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크리스마스를 보낸 방법.

2011.12.25 21:51

chloee 조회 수:4151

 한 2주쯤 전인가에 직장 동기-_- 수컷 두마리(.....)랑 같이 제 방에서 적당히 먹을 거 만들어 먹으면서 놀다가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한 녀석이야 여자친구 있으니 잘 놀거 같았는데 저랑 다른 친구는 솔로고 외롭고 심심하고 하니 우리끼리 놀자! 고 하고 여자친구 있는 녀석도 여자친구가 그때 안 놀아줌 ㅠㅠㅠㅠ 이라며 애닯아하길래 -_- 그럼 내가 풀코스를 만들어줄테니 같이 놀자고 해서 대충 의기투합해서 놀기로 했지요.

 그래서 제가 요리 준비하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왜 매번 난 일&지출을 자처하나 -_-;;; 싶긴 했습니다. 그래도 먹어줄 사람 있는 요리질은 재밌죠 ㅋㅅㅋ;;; 평소엔 먹어줄 사람 없는데 그냥 재미삼아 하기도 하는데 -_-

 금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쏜살같이 돌아와서 시계를 보니 7시 (자랑)였고, 그때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인 토요일 저녁 5시까지는 정말 눈코뜰새없이 계속 요리를 했습니다♡ 아래는 그 중 "요리" 들 : )



1. 애피타이저

전날 밤에 반죽하고 숙성시킨 다음에 아침에 오븐에 구워 만든 스콘입니다. 밀가루 비율이 좀 높아서... 밀맛이 나는 게 아쉽고 게다가 약속이 미뤄져서 차갑게 보관했더니 그 사이에 너무 단단하게 굳어버려서 돌빵이 되어서 아쉬웠습니다..... 아...... 원래 둔기로 썼었다는 영국 Royal Navy의 hardtack 이려니 생각하고...... 고전적인 빵이라고 생각하면 대충 좋을지....도?


2. 샐러드

브로콜리를 데쳐서 바탕에 깔고 무순을 데쳐서 펼치고, 간단하게 목우촌-_-소시지랑 치즈를 썰어 곁들였습니다. 원래 구다 치즈를 쓰려고 했는데 냉장고에 보니 이미 덩어리가 너무 작어서... 구다는 그냥 요리하면서 제가 먹어버렸다능. -_-;;; 외국 나가 있는 사람에게 좀 사다달라고 해야하나 싶은데 아 그러고보니 치즈는 검역 거쳐야 하던가?........

속에 심이 좀 남게 가볍게 브로콜리를 데쳤고, 원래 계획은 콜리플라워와 섞어서 놓는 건데 그건 패ㅋ망ㅋ 안팔아요 -_-;;;



3. 파스타

의롭지 못합니다만 이번 코스에서의 수프 특성(.........)상 파스타를 먼저 냈습니다. 파스타는 일반적인 스파게티를 썼습니다. 면은 알단테보다는 조금 더 익혔고요. 아무래도 양식에 안 익숙할 남자애들이라서..... 때문에 spaghetti alla puttanesca 정도로 아마 쓰던가 그런 거 같습니다. 올리브가 다 떨어져서 (...) 없단 점이랑, 플럼토마토가 너무 비싸길래--;; 그냥 토마토 페이스트 사다가 쓴 거 정도 외엔 뭐 레시피 대로입니다. 이탈리아 고추(페페론치노)로 매콤하게 볶아주는 파스타이고, 이것도 애들이 늦게 온 탓에 ㅠㅠ 면이야 뭐 새로 데쳤으니 괜찮지만 소스는 식은 뒤에 다시 볶아준 거라서 아무래도 향기는 다 날아가서 -_-;;; 에잇


요리 자체는 간단하게 했습니다.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아서 매캐한 향을 날리고 나서 페페론치노를 따로 기름에 볶아 매운 기름을 뽑은 다음에 다진 앤초비와 케이퍼, 오레가노를 섞고 기름을 만듭니다. 그걸 플럼토마토를 데친 것을 넣고 섞....어야 하지만 전 토마토 페이스트를 그냥 썼으니 그대로 기름이랑 페이스트 섞어서 소스 ㄱㄱ. 거먼 색 올리브를 넣어야 이제 깔맞춤이 좀 될텐데 다 써서 -_-;;; 있는 게 그거 뿐이라 브로콜리 썼다능. 안되냐능. 다만 이건 깔맞춤 용이니 매우 작게 썰었습..... 작아요 ㅡㅡ;;; 작다고;;;




