937, 요리스 이벤스)

  - 빵 없는 대지 (1932, 루이스 부니엘)

  - 젊은 날의 링컨 (1939, 존 포드)

  - 사느냐 죽느냐 (1942, 에른스트 루비치)

  - 희망 (1939 ~ 1945, 앙드레 말로)

  - 불로뉴 숲의 여인들 (1945, 로버트 브레송)

  - 아우슈비츠의 여죄수 (1949, 완다 야크보우스카)

  - 바다의 침묵 (1949, 장 피에르 멜빌)

  - 로마 11시 (1952, 주세페 데 산티스)

  - 밤과 안개 (1955, 알랭 레네)

  - 세상의 모든 기억 (1956, 알렝 레네)

  - 마부제 박사의 천 개의 눈 (1960, 프리츠 랑)

  - 아름다운 5월 (1963, 크리스 마르케)

  - 승객 (1963, 안제이 뭉크)

  - 일상적인 파시즘 (1964, 미하일 롬)

  - 타협할 수 없는 (1965, 장 마리 스트로브, 다니엘 위예)

  - 루이 14세의 권력 쟁취 (1965, 로베르토 로셀리니)

  - 아니오! 혹은 지배자의 헛된 영광 (1990, 마누엘 드 올리베이라)

  - 사람, 신, 괴물 (I. 아른난타비그, M. 이드리조 비크, A.케노비크, P.자리카)

 

 입니다. 

 

저로서는 국가의 탄생을 제외하곤, 전부 처음 들어보는 영화들이며, 감독들도 낯선 이름이

꽤 많네요. 나름 고다르 영화 보았다고 생각하고, 고다르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정성일님은 저 23편 모두 구하기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자긴 다 봤다고 자랑(^^)하던데, 저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암튼, 그동안 매체 여기 저기서 단편적으로 접하던 정성일님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던 책이었습니다. 몇가지 개인적으로 느낀점을 나열해 보면요,

 

 1. 정성일은 역시 "쇼트" 신봉자다

 2. 정성일은 르느와르, 포드 (혹은 히치콕)를 열반의 경지에 올려 놓고 있으며 (자기의 공력이

     못 미쳐서 아직 그들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다르를 사숙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진정 애정을 갖고 사랑하는 대상은 오즈다

 3. 정성일은 지루한 만연체의 대가이나, 어쩔때 보면 로저 이버트와 필체가 아주 흡사하다

     (어떤글은 이버트의 "위대한 영화" 번역본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등입니다.

 

참, 그리고 아주 중요한 사실 한가지,

 

그동안 저는 이분의 "글"을 좋아하기만 했지, "정치적 포지션"을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언젠가 ~ "에

뒤이어 읽고 있는 "필사의 탐독" 서문을 읽고는 확실히 알게 되었으며, 그래서 이 분을 더욱 더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4. 정성일은 노무현을 희망으로  xxx(구체적으로 이름을 명시했지만, 제가 쓰기 싫어서 x로 표현)을 재앙으로

    여기고 있다.   

 

마지막 짜투리 감상 추가,,

 

 5. 세상이 영화가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이 영화가 되는 것보다는 "클래식 음악"이 먼저

    될 것 같다 => 백일난 딸을 돌보면서 그동안 안 듣던 클래식 음악을 조금 들으면서 느끼는 심정입니다.

 

   "아니 이 음악도 클래식 음악이었네 !!! 개그 프로에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건데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7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63
113907 어디 풀데가 없어서 듀게에 왔습니다.-_- [9] 녹색귤 2010.11.16 2872
113906 왜 김밥과 라면은 배가 고플까요. [13] 자두맛사탕 2010.11.16 2904
113905 음악에서의 승자와 패자의 정서? [27] 와구미 2010.11.16 3033
113904 바즈 루어만 신작 [위대한 개츠비]에 캐스팅된 캐리 멀리건 [11] 보쿠리코 2010.11.16 3387
113903 소셜 커머스를 신뢰하시나요? [20] 퉁이 2010.11.16 3345
113902 [바낭] 맥주 안주로 살 안찌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은 이렇게 해보세요. [19] 낭랑 2010.11.16 3327
113901 지금껏 수많은 게임을 해봤지만 이보다 더 건방진 캐릭터를 본적이 없습니다. [6] chobo 2010.11.16 3004
113900 초저예산 SF 영화 <불청객> 영화 속 소품 이벤트! [2] crumley 2010.11.16 1541
113899 디즈니 라푼젤 사운드트랙 [1] mii 2010.11.16 1876
113898 허각 앨범이 나와서 샀는데... [19] 달빛처럼 2010.11.16 3940
» 고다르의 "백지수표" [4] reading 2010.11.16 2194
113896 상사가 고집쟁이여서 괴로웠던 사례... [10] DH 2010.11.16 2060
113895 아이튠즈에서는 비틀즈 앨범을 판다고... [5] mii 2010.11.16 1560
113894 요새 구두들 왜 이리 높은지. [3] 꼼데가르송 2010.11.16 1759
113893 (종료)음악방송합니다.(Indie) JnK 2010.11.16 1533
113892 박태환과 김연아 [8] jim 2010.11.16 3725
113891 한국에서 가장 대접받는 화가 [17] catgotmy 2010.11.16 4032
113890 메달현황 [6] 가끔영화 2010.11.16 2187
113889 마음에 드는 코트 어디서 사셨나요 / 체케**님 쪽지확인해주세요~ [9] junejuly 2010.11.16 2489
113888 [바낭] 마음의 우울함을 달래준 오페라 한 편. [9] 옥시 2010.11.16 147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