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일기

2020.09.16 07:07

안유미 조회 수:292


 1.'잠을 자려고 한다'라는 말은 생각해보면 이상한 말이예요. 원래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 사이클 안에서 살면 낮에 활동하고, 저녁에 돌아와서 밤에 누우면 알아서 잠에 빠지는 거니까요. 잠들어야겠다...라고 노력하는 건 이미 무언가가 어긋나고 있다는 거겠죠.



 2.월요일엔 자고 싶었는데 도저히 잠이 안 왔어요. 6시...7시...급기야는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까지 넘겨서 깨있다가 결국 사우나에 갔어요. 오랜만에 강한 수압으로 좀 때려주고, 풀에 들어가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물로 맛사지를 해줬죠. 이 정도까지 하면 잘 수 있는 노력은 정말 다 한 거예요.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것만 빼고.


 하지만 선베드에 누워서도 한참 후에야 잠들 수 있었어요. 그나마도 금방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3.사람은 야생 상태에서는 늘 긴장되어 있기 때문에 자면서도 늘 주위에 민감하다고 해요. 하긴 그런 본능이 없었으면 살아남지 못했겠죠. 


 이런 본능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밖에서 잘 때예요. 호텔에서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금새 일어나게 되고 사우나에서 자도 최소한의 피로만 풀리면 바로 깨어나게 되는 걸 보면요. 완벽하게 안전한 집이 아니면, 바깥 어디에서 자든 늘 긴장을 하게 되는 걸까...싶어요.



 4.휴.



 5.전에 썼듯이 피자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피자를 많이 먹는 것뿐이예요. 라지사이즈로 두 판 시켜서, 더이상 피자 냄새를 맡기도 싫을 정도로 먹고 나면 한동안은 피자를 먹고 싶지 않게 되죠. 여자에게서 벗어나는 방법도 마찬가지로, 여자를 많이 만나는 거죠. 그러면 한동안은 여자가 옆에 있는 것조차 싫어지게 되거든요. 


 하지만 문제는...그러면 한동안 사는 게 재미가 없게 돼요. 그러니까 여자가 너무 싫어지지는 않는 정도로 2~3일에 한번씩 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하루는 여자를 만나고, 다시 하루는 여자를 만나는 걸 기다리고...하면서 지나면 적절한 거죠. 너무 연속으로 섭취하면 뭐든 질리니까요. 어쨌든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 사는 건 너무 우울하거든요. 


 '여자를 좋아하는 나'를 계속해서 유지시키려면 연속으로 여자를 만나지 말아야 한다...라는 비결을 가지게 됐어요. 혼자 있는건 심심하지만 그래도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내일을 오길 바라면서 혼자 있는 건 덜 심심하거든요. 혼자 있으면서 심심하고 기분이 짜증나는 것보다는요.



 6.아무래도 그런 거예요. 너무 미혹이나 번뇌에서 벗어나면 사는 게 재미가 없거든요. 미혹이나 번뇌를 극복한 것보다는 그냥 계속 미혹에 시달리면서 사는 인생이 나아요. 



 7.오늘도 역시 잠에 드는 데 실패해서 해가 뜨는 걸 봐버렸네요. 2시간정도 일한 다음에 9시부터는 돈을 좀 벌고 나서 잠을 자던가 해야겠어요. 어차피 잠이 안 오는데 자려고 노력해봤자 시간낭비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97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94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259
113585 [연말대비] 소개팅 하실 분??? [14] 자본주의의돼지 2010.12.01 4069
113584 아네트 베닝이 임신 때문에 캣우먼 역을 포기했던 건 유명한 일화이고... [4] 감자쥬스 2010.09.10 4069
113583 착하다는건 대체 어디까지 일까요? [28] 씁쓸익명 2013.08.13 4068
113582 손학규 문재인 찬조 연설 전문 [16] centrum 2012.12.12 4068
113581 여러분은 유명한 화가인데 별로라고 생각하는 화가가 있으신가요 + 잡담들.. [36] 소전마리자 2012.11.03 4068
113580 유명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로고. [9] 자본주의의돼지 2012.07.21 4068
113579 각시탈은 아예 질떨어진 막장드라마가 되어버렸네요... [8] 수지니야 2012.07.20 4068
113578 (살짝 19금) 디아블로3를 하면서 좋았던 점 하나 [6] chobo 2012.04.29 4068
113577 [게임잡담] 공효진씨, 이러지 마세요. [6] 로이배티 2012.04.26 4068
113576 고지전 보고 왔어요. [7] 감자쥬스 2011.07.16 4068
113575 태만한 배우에게 용서는 없다 [6] 아이리스 2011.03.03 4068
113574 오프닝이 좋았던 영화 [58] 허파에 허공 2013.04.05 4068
113573 시라노 손익분기점 돌파했어요. [10] 감자쥬스 2010.09.28 4068
113572 [바낭]다른 사람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 [4] 오토리버스 2010.09.05 4068
113571 오늘 내여자친구는구미호 [86] 보이즈런 2010.08.11 4068
113570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 [5] bap 2010.06.23 4068
113569 너무너무 사랑하기에 떠나 보내야만 하는 관계 [18] 2013.01.31 4067
113568 무릎팍도사 첫회 정우성 나오네요 [7] 등짝을보자 2012.11.29 4067
113567 서울 근처에 가족들로부터 피신해서 혼자 주말 보낼만한 조용한 곳 [4] military look 2012.07.18 4067
113566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에서 뭉클했던 장면 [25] 차이라떼 2015.06.29 406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