4. 수프

수프입니다. 닭누룽지탕(........)이고 대충 감초로 수프를 간단하게 만들어둔 뒤에 쑥갓이랑 양파, 마늘만 넣고 닭을 함께 넣어서 잡곡을 섞은 뒤에 푹 고았습니다. 대충 7시간 정도 한 거 같은데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이게 예전에 만들 때는 가스렌지였는데 지금은 핫플레이트라서....... ㅠㅠ 7시간을 익혀도 누룽지부터 별로 안생겨서 좀 실패 -_-
원래 쌀이나 잡곡은 야채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한식에서는 그게 안되는데, 외국에서는 그런 관점으로 이해하고 샐러드로 내거나 혹은 스톡을 만들 때 쓰기도 하지요. 저도 그런 맥락에서 수프로 만든 거긴 한데 이게 너무 배가 차는(.....)메뉴이다보니 면 앞에 낼 수가 없었다는 ㅋㅋ



생선요리도 간단하게 할까 하다가 (원래 양식은 애피타이저, 샐러드, 수프, 면류, 생선요리, 메인디시, 디저트, 커피의 순으로 대접되지요) 너무 이미 양이 많은 거 같아서 접었습니다. 프랑스 갔을 때 밥을 먹어보니 그 친구들은 그냥 바다에서 나오는 동물성 요리재료를 다 생선이라고;;; 이해하는 모양이더군요. 심지어 영어로 Fish라고 써놓고 조개가 나오기도 하고 (.........) 새우는 뭐 걍 생선으로 보는 모양이고 -_-.. 그렇게 보고 그러니 저도 간단하게 낙지랑 새우 좀 사다가 가볍게 찜을 만들까 고민은 했습니다만 고민만 하고 접어뒀습니다. ㅎㅎ 이렇게만 했어도 너무 많았어요 ㅡㅡ;;



5. 메인

메인디시도 토종닭으로 만들었습니다. 대충 향이랑 색을 위해서 청경채랑 피망, 양파를 썰어서 받쳤고, 닭 자체는 하룻밤 동안 맥주에 절여둔 다음에 올리브유 아주 약간과 간장, 버터, 오레가노, 커민을 섞은 소스를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발라서 오븐에서 1시간 정도를 구웠습니다. 나중에 먹을 때 깨달은 건데 이렇게 할 때 껍질을 미리 찢어둬야 안에 기름이 새어나오겠더군요 (.......) 오븐에 구우면 40분이면 되어야할 걸 제 오븐은 화력이 약해서 보통 다 이렇게 50% 정도 시간을 더 들여야 하더군요 -_-....
닭 살 때 끼워주신 근위를 조금 같이 구웠는데 이건 저만 먹었다능 ㅋㅅㅋ;;;



6. 디저트

뭐야 이 괴식은 -_-...... 하실텐데 이게 이래보여도 티라미수입니다................ 비스퀴를 커피에 적신 걸 까는 건 좀 공이 너무 들어서 귀찮-_-고 그냥 '이태리 정통이다!'라고 우기고 통째로 담아서 그릇에 퍼담아 주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주석산을 넣은 생크림을 발효시켜서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서, 휘핑된 크림과 설탕, 에스프레소, 술을 조금 섞어서 다시 휘핑합니다. 그러면 크림같은 중간 부분은 완성되고, 비스퀴를 직접 만들거나 비싼돈 주고 사보이아르데를 사거나 하는 건 둘 다 귀찮고 짜증나니까 그냥 다음과 같은 특성의 과자를 사옵니다. "과자 고유의 맛인 계란, 버터이외의 맛이 없고, 쿠키처럼 부드러운 타입이면서, 쿠키보다는 조금 경성인 것"
...........뭐 전 아기과자 베베를 선호합니다만 버터링을 쓰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여튼 그거 커피에 적셔서 부숴서 바닥에 깔고 그 위를 티라미수를 얹은 뒤에 코코아 가루를 뿌려준 것입니다.



7. 커피 

 커피를 내려주겠다고 해도 이 친구들이 술이나 마시자는 분위기라 (............) 준비한 커피는 못마시고 끝 ㅠ 커피는 자주 사용해서 이제 다 떨어져가서 불안한 -_- 고디바입니다. 베이킹에서 커피향 낼 때 고디바가 진짜 향이 강해서 참 좋은데 (......) 다 떨어져가니 곧 귀국할 동생을 갈궈야할 듯 하군요 -_- 근데 걔는 고디바 커피보다는 걍 이탈리아랑 터키 들를 때 좋은 커피 사오라고 하는 게 더 나을 거 같긴 한데 (............)

 

 

 

아무튼 이렇게 만들고 지지고 굽고 덖고 하다보니 크리스마스가 훌쩍 지나버렸네요.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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