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지는 날

2020.11.02 18:45

Sonny 조회 수:460

삶을 스스로 결정내린 사람들의 흔적은 결국 상처로 남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끔씩 로빈 윌리엄스의 성대모사나 토크쇼 영상을 찾아보곤 하는데, 정신없이 웃다가도 영상이 끝나면 그 밀려오는 허무함이 감당이 안될 때가 있어요. 그를 보면서 어렴풋이 추측하곤 합니다. 웃고 싶은데 자신이 웃기 힘들어하는 사람은 타인을 웃겨서라도 그 웃음을 기어이 창조해내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영상 속의 로빈 윌리엄스는 가끔씩 이상할 정도로 필사적이고 지나치게 흥분되어있습니다. 이제 그의 웃기는 영상들에 온전히 도취되지 못한 상태로 그의 삶의 결말의 이유를 너무하다싶은 그의 열정적 태도에서 찾아내려고 하게 됩니다. 그는 정말로 즐거웠을까요. 즐거운만큼 충만했을까요. 


웃음을 준다고들 하죠. 그 화학적 반응을 주고 받음으로 표현하는 걸 보면 준 사람은 무엇을 가지고 있길래 주는 것이고, 웃음을 준 만큼 다른 웃음이 자신 안에 남아있는지 그것이 또 채워지는지 궁금할 때도 있었습니다. 서글프게도 이제는 웃음을 준다는 것이 아주 순수한 자발적 열정과 화학적 반응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타인과 함께 있는 자리의 분위기를 위해서, 자신이 웃겨줄거란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의 요구와 기분좋음을 위해 봉사하는 일도 생깁니다. 그리고 그것이 업이 된 사람들의 경우 그 비자발적인 "웃김"은 더 하겠죠. 그렇게 자기 마음을 감추고 타인의 웃음을 위해 봉사하는 일들은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웃음을 주는만큼 무엇을 받고, 그 받는 것이 준 웃음만큼의 또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없는만큼 그저 바랄 뿐입니다. 그 웃음에서 작은 보람과 뿌듯함을 얻고 그의 웃음주는 삶이 꽉꽉 채워질 수 있었다면 좋겠다고. 안타깝게도 그 바람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때가 많지만요.


떠나가버린 이의 빈자리는 그를 붙들지 않은 세상의 냉혹함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재치가 넘치고 긍정적이며 성실한 삶으로도 세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일까요. 그는 즐거운 사람이었지만 욕망과 분노를 이야기하기 전에 내려놓은 자신을 기꺼이 다른 이들에게 내던졌고 그가 주는 웃음은 자신 외에는 어떤 사람도 다치지 않으면서 소박하고 잔정이 넘치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제가 감히 헤아려볼만한 것이라면 모두의 파안대소 끝에 그에게 찾아왔을 수많은 헛헛한 순간들입니다. 그의 너무 슬픈 선택을 어쩔 수 없이 존중하며, 남아있는 사람들끼리는 그것을 작게나마 보듬어주길 소망합니다. 어떤 추리도 포기한 채 도리가 없는 슬픔을 감당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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