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씨의 행동이 무책임하고,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해요.

하지만 그녀가 그 상황을 무조건 감내하고 참아내야만 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문제제기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지요.

 

한예슬씨에게 가해지는 비난들 중에서 저는 크게 두 관점이 불편해요.

하나는, '너보다 고생하는 사람 훨씬 많다' 류

다른 하나는,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류

 

전자가 이택광 교수가 말하는 '노예 근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후자는 '소비자=왕'이란 의식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니가 돈 벌고 명예를 누리게 해준 것이 바로 나(소비자)다."라는 것.

 

결국은 지금 한국 사회가 그만큼 모두모두 살기 힘들고 각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걸까요.

아래 이택광 교수의 글은 모든 부분에 공감하지는 않지만,

생각해볼 만한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어서 퍼왔습니다.

밑에 달린 리플들도 읽어볼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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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씨가 열악한 제작환경에 반발해서 이른바 '개인 파업'을 실행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에 따르면 연예계활동 자체를 중단할 마음까지 먹고 미국행을 결심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이 좀 황당하다는 느낌이다. 이 문제는 한예슬이라는 '튀는 배우'의 돌출행동으로 덮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한예슬씨가 반발한 그 제작환경의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고, 때문에 개인의 행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른 연기자들과 연대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한예슬씨에게 없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여배우'에게 부여되는 좁은 입지에서 한예슬씨가 '정치적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예슬씨가 내린 결정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예슬씨로 인해서 사업상 손해가 발생했다면, 당사자들끼리 금전적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다. 그 외에 시청자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만일 한예슬씨가 제기한 문제가 공공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결단을 존중하고 진지하게 고찰하는 것이 순서라고 하겠다. 단순하게 돌출행동으로 치부하고, 괴상한 애국주의로 목청을 높이는 짓거리는 추하기 그지없다. 한국의 방송환경이 얼마나 열악하며, 몇몇 스타급을 제외한 연예인 일반이나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않는가. 출연료를 많이 받는 스타이기 때문에 이런 제작환경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논리는 먹고사니즘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노예근성을 강요하는 사용자의 입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국은 해괴하게도, 피사용자가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전도현상이 너무 보편화되어 있다. 이번 한예슬 사건에서도 이런 모양새가 여지없이 드러나서 씁쓸하다. 모두가 합의한 룰을 깨버린 개인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비난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의 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새로운 것은 합의를 깨뜨리는 개인의 결단에서 나오는 게 역사의 법칙이다. 이 법칙을 억압하는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역시나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연예인은 인형이기 때문에 자기 욕망을 드러내면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연예인의 인권 문제를 이번 한예슬씨 사건을 통해 전면적으로 제기해야할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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