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 때부터 함께 하신 거진 6-7년 된 usb께서 기력이 쇠하시어 테이프로 컴퓨터에 고정시켜놓고 자료들을 옮겼습니다.

별 해괴망측한 자료들이 여기저기 폴더 사이에 숨어있더라고요.

각 연도별로 거쳐갔던 덕질의 역사와 미드, 레포트, 사진, 발표자료들 등등등


오랜만에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지금은 두 다리쯤 건너야 소식을 듣는 선후배동기들과 우와아앙 하면서 찍은 사진들도 재밌고

지금보다 어리고 예쁘지만, 그걸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몰라서 저지른 화장이고 스타일이고 그냥 다 재밌었어요.


특히 레포트나 발표자료 같은 걸 보면서 각 학기별로 무슨 수업을 듣고, 어떤 진상들과 팀플을 했었는지, 

좋아하는 교수님께 때차게 까였던 것, 싫어하던 교수님께서 해주시던 칭찬들, 마감 하루 전에 꾸역꾸역 밤새서 읽었던 책들 등등

마구 기억들이 쏟아져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답니다.

눈물이 난 포인트는 여기였어요, 레포트들.

물론 지금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미숙하고 치기어린 것들도 많지만, 지금 쓰라고 해도 그렇게밖에 쓸 수 없을 것 같은 레포트들이 꽤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때의 제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저는 발전 없이 그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상태라는 거.

음.. 오히려 그 때 더 그럴싸한 문장과 결론들을 만들어 냈던 것 같기도 해요,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퇴보한 느낌.

졸업을 한 후에는 내가 읽고 싶은 것들만 읽고, 그러다 보니 쉬운 것들과 익숙한 것들만 읽고, 결국 유동식밖에 못먹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래저래 일을 하면서 지적활동이랄 건 딱히 없이, 요령과 처신만 늘어난 제가 음.. 싫다는 건 너무한 표현이니까.. 안타까워요.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금전적으로 자립하기 힘든 여건 등을 생각해봐도 대학생은 세계 탑 텐 안에 드는 직업인 것 같아요.

왜냐면 저의 대학생 시절은 이미 과거의 일이고 부정적인 것들은 뿌옇게 가려졌고, 가장 반짝거렸던 것들만 기억나는 첫사랑 같은 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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