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과 나눈 이야기

2020.10.30 08:34

애니하우 조회 수:1228

아래 은밀한 생님이 아이들의 대화를 기록하신 것을 보니 저도 뭔가 적고 싶어졌어요. 딸은 한국이 아닌 곳에서 태어났고 한국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완전 콩글리쉬 대화를 여기서는 윤색했다는 것을 유념해 주세요.ㅋㅋ


딸: 왜 사는 데 필요도 없는 걸 학교에서 그렇게 어렵게 배워야 되죠. 

나: 뭘 말야.

딸: 영어는 사는데 얼마나 필요해.. 미디어에 대해서도 배우고 가짜 뉴스에 대해서도 배우고, Geography도 세상에 대해 더 알게 되고.. 근데 수학은 누가 그런걸 나중에 필요로 한다고 x,y하면서 배워야 하는 거죠.

나: 옛날에는 농사일이나 하고 실도 잣고 수도 놓고 하는 것만 애들에게 시켰는데 꼭 누군가는 태양이 왜 저렇게 돌까, 다음 혜성은 언제 올까 이런 거 궁금해 했던 사람들이 있었지.

딸: 음...

나: 대부분은 그냥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 배우는 걸로 만족했는데 꼭  그 이상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었어. 그사람들이 모여서 수학도 하고 과학도 하고 아카데미아를 이루게 됐지.자기들이 계산한 공식으로 하늘이 돌아가는 걸 확인하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딸: ...

나: 니네가 배우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다 만들어 놓은 거라 실생활에 필요하지는 않지 그냥 뭐든지 궁금했던 사람들의 자기 만족이니까. 

딸: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학교에서 수학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언페어하다고 생각했었어요.

나: 수학은 객관적이지 맞고 틀리고가 있으니까. 영어는 너도 알다시피 선생님에 따라 에세이 점수가 많이 달라지잖아.

딸: 맞아. 그건 그래요.


이어지는 차 안에서 대화.


딸: 왜 아시안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는데 다 과외 (tutoring)을 해서 그렇다고 하지

나: 누가 그래

딸: 신문 아티클에서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나: 내가 보기엔 튜터링은 수학 잘하는 것의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결과인데.

딸:무슨 말이예요?

나: 아시안 이민자들은 여기에 올 때 기술을 가지고 이민 오는 것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어느정도 교육 잘 받은 사람이 이민을 와. 그 사람들의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고.

딸: 응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나: 그런 사람들이 자식의 성적을 엄청 신경 쓰기 때문에 튜터링도 시키는 거지, 기대수준이 아주 높으니까. 그래서 아시안 이민자 애들이 전반적으로 우수하지 적어도 하이스쿨까지는.... 그러니까 튜터링 때문에 수학을 잘하는 게 아니라 집안의 기대가 높으니까 수학을 잘하는 거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

딸: 아..(완전히 이해한 눈치)



아무 내용도 아닌데 길게 적었네요.

결론은 사춘기, 불평불만 많은 아이 키우기 힘들다 입니다. 좋아하는 과목만 잘하고 싫어하는 과목은 선생님이 맘에 안든다는 이유로 되게 되게 싫어하고.

얼마나 예민한지 언성이  조금만 높아져도 바로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웃으면서 아이를 학교로 배웅하고 환대하려고 마음을 계속 먹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아이가 자기 방에서 안나오는 시간이 길어져도 별 불만 없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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