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8 23:33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에 가는 것도, 전시회를 가는 것도 모두 쉰지 8개월이 넘었네요... 왠지 맥빠져서 인형사진도 전혀 찍지 않았어요... ㅠ_ㅠ 이대로는 너무 안되겠다 싶어 일상에 뭔가 변화를 주기로 했고, 변화는 지름신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acer Aspire 노트북과 XP-Pen 아티스트 프로 12인치 액정 태블릿, 드로잉 프로그램인 클립 스튜디오를 동시에 질렀어요. 예전부터 디지털 드로잉에 관심은 있었지만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일단 지르고 나면 사용하지 않을까 싶어 과감하게 첫발...
내 손의 감각과 화면 상의 움직임이 차이날 수 밖에 없는 일반 태블릿보다, 화면 위에 직접 그리는 게 나을 것 같아 액정 태블릿을 구입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손은 손대로 움직이며 화면을 보는 것과, 화면 위에 직접 그리는 건 굉장한 차이가 있어요. 덕분에 무겁고 주렁주렁 케이블을 달고 다녀야 하지만, 일반 태블릿이었다면 전혀 그림 그릴 엄두를 못 냈을 거에요.
자만 여전히 손끝의 감각이 익숙해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사실 지금도 감각을 익혔다고 말할 순 없고요. 특히 디지털 펜이란 게 생긴 건 연필이나 볼펜의 모습이지만, 실제로 그리는 감각은 마커나 붓의 중간 쯤이라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더군요. 오랫동안 색연필만 다뤄와서 연필을 빠르게 서걱거리며 층을 쌓아 색을 입히는데 익숙한데, 디지털 펜의 감각과는 많이 달라요 >_<;
그래도 계속 가지고 놀다보니 좀 익숙해졌고, 어쨌든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색연필로는 어려웠던 강한 빛의 표현이나, 배경 표현을 하는데는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D
그럭저럭 만족은 하는데, 그림의 완성도에 비해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습니다;; 디지털 펜의 감각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과감하게 스윽 그리지 못하고 펜 굵기 최대한 얇게 & 브러시 농도 매우 낮게로 끊임없는 덧칠하며 찔끔찔끔 그리느라... >_<;; 그래도 머리카락 그릴 때는 좀 자신있게 하면서도 원하는만큼 표현되어 만족스러웠고, 배경 표현은 아주 좋았어요. 색연필로 했다면 넓은 면적 칠하기도 어렵고, 아웃포커싱 효과 주기도 어려웠을텐데 디지털로 하니까 인물 뒤에 레이어 깔고 스프레이 효과 몇 번 슥삭 해주니 몇 분만에 그럴듯한 배경 완성... +_+
첫번째 그림을 끝낸 후 좀 자신감을 얻었어요. 머릿결 그리면서 디지털 드로잉이 털 표현에 꽤 매력적이란 사실을 깨달았고, 이번엔 동물 그림에 도전해봤습니다.
결과는... 무척 만족스러워요. 아니,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정말 너무 좋아요 >3<) / 첫번째 인물화 그릴 때는 '그릴 때 재밌긴 했지만 결과물은 색연필 그림에 비해 별로인 것 같아... ㅠ_ㅠ'였는데, 이번 그림은 색연필로 그렸던 그림보다 더 낫습니다. 거의 그림 배운지 5년 만에 진정한 적성을 찾은듯한 느낌... 이제 디지털 드로잉으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좀 다양한 걸 그려봐야겠어요. 굵은 붓에 물감 잔뜩 치덕치덕해서 슥삭 슥삭 하는 느낌으로도 그려보고 싶고, 거친 펜화 느낌으로도 그려보고 싶어요.
여러모로 참 우울한 일들만 있었던 2020년이지만, 한 해의 3/4를 넘기는 시점에 새로운 취미, 그것도 생산적인 취미를 찾은 것 같아 좀 위안이 되네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 & 모두들 편안한 밤 되세요.
2020.09.28 23:42
2020.09.28 23:51
1월에 퀸 공연 후기 올린 뒤 장장 8개월만에 첫 글이더군요... =_=;;;
2020.09.28 23:44
2020.09.28 23:52
취미생활에 다시 시동 건 김에 아가씨 사진도 재개해야겠어요. ٩(๑•̀o•́๑)و
2020.09.28 23:45
업이 아니라 취미로 하시는거면 디지털 작업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2020.09.29 00:04
아직 구입한지 3주 밖에 안 됐고,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 충동 구매 + 생각보다 재밌어서 계속 그리는 중이라 그럴듯한 분석은 아니지만, 장점을 꼽자면
1. 레이어 기능 : 핵심입니다. 밑그림 레이어, 채색 레이어, 배경 레이어, 세부 표현 레이어 등을 따로 두고 작업할 수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밑그림 레이어는 채색 끝난 후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깨끗이 지워버릴 수 있고, 배경 레이어도 인물 뒤에 깔면 인물과 섞이지 않게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고요.
2. 중간저장 & 수정 기능 : 역시 핵심입니다. 중간중간 저장해놓으면 그리다가 망했어도 언제든 중간부터 다시 그릴 수 있어요. 그리던 중에도 실행취소 키로 언제든 잘못 그린 부분을 수정할 수 있고요. 언제든 고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좀 거 과감하고 색다른 시도도 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3. 하나의 도구로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음. 진짜 색연필, 진짜 수채화같진 않지만 그 느낌의 80~85% 정도는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마커 같은 건 거의 95%고요. 아마 더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100%도 가능하실 듯. 하나의 도구로도 연필 느낌, 색연필 느낌, 수채화 느낌, 유화 느낌 등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4. 다양한 브러시. 같은 종류의 브러시라도 브러시 크기나 농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보니 mm 단위의 아주 세밀한 표현도 가능하고, 커다란 브러시로 슥삭거리며 대충 큼직큼직하게 색을 입히는 것도 가능해요, 큰 브러시는 배경이나 톤 작업 할 때 무척 유용하더군요.
2020.09.29 00:10
그리고 단점이라면...
1. 무거워요... =_=; 노트북이랑 같이 들고 다니려면 거의 3kg(노트북 1.6kg + 태블릿 1kg + 펜과 케이블)... 게다가 액정 태블릿이다보니 hdmi + usb 포트가 2개나 필요해 케이블이 주렁주렁합니다;; 물론 따로 노트북이 필요없고, 드로잉 태블릿으로서의 기능도 거의 전문적인 태블릿에 필적하는 아이패드 같은 거를 들고 다닌다면 이 문제에선 자유롭겠죠.
2. 발열. 1시간 이상 그리면 화면에 닿는 손날 부분이 점점 따끈따끈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액정 태블릿이 아니라 일반 태블릿은 발열도 거의 없고, 블루투스 지원도 되기 때문에 케이블 주렁주렁으로부터도 해방이라고 합니다. 근데 저는 눈은 화면 보면서 까만 패드에 그리는 게 거의 허공에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 못 하겠더라고요;;
2020.09.29 00:24
2020.09.29 17:18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3<) /
2020.09.29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