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4 15:17
저도 짝사랑 이야기, 봄이라 그런건 아닌 것 같고요..ㅎㅎ
그분은 인터넷을 잘 안하시고 더군다나 영화, 그리고 듀나님은 더더욱 모르실 것 같기에 조금 써봐요.
혹시 모르니 나중에 펑해도 괜찮을까요? 미리 양해를..
저는 20대 중반 여자이고, 좋아하는 분은 저보다 10살 많으세요.
제가 공부하는 중인데 저를 가르쳐주시는 입장이세요.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은 아니시고요.
솔직히 외모적으로는 전혀 호감형이 아니신데,
성격이나 살아오신 길이 존경스러워서 동경하게 됐고, 그게 설레임으로 변하더니, 내가 이분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연락이 오면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웃음이 나고
제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잠을 못잤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남자친구와 사귀어도 봤지만 누굴 좋아해서 마음이 이렇게 떨릴 수 있구나를 처음 깨닫게 되었어요.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하는 감정도 처음입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정말 신기하고.. 새롭고.. 이상해요.
농담식으로 계속 마음을 표현했어요. 좋아한다고, 결혼해달라고요.
그럴 때마다 이분은 그냥 웃으시다가, 어느 순간에 저에게 '정신차려라' '나를 합격을 위한 도구로 생각해라' 라고 말씀하셨어요.
내가 너무 까불었구나 생각해서 가만있다가도 서운해지고, 그럴거면 왜이렇게 잘해주냐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ㅎㅎ
이런 상태가 한달을 이어갔어요.
그래서 며칠 전에 만나서 직접 말씀드렸어요.
실은 정말 좋아한다고. 진짜 정말 좋아한다고.
연습을 5번 넘게 했는데. 리허설 때는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도 났었는데 막상 빤히 쳐다보고 계시는데 말씀드리려니
긴장되고 말이 안나와서 버벅거리다가 그냥 조..좋아해요 이런식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당
눈물은 커녕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좋아하는 분은 제가 그냥 애같대요. 어린애 같대요. 그리고 열심히 탐색할 때 이상형이 '맏이, 독립적인, 강한여자' 라고 하셨는데
저는 막내에 의존적이고 아마도 약해보였을 거예요. 제가 어리게 생겨서 그런지 애기, 초딩얼굴이라고 하시기도 했거든요.
섹시해보이려고 셔츠 윗단추도 풀렀는데 그게 뭐냐고 하셔서 섹시해 보이려고요, 이랬더니
어린애가 벗어도 하나도 안 섹시하다고 하셨습니다. ㅋㅋ
그리고 진지하게
남자가 여자보다 빨리 죽는데, 내가 너보다 10살이 많다. 내가 70에 죽어도 너는 60이다 이러셔서
재혼하면 되죠 라고 했더니 저승에서 그 꼴을 어떻게 보냐고 너털웃음 지으셨어요.
그리고 제가 연예인 누구를 닮았는데, 그 연예인은 본인 스타일이 아니라고 확인사살을 ㅋㅋ
여러 이야기를 했고, 해주셨는데 기억이 잘 안나요.
그래도 그분한테 나만큼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은 앞으로 없을거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당.
그분을 좋아하는 날들 동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음.. 제 이상형은 키크고 덩치큰 남자고, 제가 사귀었던 남자분들은 다 180cm이상이셨는데
이분은 키가... 또 10살 많은 분들은 정말 이성으로서 밤톨만큼의 관심도 가져본 적이 없는데요.
그렇다고 제가 미인도 늘씬이도 아니지만은;
내가 왜 이분을 좋아하는건가
동경이 큰건가 존경이 큰건가 친오빠처럼 생각이 되는건가 그건 다 필요없고 공부를 해야할 시기 아닌가. 미쳤나보다..
어차피 그분이 저랑 사귀어주셔도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없기도 하고,
그분은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싶어하시는데 결혼은 생각 해본적 없고요..
