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하이브 - 민희진 사태를 보면서 그 반응들이 좀 놀라웠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기본적인 정보를 아예 모릅니다.


민희진이 누군인지

민희진이 뭘 하는 사람인지

민희진이 지금까지 뭘 이뤄냈는지

멀티 레이블이 뭔지

어떤 정보가 어느 측에서 나오고 있는지

이게 법적 판단의 재료인지 아니면 그냥 가십인지


이런 것들을 전혀 신경을 안씁니다. 특히 민희진을 담그고 싶어하는 쪽에서요.

그러면서 자기들이 이성적이네 냉정하네 T네 이런 말을 하는데... 진짜 놀랐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민희진이 분점 사장인 줄 알더라고요ㅋㅋㅋ

1000억이 어떻게 노예계약이냐 나도 좀 1000억 받는 노예 시켜주라 하는 소리도 너무 많이 봤고요.

자기가 민희진의 자리에 가야 그걸 이해를 하는데, 민희진을 자꾸 자기 자리에 갖다놓습니다.

민희진이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니까 민희진이란 사람의 특수한 지위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걸 못해요.

그러니까 민희진이 자기같은 평범한 회사원인 줄 알고 1000억씩이나 받는다고? 나는 월 400 500이 맥시멈인데!! 부럽다!! 이래버립니다.


아예 사건 전반에 대한 기초적인 맥락을 습득을 못하는 거죠.

그런데 이걸 감성과 이성의 대결이라고 하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여초는 당연히 이입을 하죠. 

여자라서 감성적인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아이돌 산업의 실질적인 소비자이자 돌아가는 판을 아니까요.


이 맥락을 모르고 민희진은 건방지게 쩐주에게 대들었다는 막연한 관념만 있으니까 모든 걸 다 '물타기' 아니면 '즙짜기'로 해석해버립니다.

그러니까 정보 자체가 엄청나게 편향적으로 돌아갑니다.

뉴진스가 멕시코 진스를 표절했다!! 고는 몰아가지만 진스 멤버들이 뉴진스의 90년대 레트로 인용을 환영한다고 직접 인터뷰한 건 안올립니다.


이해할 능력이 없으니까 싫어하는 것부터 우선합니다.

여기저기서 그런 글들이 보이죠... 난 모르겠고, 일단 싫어할란다~

소통의 가치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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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을 보면서 제가 특히 싫어하게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팝콘 타령하면서 ㅋㅋㅋ 거리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전자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생각합니다. 

뭘 모르니까 이입을 못하거나 양쪽 모두를 들여다보지 못하는거죠. 

민희진도 방시혁도 둘 다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번 논란에서 둘을 똑같이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어떤 가치관이나 기준에 입각해서 어느 한 쪽이 더 잘못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데 팝콘 타령하는 사람들은 아~ 재미있게 흘러가네요~하면서 모든 걸 다그냥 웃음거리로 소비하려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에게서 어떤 재미도 못느낍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은 그냥 아는 척은 하고 싶고 한마디 얹고 싶지만 자기가 그 평가의 대상이 되는 건 두려워하거든요.

단순한 비웃음으로 어떤 달관적 제3자의 포지션을 얻고 싶어하는 건데, 이야기를 해봐야 뭐가 남겠습니까?

어차피 자기가 이번 이슈에서 거리를 벌리고 있으니까 어느 쪽 결과든 상관이 없는 거고, 상관없는 채로 계속 말은 얹고 있는 건데?

멀리서 상대방을 비웃는다고 무슨 통찰이나 해학이 생기는 게 아닙니다. 

이런 거리벌리기의 해학은 당사자가 거리를 벌릴 수 없는데 거리를 벌리는 듯 말을 할 때 그 자조감에서 해학이 생기는거죠.

그냥 불구경 논리에요. 누군가의 집이 타고있지만 내 집이나 우리 동네는 안전하니까 ㅋㅋㅋ 이런 거죠.


실패할지언정 어느 측에 이입을 하는 게 더 낫습니다. 안그럴 거면 그냥 말은 얹을 필요가 없습니다.

가십의 소비자에서 한발자국도 더 못나가면서, 댓글로 조롱만 하는 게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저는 이런 태도를 트럼프 당선이나 남성 유명인의 몰락에 대해 자신들은 상관없다는 듯이 선긋기를 할 때 전술로 쓰는 걸 너무 많이 봐서 좀 지겹습니다.

웃기다는 듯이 낄낄댄다고 그게 어떤 지식이나 이해를 담보해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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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할 때 노화의 큰 증상은 좋아하는 힘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감동을 받는 힘이라고 할까요. 사람, 세계, 창작물이나 어떤 현상에 대해 그걸 받아들이고 감동으로 번역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뭘 꼭 좋아하고 살아야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그냥 라이프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좋아하는 힘이 떨어지면 세상을 이해하는 힘도 떨어집니다.

이를테면 민희진을 이해하는 건, 케이팝을 좋아해야 가능합니다.

그래야 이 사람이 어떤 새로운 걸 했고 그게 어떤 감흥으로 다가오는지를 알죠. 

뭘 좋아하지 않으면 가치도 모릅니다. 

어떤 사건에서 어떤 가치가 훼손되거나 사라지고 그 공백이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모르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태에서 뉴진스를 "수납"해라 어쩌라 하는 사람들은 99퍼센트 뉴진스를 모르거나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남는 게 비웃는 것 밖에 없죠. 자기가 세상에 연결될 힘을 영원히 잃어버립니다.

이렇게 소비자조차도 못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왜 저렇게 자기가 힘을 잃어버린 걸 자랑처럼 떠들고 있을까... 그건 아무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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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막 좋아하고 막 많이 알아야 어떤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입장이 어떻고 애정도가 어떻든, 최소한의 이해는 담보가 되어야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거죠. 

저는 가십러라는 게 공감능력이 결여된 상태로서 결과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온라인에서의 소통이라는 건 뭘 '느끼는' 게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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