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쯔양, 혜민)

2020.12.03 20:35

여은성 조회 수:547


 #.타인을 문제삼는 것과 타인을 문제삼는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어요. 특히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죠. 


 늘 말하지만 나는 타인을 너무 과도하게 문제삼는 것을 안좋아해요. 그리고 타인을 문제삼는 것보다 더욱 싫어하는 것은 타인을 문제삼는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죠. 


 어떤 한 개인이 누군가를 문제삼는 것과, 여럿이 모여서 누군가를 문제삼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것이니까요. 한 명의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사람이 달려드는 건 어떻게 해도 결국 린치로 흘러가게 되거든요.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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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요즘에는 혜민이라는 자가 꽤나 얘깃거리가 되었죠.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그렇잖아요? 무언가가, 또는 누군가가 문제가 될 때마다 인터넷의 사람들은 일제히 달려들거든요. 그런 판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몰려들면? 그때부터는 그 상대를 누가 제일 웃기게 놀리는지, 누가 제일 비꼬기와 조롱을 제일 잘 하는지 겨루는...일종의 대회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건 더이상 비판이 아니라 그냥 놀이죠.


 그야 나도 혜민을 매우 싫어했어요. 혜민 말고도, 현실 세계에서 치열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현실 세계에서 정답을 가진 척 하는 놈들을 매우 싫어했거든요. 그렇게 나대는 사람들 중에서도 혜민은 상당히 얄팍하고 얄미워 보였으니까요.



 2.하지만 혜민을 굳이 욕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혜민 같은 사람은 언젠가는 문제가 될테니까요. 그게 다음 달인지 내년인지의 문제일 뿐이지, 어느 순간...누군가가 '야야, 혜민 저 새퀴 좀 재수없지 않아?'라고 불씨만 당기면 불이 붙기 직전처럼 보여서요. 누가 언제 선동을 개시하느냐의 문제지, 혜민은 언젠가 한번 크게 데이겠구나 싶었어요.


 

 3.한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건 이거예요. 언젠가부터 인터넷이 한번 문제가 되면 상대가 말살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곳이 된 거죠. 1만큼 잘못을 하면 1만큼 욕먹으면 되고 10만큼 잘못을 하면 10만큼 욕먹으면 돼요. 100만큼 잘못하면 100만큼 욕먹으면 되고요.


 하지만 인터넷의 군중들은 이제 1만큼 잘못하든 100만큼 잘못하든 신경을 안쓰는거예요. 1만큼 잘못한 사람에게도 100만큼 잘못한 사람에게도, 그들이 가진 걸 내려놓을 때까지 멈추지를 않는 거죠. 


 그리고 이제는 인터넷에 모이기 쉬워진 사람들은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인 것처럼 만들어서 돌을 던지곤 하고요. 쯔양이 당한 게 그런 경우죠.


 

 4.휴.



 5.그건 일종의 지록위마...삼인성호인 거죠. 옛말에 세 사람이 호랑이가 있다고 우겨도 없는 호랑이를 있는 호랑이로 둔갑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요즘은 인터넷이 있으니까 수만 수십만 명이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있는 게 되는 거예요.


 문제는 이거예요. 이렇게 되어버리면 잘못을 해놓고 살아남게 되는 사람은 잘못을 적게 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잘못을 해놓고도 살아남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뻔뻔한 사람인 거예요. 


 왜냐면 이런 세태에서는 잘못을 저질러도 지록위마에는 지록위마란 식으로, 잘못을 했어도 뻔뻔스럽게 사과를 안 하는 게 유일하게 승리하는 전략이 되는 거니까요. 1만큼 잘못해 놓고 사과한 사람은 잘못을 인정한 게 되니까 더더욱 욕먹고, 100만큼 잘못해도 사과를 안 하고 당당하게 굴면 결국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거죠. 



 6.물론 위에 쓴 '잘못이 없는데도 욕먹은 사람'은 쯔양 정도겠죠. 쯔양을 따라다니면서 '너 방송 그만두겠다고 했잖아! 약속 지켜! 한번 그말을 했으면 평생 그 약속 지켜야 돼!'라고 억지부리는 인간들을 보면 웃겨요. '너 그때 눈 깜빡였잖아.'라고 억지쓰는, 레버넌트의 피츠제럴드를 보는 듯해요.


 혜민의 경우는 잘 모르겠어요. 물리적으로 저지른 것만 보면 사이비 종교처럼 사람들을 속여서 돈을 많이 뜯어낸 것도 아니고 누굴 심하게 못살게 군 것도 아니예요. 진짜 사이비종교에 비하면 잔잔바리로 해먹은 사람이죠. 혜민에게 몇천원 정도 내고 힐링 앱을 이용한 사람은 몇천원 정도의 힐링은 했을 거고요. 설령 플라시보더라도.


 하지만 현각이란 사람이 그를 '기생충'이라고 불렀던데...바로 그 점이 문제겠죠. 사람들이 스님이라고 하면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이미지와 브랜드를 슬쩍 차용해서 무임승차한 거니까요. 그걸로 쏠쏠한 돈을 땡겼고요. 


 사람들이 '스님'이라고 하면 금방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이미지, 희생적인 이미지는 불교에 귀의한 스님들이 몇백 몇천 년 동안 힘든 삶을 살며 쌓아온 것이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혜민이 한 짓거리가 매우 악질적으로 보일 거고요. 그래서 혜민의 경우는 10만큼 잘못한 놈이라고 해야 할지 100만큼 잘못한 놈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7.어쨌든 그래요. 돈을 좋아한다...라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나는 대중을 싫어하는 것이지 돈을 좋아하는 건 아니예요. '그 둘이 뭔 상관이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거든요. 


 대중들은 머릿수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뭐든지 지껄일 수 있고 뭐든지 재단할 수 있어요. 그게 대중의 가장 큰 힘이죠. 하지만 내겐 나밖에 없거든요. 나는 군중들을 혐오하고, 군중들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도 혐오하는 편이니까요. 


 그리고 이제 군중들이 모이기 더 쉬워지고, 모여서 비아냥과 조롱을 한딱가리 한 뒤에 책임지지 않고 도망가기는 더 쉬워진 세상에서 나같은 사람이 그들을 비웃으려면 돈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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