저를 여자로 보는 느낌이 전~혀 없으셔서 100% 차일걸 예상하고 고백한 게 맞긴 합니다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예 확실히 거절당하니까 '혹시' 라는 생각은 안하게 되서 마음이 편해요.
앞으로 평생 만날 소중한 분으로 생각하고 짝사랑은 그만하려고요.
좋아하는 마음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지만 포기하면 편하니까요 ㅎㅎ
정말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행복하게 해줄 자신은 없지만 최대한 행복하게 해주려 노력할 순 있는데.
하지만 그분은 이제 결혼하셔야 하니까요.
그걸 보는 마음이 아플것 같아서 영원히 결혼하지 마시라고, 소개팅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약속할 수 없대요.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는게 아니라며.. 하긴 그런 분이셔서 좋아했으니까요.
써놓고 보니까
진짜 어려보이네요. 강한 여자는 무슨.. 앞가림이나 잘 해야 되는데.
시험 끝나고 친구들한테 소개팅이나 해달라고 하려고요.
친구가 직업군인 어떠냐고 물어봐서 싫다고 했는데 다시 좋다고 하려고요ㅋㅋ
친구들한테 말하기도 뭐하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싶고 해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2014.04.14 15:26
2014.04.14 15:30
2014.04.14 16:05
:) 오~ 멋있어요. 고백...! 그거 쉬운 일 아닌데 말이죠. 센트럴님 같은 분한텐 좋은 분 금방 생기실 거에요.
2014.04.14 16:31
같이 있게 될때 살살 긁고 물어서 보통은 사람들에게 말 잘 안하는 개인사를 들어내세요. 시덥잖은 어린시절 이야기든 뭐든 말 그대로 내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지? 하는 것들.. 제가 아는 '어린애라 생각했던 사람을 이성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 입니다. 질문해대고 조르라는게 아니라 질문은 적당히 분위기 봐가며 던지되, 일단 저쪽이 말을 시작하면 관심 갖고 눈 빛내며 기쁘다는 듯 잘 들어주시라는.. 더 많이 얘기할 기분이 나게요.
그러면 꼭 연인으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분이 센트럴님을 더 특별하게 여기게 될겁니다. 장담해요.
힘내세요. ^^ (이미 센트럴님 마음에서 고백으로 게임 종료 휘슬 울린거라면 굳이 권하진 않고요.)
2014.04.14 17:47
2014.04.14 16:35
2014.04.14 17:18
작성된 내용으로만 봐선 그 분은 님의 고백을 고백이 아니라 '장난'이라고 생각하실 듯 합니다. 안 그래도 10살 이상 차이 나면, 애로 보이기 쉬운데, 그런 장난을 친다면, "얘가 날 만만하게 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할 경우, 님에게 한 답변처럼 더 엄격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죠.
그리고 그렇게 나이 차가 날 경우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게 좋아요. 장난은 자제하시고, 진중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발랄한 모습을 보여줄수록 여자가 아니라 '애' 같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질 뿐이죠. 특히 왜 윗단추를 풀렀냐고 물었을 때 "섹시해보이려고요"라고 답변한다면 장난 치는 거 같은 느낌이 더 강해지겠죠.
다음에 고백하실 땐 님이 그 분에게 끌린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떨려서 제대로 말할 자신이 없으시다면 편지를 적어서 주는 것도 방법이겠고요. 비파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사 얘기를 끌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 그러기 위해선 먼저 본인 개인사 얘기를 많이 하시고 조언을 요청하세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 분도 자기 얘기를 하게 될 겁니다.
2014.04.14 18:00
아래 urban님 글에도 썼지만
누굴 좋아하는건 걍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왜 그런지 너무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거 같아요~
그래도 그분과의 좋은 추억은 남았으니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힘내셔요~
2014.04.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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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님 마음도 글도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